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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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면,
떠나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얼마 전 북카페에 '나에게 100만원과 일주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로 여행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대상지가 될 수 있는 여행 책자들의 투표가 진행되었는데, 보기로 제시된 것 중에 내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였다. 사실 내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산티아고 순례길도 후보에 있었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데에는 그녀의 전작의 영향 덕분이었으리라.
  사실 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해 아는 것도, 관심도 없었다. 남미를 간다면 브라질이나 볼리비아 유우니 소금사막에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르헨티나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되었다.
  책은 크게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부분에서는 아르헨티나 사람과 문화,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이 손미나만의 방식으로 소개된다. 이민자의 나라이기에 혈통도 뒤섞여 있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으려 하는 성향, 생업으로서의 직업과 예술가로서의 직업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 행복하게 자라는 소에서 나오는 가장 맛있는 쇠고기,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가짜가 어마어마하게 유통되는 곳! 이민의 역사에서 부터 수차례 경제위기로 부국에서 추락하기까지의 내용이 손미나가 만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진실되게 전해진다.
  아르헨티나 하면 '탱고'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 역사와 거기에 담긴 슬픔, 탱고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과 탱고 음악 및 춤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춤 선생님이 '(한 다리로)꼿꼿하게 서야하지만 (남자에게) 다리 하나를 완전히 맡겨'야 하는 탱고 춤을 보며 '내 자신의 인생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온 마음을 주는' 사랑에 비유하며 가르쳐주는 부분도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보고 이별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탱고를 통해 배우는 사랑이 더 절절하게 다가왔으리라. 만남-길들여지기-사랑-이별. 책을 읽으며 사랑과 인생을 닮은 탱고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대륙을 가진 나라라면 대부분 그러하듯, 아르헨티나도 북부와 남부의 문화가 무척이나 다르다고 한다. 인디언 문화가 남아 있는 북부와 세상의 끝이라고도 불리며 빙하를 볼 수 있는 남부, 거기에 개성 강한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아르헨티나의 보통의 삶을 볼 수 있는 내륙까지... 한 나라 안에서도 다양한 문화와 특징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이 나라7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책의 전반적인 맥락과는 별개로 골든벨 스타 수영이의 행보나 안데스 자락에 자리한 인디언 문화의 평등주의와 죽음에 대한 태도,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부분도 나에게 큰 감흥을 주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친구들과 한 자장면 약속을 지키고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74가지의 꿈을 이뤄나가는 수영의 모습에서 나보다 어리지만 존경심이 생기고 부러워졌다. 또 '말은 곧 약속이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기에 인디언 언어에는 '만약,혹시,어쩌면,아마도' 등의 단어가 없었다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새로운 문화가 섞여 그런 말이 생겨났다는 데에서 나 또한 슬퍼졌다.
  이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손미나가 자신이 여행하는 나라에 푹 빠져서 그 나라 사람들과 마음을 터 놓고 친구가 되고, 그 나라를 온전히 가슴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녹아난다는 점이 좋았다. 바로 그 점이 여행 작가로서의 손미나의 강점임은 분명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아르헨티나를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짐과 동시에, 유창한 스페인 실력과 그 나라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손미나에 대한 선망의 마음도 커졌다. 그녀의 책을 읽은 후 실제 스페인 여행을 하며 너무 좋은 추억을 남겼기에, 아르헨티나를 나의 가고 싶은 여행 목록에 올림에 주저함이 없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언어를 배워 저자처럼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보다 진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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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사진 정리법 - 바쁜 엄마도 쉽게 하는
Emi 지음, 박재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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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은 적게, 추억은 오래,

쉽게 꺼내 보는 사진 정리 노하우


  차라리 옛날과 같은 필름카메라 시대라면 사진 정리가 오히려 쉬웠을지도 모른다.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에 버금가는 휴대폰 카메라의 등장은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을 찍고 보관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사진은 앨범이 아닌 메모리나 컴퓨터에 파일 형태로 쌓여 있게 되었고, 인화하려면 큰 마음을 먹고 정리를 해야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면 매일 매일 소소한 일상도 특별한 일이 되고, 찍는 사진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아이의 변화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 내 아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쉽게 찍고 많이 찍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것은 크나 큰 장점이긴 하지만, 막상 아이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인화해서 정리하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부모들의 고민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사진 정리가 엄마들의 버킷리스트라고까지 할까? 나 또한 우리 아이의 모습을 매일 기록하고 남겨주고 싶어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데, 사진을 찍고 추려서 편집한 후 업로드 하는 일이 꽤나 번거로운 일임을 느끼고 있어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때 잡치처럼 얇은 두께에 살짝 놀랐다. 책은 사진을 앨범으로 만드는 일의 장점, 엄마들이 사진 정리를 못하는 이유, 저자의 사진정리법 소개, 저자의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 나름의 정리법 소개, 그 외의 팁 등을 담고 있다. 얇은 두께에 깔끔한 편집으로 가볍게 넘겨 가며 볼 수 있고, 사진이 많이 있어 이해가 쉽다.
 



엄마들이 앨범을 못 만드는 이유로 촬영도구와 인쇄 방법이 다양해서, 바빠서,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욕심과 부담, 둘째의 탄생 등을 꼽고 있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효과적인 사진 정리법을 요약하자면 (1) 마음에 드는 사진 고르기 (2) 최근 사진부터 시작하기 (3) 연도별, 월별로 분류 후 '소중','주저','불필요'로 분류해서 처리하기 (4) 1달에 11장+육아카드1장으로 앨범 1권에 1년치 사진을 모두 담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도 얼마전 포토북을 만들고 인화할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사진 하나하나마다 추억이 가득하고, 내 아이라 모두 예뻐서 너무 많은 사진을 고르게 되었는데, 사실 이것들이 몇년 쌓이다 보면 보관의 어려움이 될 것 같았다. 한 달에 11장만 뽑는 것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장래 이것을 펼쳐볼 때 이 정도만 해도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을 위해 미니앨범이라는 대안을 함께 제시하기도 했다.)
 



찍어만 놓는다고 끝이 아니고, 뽑아만 놓는다고도 끝이 아니다. 사진이 진정 나와 우리 아이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쉽게 꺼내 볼 수 있어야하는데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얇고 군더더기 없는 앨범인데다가 한 눈에 보여서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또한 보관도 수월하고 만드는 방법도 간편하니 1석 3조라고나 할까?
다만 저자의 방식대로 사진을 정리하자니 저자가 사용한 앨범과 비슷한 거라도 구입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판매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저자는 일본인이고 추천한 앨범도 일본제품인데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앨범도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 문제는 저자가 제시한 사진의 표준사이즈가 3*5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사이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6사이즈가 일반적이라 다소 옛날 느낌을 줄 수 있다. 정리와 보관의 의미로 3*5로 인화하는 것은 별반 문제될 것은 없지만 유치원이나 남에게 받은 사진을 함께 보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로망하는 방식의 사진 정리,보관법이기에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읽고 난 후까지 난 이 앨범을 사기 위해 몇날며칠 검색을 하며 방법을 고심했고 직구를 결심하기도 했다. 두꺼운 앨범을 보관하는 것이 부담이라 웨딩촬영도 하지 않으려고 했고, 인화하지 않고 컴퓨터에만 있는 사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저자가 가르쳐준 노하우에 나만의 방식으로 우리 아이와 가족의 사진을 정리해 보도록 해야겠다. 일본제품처럼 단순하고 깔끔한 앨범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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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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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규범과 본능에 관한 치열한 고찰


 

[네 명의 사내가 사슴 사냥을 하러 고트 마운틴으로 갔다. 자신들의 토지에서 밀렵을 하는 사람을 열 한 살 아이가 총으로 쏘아 살해하게 되고 이들은 남은 사냥 캠프 기간동안 서로 갈등한다.]

이 책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자면 이와 같다. 시간적으로는 사냥 캠프 기간인 이틀, 장소는 야생의 모습을 간직한 고트 마운틴, 중심 사건은 어린 아들의 밀렵꾼 살해, 등장인물은 단 네 명. 무척 단순한 얼게를 가지고 있지만 소설의 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글은 시종일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의 상당부분은 공간적 배경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문장들이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 세밀화를 그리듯 아들의 눈을 통해 자세하게 묘사되는 자연의 풍경을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때로는 어지럽고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빙빙도는 어린 시절 놀이기구를 탄 채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판타지한 공간이 아니라 현실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의식과 함께 묘사되기도 하고 비유(특히 은유)와 상징이 뒤섞여 있어 어지럽게 느껴진다. 역자가 번역의 난해함을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한낮의 무더위, 인간을 보잘 것 없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자연()이 주는 위압감과 야생성을 독자로 하여금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은 어떤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읽기 힘들었다고도 한다. 몇 번이고 책을 그만 읽고 싶다 생각했으며 다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도 했다. 그 독자의 말도 일부 공감이 간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글이다. 나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읽기도 했고, 다시 이전 문단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도 했다. 이 소설의 배경처럼 한 낮 무더위에 거친 수풀을 헤치고 다니는 느낌으로 읽었기에 때로는 지루했고 때로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를 읽는 것 같았다.(개인적으로는 고트 마운틴이 좀 더 어렵지만 훨씬 재미있었다) 이 작가가 왜 헤밍웨이와 코맥 매카시와 비교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용으로 돌아가 보면 열 한 살 아들의 성인식으로 마련된 사슴사냥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그에 대한 죄책감이 없는 데에서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고조된다. 도덕을 최우선으로 삼아 온 아버지는 살인자로서의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여 이를 은폐하려고 하고, 문명 이전이자 나를 통해 악의 상징이 되어 있는 할아버지는 손자를 악마처럼 생각하며 죽이려고 한다. 톰 아저씨는 이 사건 초기부터 진실을 밝혀 아들과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삼부자를 신고하려고 한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각도 변하고 이들의 갈등은 서로 크게 부딪쳐 불꽃이 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냥을 멈추지 않는다. 예정되었던 대로 사슴 몰이와 사슴 사냥을 한다. 솔직히 이런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는 데도 시체를 캠프에 걸어 놓고 사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밤에는 서로 이를 드러내며 심하게 갈등하지만 낮에는 사슴 사냥에 몰두하는 것 처러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잊은 듯, 사냥에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모두 합심해야 성공할 수 있는 사슴사냥에서 서로의 마음에 미묘하게 균열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예정된 캠프의 마지막 날을 마지노선으로 그들은 각자의 입장을 세우는 듯 보인다. 마치 격론이 오가는 토론의 끝에 자신의 입장을 정해 강하게 주장하는 것 처럼.

''는 결국 사슴 사냥에 성공하지만, 축하받지 못한다. 이 여행의 취지이자 성인으로서 인정 받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지만 냉대 속에 사냥한 사슴을 개복하고, 사슴과 함께 버려진다. 어쩌면 사슴사냥으로 '어른'의 칭호를 받게 된 것은 형식적인 성인식일 뿐이라고 생각한건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살인을 함으로써 이미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하는 '어른'이 되었음을 그들에게 인정 받은 것일지도...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미성년자라 사회에서는 살인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질 수 없기에, 소설 말미에서 할아버지는 그만의 방식으로 손자에게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강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세 부분을 꼽아보자면, 첫째는 인물의 상황과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묘사이다. 헤치고 지나갈 때마다 발을 붙잡고 온 몸에 생채기를 내는 가시덤불, 온 몸으로 퍼지며 극심한 가려움을 주고 긁기라도 하면 더욱 통증을 주는 옻독, 풀로 올가미를 만들어 도마뱀을 잡고 놓아주었을 때, 목에 올가미를 걸고 평생 살아야할 도마뱀의 모습을 생각하는 장면은 주인공 ''의 모습과 상황을 반영하는 듯 하다.

둘째는 종교()와 야생, 도덕에 관한 철학적 의문이다. ''는 자신의 살인을 성경 속 카인과 연관 짓는다. 인간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후예이기에 살해본능은 이미 타고난 본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너그럽지 못한 신의 모습에 대한 원망도 나온다. 십계명은 어차피 지킬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를 이루고 법과 도덕을 만들어 지키는 세계가 아닌, 야생의 모습을 간직한, 그것도 악마의 모습과 닮은 염소의 이름을 가진 산 속에서는 우리 세계의 법과 도덕이 무의미하다.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힘과 악에 의해 룰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의 시선으로 본 밀렵꾼 시체에 대한 냉혹한 묘사이다. 그는 시종일관 감정을 배제한 채 시체에 대해 묘사를 한다. 분명 끔찍한 모습인데도, '웃고 있다'든지 '빌고 있다', '즐거워한다'라고 말한다. 이후 사슴 사냥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애처로움을 느끼며, 그 상황을 돌리고 싶어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런데 시체를 그렇게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데 너무 실감나서 소름이 돋았다. 시체의 모습과 표정이 눈 앞에 생생하게 나타났고, 끝까지 죄책감 없이 자신이 죽인 시체에 대해 한 톨의 연민도 없이 묘사할 수 있는 섬뜩함에 사실 난 이 책을 읽는 기간동안 악몽을 꾸기도 했다. 법과 규범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근거 없는, 무작위이 뿐'이라는 ''의 생각에 따른다면 사실 살인이냐, 사냥이냐를 구분 짓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는 첫번째 '살해'행위는 어른임을 인정받는 행위일 뿐이라 생각하고, 그 이후의 '살해'행위를 통해 비로소 무거운 책임감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성인식의 대상이 사슴이 아니라 사람으로만 바뀐 것이 뿐이라는...

끝으로 사슴사냥에 성공한 후 개복의식에 관한 묘사도 압권이다. 특히 나는 '의식은 끔찍한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는 말이 가슴에 내리꽂혔다. 산 제물, 전족, 할례, 네팔의 살아있는 여신 등등... 법과 도덕이 잘 지켜지고 있다는 문명화된 사회에서도 인간은 '의식'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잔인한 행위들을 자행했는가? 과연 남의 땅에서 밀렵하던 나쁜 사람을 살해한 행위가 우리가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던 위의 비인간적인 문화보다 나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우리가 지옥에서 끌어야 할 시체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라는 책 속의 말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125

우리는, 개미굴을 따라 행군하는 개미들처럼 왔던 길을 되짚어 가고 있었다. 인지작용일 뿐인 습관적인 움직임. 새로운 발견과는 거리가 먼. 난 그런 생각이 맘에 든다. 그때 그 방아쇠도 내가 아니라 그전의 어느 세대가 당긴 것이다. 인지하기는 했어도 의도하지는 않았으니까. 어쨌거나 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손이 내 안에서 방아쇠를 당긴 것 같은.

 

126

톰 아저씨가 언젠가 어린 사슴을 다치게 한 곳이어서, 이지역을 지날 때마다 다들 그 일을 떠올렸다. 늘 그렇듯 교훈을 남기지만, 교훈의 맥락이 애매모호한 그런 이야기. 뿔이 아직 갈라지지 않은 어린 사슴은 쏘지 말 것. (...) 계약은 법과 규범을 따른다. 어떻게 그런 규정들이 생겼는지 모른다해도 마찬가지다. 암사슴을 쏘는 것마저 합법인 나라도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가, 어떤 규칙을, 왜 따르는지 누가 알겠는가? 불가침인 듯 보이는 것들도 대개는 무작위일 뿐이다. 아무 근거도 없는.

 

172

카인은 동생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내리친다. 이때 카인은 본성을 완전히 드러낸다. 이제는 그 역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그 순간 우리는 카인의 실체를 알아차린다. 그의 삶을 이끄는 힘은, 완전히 어긋나고 왜곡되었으며 너무 늦게 인지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카인의 후예가 되었다. 본능에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느 것이다. 의식에 배신당한 동물적 본능.

 

성경의 선()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성경은 우리가 각성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낙원에서 어떻게 처음으로 수치심을 배웠는지,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를 되살려낸 인간 본래의 꿈이다. 카인은 우리의 일부가 절대 깨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낸 최초의 인물이다. 우리 일부는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류 최최의 본능에는 살인 충동이 있다. 십계명은 우리는 결코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 우리 본능의 목록이다.

 

184

짐승은 모두 인간을 위해 창조되었으며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들었지만, 당연히 거짓말이다. 사슴은 제 영역을 위해 싸웠다. 울부짖고 뿔을 흔들고 목을 젖히며 나를 떨쳐내려 했다. 사슴은 살고 싶어했다. 죽은 남자에게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사실이다. 그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살해행위가 어떤 의미인지도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슴의 목을 잡은 두 손엔 사슴의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포와 처절한 상실감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핻 공정해질 수 없는 것. 바로 우리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이다. 죽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받아들일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살상을 통해 모든 것을 빼앗는다. 내가 직접 파괴하 이사 재생은 불가능하다.

 

살상에 대한 욕망도 사라진 지 오래다. 가능하다면 시간을 되돌려 총으 쏘지 않고 사슴숲속으로 달아나게 내버려두었을 것이다. 회한에 가득 찼지만, 당시엔 그런 단어조차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그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다. 의심의 여지없는 진리. 바로 가족의 법칙이자 세상의 법칙이다.

 

185

하지만 나는 그전과 달랐다. 그 순간 이후 살상은 늘 내게 너무 가혹했다. 살상은 언제나 강요에 따라 일어났다. 내가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인간이 되었다. 피할 수 있었지만 살상을 하고, 원하지 않으면서도 무언가를 죽였다.

 

187

의식(의식). 의식은 끔찍한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 나는 어느새 이 개복의식에 적응하고 있었다.(...) 바로 몇 분 전의 살상은 이미 아득한 과거가 되어 나를 위협하지 못했다.

 

202

우리가 지옥에서 끌어야 할 시체는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존재, 그 존재의 무게를 우리는 뒷걸음으로 질질 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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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재잘 제발 입 다물어!
피에르 델리 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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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질문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

 

세상에 얼마나 신기한 것과 궁금한 것이 많은지 쉴새없이 조잘조잘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귀엽기도 하지만 지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부쩍 궁금한 것과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아이들과 그 부모를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엄마 닭이 9개의 알을 낳으면서 시작한다. 알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재잘재잘 조잘조잘 끝없이 수다를 떠는 막내 병아리 때문에 엄마닭과 형제 병아리들은 지쳐간다. 그들은 수다쟁이 병아리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입을 모아 소리친다.

"제발 입 다물어!"

하지만 수다쟁이 병아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이름이 '입 다물어'인가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엄마 닭을 따라 농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엄마의 설명을 듣는 중에도 다른 병아들과는 달리 수다쟁이 병아리는 질문을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모든 동물들이 "입 다물어! 수다는 그만하면 됐어"라며 수다쟁이 병아리를 다그치고, 결국 병아리는 농장을 떠난다.

사실 수다쟁이 병아리는 단순히 말이 많은 것이 아니다.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이다. 수탉이 울어서 해가 뜨는 것인지, 돼지 꼬리는 왜 말려 있는 것인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 보는 낯선 것들이 궁금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하기 때문에 아이의 질문이 때로는 쓸 데 없어 보이는 것일 뿐...

하지만 엄마닭을 비롯한 형제병아리들과 다른 동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엄마가 생존에 꼭 필요한 벌레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데 수다쟁이 병아리는 딴청이다. 다른 (어른)동물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모두 경탄하는 데 수다쟁이 병아리의 질문은 엉뚱하고 예의가 없다. 실제쳤으면 엄마 얼굴이 붉어질 일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은 '꼭 필요한 내용'은 건성건성 들으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쏟고 물어보기 때문에 때로는 화가 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아이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마음도 한번쯤 같이 생각해 보게끔 한다.

 

수다쟁이 병아리가 농장을 떠난 후 농장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엄마 닭은 아이를 찾으러 떠난다. 어두운 숲속에서도 여전히 쉴 새 없이 질문을 하고 있는 입다물어(수다쟁이 병아리). 입다물어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기발하면서도 우리가 어렸을 때 한번 쯤 궁금해하던 것들이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사랑하실까?'라는 병아리의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찡 해졌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꾸지람이 ''에 대한 미움으로 들리는 아이들... 어른들의 무시와 면박에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작은 벌레도 귀신 같이 찾아내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궁금하게 여기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온갖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우리 아이들.

 어쩌면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아이들만의 특권이자 초능력일지도 모른다. 많은 교육서적을 통해 '질문'의 중요성을 알고 장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아이의 말에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나 또한 아이들의 질문을 잘 받아주고 성의껏 답해주려고 하지만, 적절하지 않을 때 질문을 하거나 질문만 하고 대답은 듣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날 때가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엄마 닭이 아기병아리를 보듬으며 약속을 하는 것이다. 질문을 계속 하되 때로는 조용히 자신의 차례에 말할 것,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볼 것, 대답에 귀 기울이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창 말이 많아지는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또 아이에게 질문할 때 바람직한 태도를 가슴 따뜻하게 알려주는 '재잘재잘 제발 입 다물어'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요즘 내가 우리 아이에게 자주 불러주는 '궁금이'라는 동요가 있는데 함께 들려주면서 이 책에 나온 수다쟁이 병아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마음껏 상상하고 또 다른 질문거리를 찾는 것 자체로 우리 아이들은 이미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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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의 10년 동안 써먹을 부동산 비타민
아기곰 지음 / 중앙일보조인스랜드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아기곰의 10년동안 써먹을 부동산 비타민 -아기곰

 

2007년 말에 발행된 책이지만 10년간 써 먹을 수 있다는 제목을 믿고(아직 2~3년 더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된 책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대기업 기획실에서 근무하며 사원들에게 재테크 강의를 해 온 저자의 특이한 이력답게 이 책에서 부동산 관련 지식을 기존의 책들과 다르게 설명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말했다시피 다양한 비유와 예시를 이용하여 부동산의 원리와 이론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하겠다. 저자의 비유를 먼저 듣고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쉽고, 언뜻 보았을 때 내가 아는 상식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예를 들어 그 이유를 설명해 주어 납득이 가게 한다.

분양대금을 계산하여 저평가 된 아파트를 찾는다든지, 분양가 산정방식에 근거한 정부의 부동산대책의 허점을 설명하는 것은 신선한 접근법이었다. 논리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부동산 지식을 알려주고, 시세 분석 방법이나 시장 흐름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점도 좋았다.

이미 정부가 두 번 바뀔 만큼 오래전(?)에 발간된 책이어서 저자가 예측한 미래 부동산 모습의 결과를 알 수 있는 점은, 이 책을 늦게 읽었기에 가능한 또 다른 재미이다. 비록 저자는 소형주택의 강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 지적했지만 지금도, 또 가까운 미래에도 소형주택이 강세를 띠고 있기에 그 예측이 어긋난 듯 보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의 설명에 따라 변화의 모습을 살펴본다면 앞으로의 부동산 흐름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에 저자는 누구나 손해 보지 않는 빅딜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서울시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지금, 저자의 이 정책이 실현되었더라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지식을 또 하나 쌓게 되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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