녹색위기 - 디자인과 건축의 생태성과 윤리
빅터 파파넥 지음, 조영식 옮김 / 서울하우스(조형교육)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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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저자의 전작들인 '인간을 위한 디자인'과 '인간과 디자인'에 이은 디자인 비평서로서 , 특히 생태학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저자의 유작이다.

빅터 파파넥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나 '인간과 디자인'에서 표명한 비자본주의적 디자인에 대한 희망(가령 저자는 이 책에서도 여전히 구입이 아닌 공동소유를 주창하고 있다.)이나 생태학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 책에서도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생택학적 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전작들의 인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없어 보인다.

크게 보자면 이 책은 전작에서 읽을 수 있는 파파넥의 기본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에 따라서 파파넥의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겠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번쯤 음미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적어도 파파넥을 제외하고는 불충분하나마 디자인에 대한 자기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사상가가 너무도 희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 소개가 너무 전문적인 얘기만 늘어놓은 꼴이되고 말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보지만 않는다면 디자인에 대한 신선한 발상과 주장이 풍성한 책이다. 일본이나 이뉴잇족 등 각 문화의 전통디자인과 환경친화적 건축에 대한 소개도 있고 저자의 풍부한 디자인경험도 적혀있다.

편한 마음으로 디자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접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기꺼이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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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이야기
존 카스티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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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제목에서도 알수있듯이 이 소설아닌 소설은 4명의 석학과 1명의 사회자가 벌이는 논쟁 형식을 빌어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 과학소설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자칫 흥미위주의 심심풀이 땅콩같은 책이 아닐까 우려했지만,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한순간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지적 호기심을 계속 자극하면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는 이 소설(?)의 매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만찬을 즐기는 5명의 등장인물들처럼 독자들 역시 저자가 요리해 내는 인공지능이라는 만찬을 즐기게 된다. 정식코스에 따라 음식이 나오듯 각 장마다 논쟁거리가 던져지는데, 각 장의 논쟁거리가 완전히 매듭지어지기 전에 다음 주제로 넘어가곤 한다. 다음 요리가 계속 제공되는 것이다. 역자의 말대로 저자인 카스티는 해답을 구하기 위해(해답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쓴것이 아니므로 독자들은 맛있게 만찬을 즐기면 될것 같다.

그래도 웬지 엘런 튜링, 슈르딩거 짝보다 비트겐슈타인, 홀데인 짝의 주장이 빈약해 보이는데 이건 저자가 인공지능 연구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은 존 설의 중국어방 논증을 형편없는 논거라고 평한 저자의 후기에서도 느낄 수 있다.

어쩌튼 이 책은 대단한 흥미를 불어넣는 책이다. 이 소설 속 만찬이 끝난 후 사회자인 스노우가 한 말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똑같이 되뇌일 것이다. '굉장한 밤이었어, 오늘밤 이 방에서 오고간 생각과 견해는 정말로 어마어마했어. 그걸 어떻게 다 공정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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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 일상생활의구조 -상 까치글방 97
페르낭 브로델 지음 / 까치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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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부 6권으로 이루어진 이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으므로 감히 서평을 쓰긴 자격미달일지도 모르겠다.게다가 역사학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어서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하는 데는 조금도 망설여지지 않는다. 단, 인내심이 좀 필요하다는 것은 얘기해 두어야겠다.

역사를 봄에 있어서 지금까지 역사학이 관심있게 보아왔던 전쟁, 혁명, 왕가의 결혼 등 사건중심의 역사관과 달리 음식, 옷, 헤어스타일 등 자잘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저자의 관점은 재미있고 신선했다.

이런 박물학적인 지식의 성찬은 저자가 떠벌이여서가 아니다. 삶의 모습에 대한 자세한 기술로부터 출발하여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고자 하는 저자의(아날학파의) 학문적 방법론은 파도만 보지말고 조류의 흐름을 보라고 했던 브로델의 말대로 수면의 파도와 조류의 흐름 둘을 다 보여주는 데 효과적인 것 같다.

마치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하나하나에 대한 풍부한 서술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를 그리는 데 필요한 부분들이 된다. 저자는 그 구조물의 1층에 일상생활을 2층엔 교환의 세계를, 3층엔 자본주의를 쌓아놓았다. 풍부한 개별 설명의 나열 속에도 대가가 그리는 세계는 장기지속되어 있다. 실로 치밀하고도 풍부한 접근인 것이다. 그러나 나같이 전문 역사학자가 아닌 경우에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지식의 성찬에 참여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번역에 있다. 잘못된 번역, 무성의한 번역이 원저의 가치를 얼마나 갉아먹는가를 생각해 보면 전6권에 달하는 백과사전같은 원저를 꼼꼼히 번역한 번역자의 노고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원저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건 ...인데 브로델이 착각한 것 같다'는 식의 역주를 접할 땐 정말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역자의 글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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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온생명
장회익 / 솔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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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엔가 PC통신상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장회익 님의 글을 그때 처음으로 읽었다. <삶과 온생명>은 그때의 감동 내지 신뢰에 기초해서 구입했고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은 동양학문(특히 주역을 중심으로)과 삶에 대한 학문적 접근에 대한 내용을 다룬 1부와 생명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다룬 2부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오리엔탈리즘이나 신비주의로 경도되거나 그 역으로 서구과학의 정당성만 늘어놓는 양 편향을 극복하며 저자는 동양의 학문적 접근방법의 공과를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의 학문적 무게는 깊이있는 통찰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2부의 생명에 대한 글은 저자가 주장해 온 온생명(global life)개념을 중심으로 생명현상을 설명한 글로서 러브록의 가이아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을 자신있게 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글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담백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군더더기없이, 부적절한 외래어나 수사의 남발없이 깊이있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그려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글쓰기를 빨리 하지 못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반성적인 글쓰기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정보는 많으나 유익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오늘날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글의 가치는 더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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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 디지털 신경망 비즈니스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이규행 감역 / 청림출판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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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란 이름의 무게 때문에 그리고 미래사회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전망을 읽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실망스럽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의 내용은 인터넷, 인트라넷과 기업전산화를 통한(저자 용어로는 디지털 신경망) 기업의 찬란한 성공신화가 전부다.

개별사례가 풍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내가 보기엔 사실의 잡다한 나열일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일방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과 진실은 다른거니까. 이 책엔 분석이나 통찰은 결여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인트라넷 프로그램을 의뢰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가혹하게 말하면 그게 이 책의 목적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역자의 말대로 사업 아이디어를 얻거나 풍부한 사례를 모아보는 것 정도일 것 같다. 빌 게이츠는 기업총수일 뿐이다. 출판사와 역자에게 좀 미안한 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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