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1 - 일상생활의구조 -상 까치글방 97
페르낭 브로델 지음 / 까치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부 6권으로 이루어진 이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으므로 감히 서평을 쓰긴 자격미달일지도 모르겠다.게다가 역사학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어서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하는 데는 조금도 망설여지지 않는다. 단, 인내심이 좀 필요하다는 것은 얘기해 두어야겠다.

역사를 봄에 있어서 지금까지 역사학이 관심있게 보아왔던 전쟁, 혁명, 왕가의 결혼 등 사건중심의 역사관과 달리 음식, 옷, 헤어스타일 등 자잘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저자의 관점은 재미있고 신선했다.

이런 박물학적인 지식의 성찬은 저자가 떠벌이여서가 아니다. 삶의 모습에 대한 자세한 기술로부터 출발하여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고자 하는 저자의(아날학파의) 학문적 방법론은 파도만 보지말고 조류의 흐름을 보라고 했던 브로델의 말대로 수면의 파도와 조류의 흐름 둘을 다 보여주는 데 효과적인 것 같다.

마치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하나하나에 대한 풍부한 서술은 자본주의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를 그리는 데 필요한 부분들이 된다. 저자는 그 구조물의 1층에 일상생활을 2층엔 교환의 세계를, 3층엔 자본주의를 쌓아놓았다. 풍부한 개별 설명의 나열 속에도 대가가 그리는 세계는 장기지속되어 있다. 실로 치밀하고도 풍부한 접근인 것이다. 그러나 나같이 전문 역사학자가 아닌 경우에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지식의 성찬에 참여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번역에 있다. 잘못된 번역, 무성의한 번역이 원저의 가치를 얼마나 갉아먹는가를 생각해 보면 전6권에 달하는 백과사전같은 원저를 꼼꼼히 번역한 번역자의 노고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원저의 오류를 지적하고 '이건 ...인데 브로델이 착각한 것 같다'는 식의 역주를 접할 땐 정말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역자의 글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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