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사고를 보면서...
사랑하는 딸 신희에게
어제 수요저녁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너와 함께 뉴스로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침몰 사고를 함께 봤단다. 너도 뉴스로 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알려주었지! 그 이야기를 듣고, 울면서 말하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우리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님을 다시금 고백하게 된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만일 내가 여객선 침몰로 죽은 학생의 부모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내 대답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했다. 너를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아파할 것 같다.
인생은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을 세워서 성실하게 계획대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주어진 상황을 감사로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 만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야겠지 !
몇 주 전에 엄마와 함께 본 영화가 있단다. 극장에서 본 것은 아니고 컴퓨터 파일로 봤단다. 영화의 제목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다.
영화의 내용은 월터 미티라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직업은 미국의 유명한 잡지인 ‘라이프’지에서 사진을 현상하는 사람이다. 월터는 상상력이 풍부해서 늘 상상 속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을 꿈꾸곤 했단다. 그러나 현실은 사진이나 현상하는 사람이지.
세월이 흘러 라이프지는 종이로 잡지를 내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잡지를 만들기로 결정한단다. 이제 종이로 만든 마지막 라이프 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전세계를 돌면서 최고의 명장면을 찍어왔던 숀 오코넬의 사진으로 표지를 장식하기로 한단다. 그런데 숀 오코넬이 보낸 온 사진 중에는 마지막 표지로 장식하길 바라는 그 사진이 없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으나 찾을 수 없어서, 월터 밑가 직접 숀 오코넬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게 된단다. 이곳저곳을 가서 수소문을 하던 끝에 숀 오코넬이 히말라야 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월터 미티는 히말라야로 그를 만나러 떠나게 된단다. 그리고 그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마지막 사진을 월터 미티의 지갑 안에 감춰두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월터 미티는 그 지갑을 집 휴지통에 버린 상태였단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월터 미티에게 숀 오코넬이 자신이 찍으려는 눈표범이 보인다며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를 내민다. 그런데 숀 오코넬은 아무리 기다려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리지 않는다. 그러자 왜 그러냐고 묻는 월터 미티에게 이런 말을 한단다.
“어떨 땐 사진 찍는거 안해. 정말 그 순간이 맘에 들면, 내가 그들이 되지, 그 때 나만의 만족일까? 그 순간에 잠깐이라도 내 기분 해치기 싫어! 그냥 그 이 순간에 머물러 있을 뿐이야(So I just stay in it)”
나는 이 대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단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현재의 소중함을 잊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누려야 한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 것 같단다. 아마 내가 사고를 당한 부모였다면, 자녀들과 함께 있던 순간들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것 같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이렇게 끝난다. 집으로 돌아온 월터에게 어머니가 지갑을 돌려주고, 지갑에 있는 필름을 발견한 월터는 그것을 잡지사에 가져다준다. 그리고 인터넷으로만 만드는 라이프 지에 더 이상 사진을 현상할 필요가 없는 월터는 직장을 그만두게 된단다.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아 돌아오는 길에 종이로 만든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가 발간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 호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월터 미티 자신이었단다. 월터는 자신이 해왔던 일은 매우 하찮은 일이고, 늘 상상으로 더 멋지고 놀라운 주인공을 꿈꿔 왔는데, 그런 삶을 살던 숀 오코넬이 보기에는 월터 미티의 삶은 위대한 주인공의 삶이었던 것이다. 숀 오코넬이 한 말 중에 하나 더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더 있단다.
“아름다운 것은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하지 않아요(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아마 나중에 돌이켜 보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오빠와 너,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것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름다운 줄 모르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지금에 그냥 머물러 있자.
“나는 이 순간에 머물러 있을 뿐이야(I just stay in it)”
2014년 4월 17일 저녁
여객기 사고로 인한 유가족들에게는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길 바라며, 또 구조 작업을 벌이는 현장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되길 간절히 기도하며, 오늘 더 소중히 여기며 살기로 다짐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