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재잘 제발 입 다물어!
피에르 델리 글, 마갈리 르 위슈 그림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질문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

 

세상에 얼마나 신기한 것과 궁금한 것이 많은지 쉴새없이 조잘조잘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귀엽기도 하지만 지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부쩍 궁금한 것과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아이들과 그 부모를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엄마 닭이 9개의 알을 낳으면서 시작한다. 알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재잘재잘 조잘조잘 끝없이 수다를 떠는 막내 병아리 때문에 엄마닭과 형제 병아리들은 지쳐간다. 그들은 수다쟁이 병아리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입을 모아 소리친다.

"제발 입 다물어!"

하지만 수다쟁이 병아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이름이 '입 다물어'인가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엄마 닭을 따라 농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엄마의 설명을 듣는 중에도 다른 병아들과는 달리 수다쟁이 병아리는 질문을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모든 동물들이 "입 다물어! 수다는 그만하면 됐어"라며 수다쟁이 병아리를 다그치고, 결국 병아리는 농장을 떠난다.

사실 수다쟁이 병아리는 단순히 말이 많은 것이 아니다.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은 것이다. 수탉이 울어서 해가 뜨는 것인지, 돼지 꼬리는 왜 말려 있는 것인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 보는 낯선 것들이 궁금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하고 당연하기 때문에 아이의 질문이 때로는 쓸 데 없어 보이는 것일 뿐...

하지만 엄마닭을 비롯한 형제병아리들과 다른 동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엄마가 생존에 꼭 필요한 벌레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데 수다쟁이 병아리는 딴청이다. 다른 (어른)동물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모두 경탄하는 데 수다쟁이 병아리의 질문은 엉뚱하고 예의가 없다. 실제쳤으면 엄마 얼굴이 붉어질 일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은 '꼭 필요한 내용'은 건성건성 들으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쏟고 물어보기 때문에 때로는 화가 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아이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의 마음도 한번쯤 같이 생각해 보게끔 한다.

 

수다쟁이 병아리가 농장을 떠난 후 농장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엄마 닭은 아이를 찾으러 떠난다. 어두운 숲속에서도 여전히 쉴 새 없이 질문을 하고 있는 입다물어(수다쟁이 병아리). 입다물어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기발하면서도 우리가 어렸을 때 한번 쯤 궁금해하던 것들이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사랑하실까?'라는 병아리의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찡 해졌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꾸지람이 ''에 대한 미움으로 들리는 아이들... 어른들의 무시와 면박에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작은 벌레도 귀신 같이 찾아내고,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들을 궁금하게 여기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온갖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우리 아이들.

 어쩌면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아이들만의 특권이자 초능력일지도 모른다. 많은 교육서적을 통해 '질문'의 중요성을 알고 장려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아이의 말에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나 또한 아이들의 질문을 잘 받아주고 성의껏 답해주려고 하지만, 적절하지 않을 때 질문을 하거나 질문만 하고 대답은 듣지 않는 모습에 화가 날 때가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엄마 닭이 아기병아리를 보듬으며 약속을 하는 것이다. 질문을 계속 하되 때로는 조용히 자신의 차례에 말할 것,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볼 것, 대답에 귀 기울이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창 말이 많아지는 우리 아이를 이해하고, 또 아이에게 질문할 때 바람직한 태도를 가슴 따뜻하게 알려주는 '재잘재잘 제발 입 다물어'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요즘 내가 우리 아이에게 자주 불러주는 '궁금이'라는 동요가 있는데 함께 들려주면서 이 책에 나온 수다쟁이 병아리의 질문에 대한 답을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마음껏 상상하고 또 다른 질문거리를 찾는 것 자체로 우리 아이들은 이미 배우고 있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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