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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처음이라서 그래 - <유아식판식>의 저자 봉봉날다의 엄마성장기
김주연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6월
평점 :
엄마도 처음이라서 그래 –김주연
위로→공감→반성→용기
요즘 육아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새로운 방법도 많이 알게 되고, 육아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한 편으로는 지금껏 잘못해 왔던 나의 방법과 육아서대로 실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함께 부담감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말이 아니라 나와 같이 고민을 해 보았던 경험자의 책을 고르게 되었다. 어쩌면 잠시나마 조언이 아닌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사실 나는 해당 카페 활동을 많이 안하는 터라 저자에 관해 처음 들었다. 우리 아이는 먹는 게 특기이고, 아직 두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이라 저자의 아이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글 하나하나 공감이 간다. 나에게는 내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우리 아이의 가까운 미래 모습일 것이고, 어떤 엄마에게는 함께 고민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며, 또 어떤 엄마에게는 같은 고민을 했을 아이의 옛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와 육아카페에 연재하던 일종의 육아일기이다. 아이와 있었던 사건, 육아를 하면서 느낀 어려움, 그 속의 깨달음이 일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쓴 것이라기 보다는 아이와의 하루를 정리하는 개인적인 글에 가깝다. 줄글이지만 여백도 많고, 읽는 호흡에 따라 줄바꿈이 되어 있어 마치 시와 같다. 그래서 읽기도 쉽고 부담이 없다. 또 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진하다. 저자의 고군분투, 깊은 고민에 공감이 가면서도,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 책을 읽고 나면 하루종일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일지라도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을 읽고 나니 나와 똑같은 초보 엄마가 많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고, 같은 고민에 공감하기도 하고, 마냥 어리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어른스러운 모습과 나의 입장에서만 아이를 바라보았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고민이 아이가 크면서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고, 걱정했던 부분도 누구나 다 경험했던 것이며, 이렇게 예쁜 내 아이를 평균과 남들의 잣대가 아닌 그냥 그 아이의 때에 맞게 키우면 된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게 된다.
아이를 사랑하고 그만큼 잘 키우고 싶지만, 누구나 서툴고 완벽할 수는 없기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배우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 ‘좋은 부모 되기’에 지칠 때, 나처럼 서툰 부모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래도 잘 하고 있다’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책도 필요할 것 같다.
59쪽
“괜찮아, 일어나.”라고 말할 줄만 알았지,
“괜찮아? 많이 아프지?”라고 물어볼 줄은 몰랐다.
겉으로 상처가 나지 않아도 넘어지고 다친다는 그 자체가
이미 마음으로 상처를 입은 거나 마찬가진데,
그 마음을 달래 줄 여유조차 없었던 거 같다.
92쪽
(콩가루를 비닐 매트 밖에 뿌리고 장난감 굴착기로 가지고 노는 아이에게 콩가루 한 봉지를 더 내어주고 나서)
사고뭉치 아이는 그 순간 가장 똑똑한 영재로 변신을 했다.
엄마의 ‘버럭’과 ‘기다림’은 다르지만 또 같다. 종이 한 장 차이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에 아이는 다른 모습으로 자란다.
125쪽
남들처럼 육아를 했으나 남들처럼 때를 맞추지는 못해 왔다.
그리고 그저 너의 때를 맞추었다.
남들의 때를 맞추지 못할 때는 그렇게 속상하더니,
차라리 너의 때를 기다려 맞추니 그렇게 편하고 신날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편하고 좋은 사람은 네 자신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 신나게 한다.
너는 너만의 때를 가지고 있고,
그저 문제는 나의 인내심이다.
133쪽
너를 기른다는 건
네가 무얼 하든 끝도 없는 고민을 반복하게 되는 것,
혹은 네가 무얼 해도 내 마음에 자꾸 변덕이 일어나는 것.
155~156쪽
그러나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이 시간들이 그리워지리라는 걸 안다.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은 산 앞에서
지금의 순간이 그래도 좋았음을 알게 되겠지.
육아는 산 넘어 산이라니까.
237쪽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해오던 나의 일상들,
그래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도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시간들이
어느 순간 나에게 사치가 되었다.
그저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한 권 읽고 싶을 뿐인데,
그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 될 줄이야.
(...)
그래도 나를 위로하는 건,
지극히 소소하던 시간들이 사치의 시간으로 바뀐 순간
그것의 가치도 훌쩍 높아졌다는 것이다.
296쪽
직장맘이라면 아이에게 좋은 말만 해주려고 노력하기보다 엄마의 마음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보여 주세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묻기 전에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라는 말부터 해주세요. “잘 놀았어?”라는 말 전에 “엄마는 오늘….”하며 엄마의 일과부터 이야기해 주세요. “미안해.”라는 말 전에 “고마워.”라는 말부터 해주세요.
그렇게 아이에게 먼저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알려 준 다음에 아이를 안고 물어봐 주세요. 잘 놀았는지,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는지, 기분은 좋은지 등등.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