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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강한 아이의 비밀 - 마시멜로 실험 이후 교육계에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아이의 참을성에 대한 발견
스튜어트 쉥커, 테레사 H. 바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6월
평점 :
스트레스에 강한 아이의 비밀 –스튜어트 쉥커, 테레사 바커
‘마시멜로 실험 이후 교육계에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아이의 참을성에 대한 발견’이라는 부제답게 아이의 문제행동이 아이의 성향이나 교육의 정도, 참을성과 노력 여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기한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쓸데 없이 예민하고, 산만하고 폭력적인 아이를 보면 으레 까탈스러운 아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 아이가 남들보다 청각이 예민한 것일 수도, 조명에 눈이 부신 것일수도, 상대방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 사회적, 친사회적 영역의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일 수 있다. 따라서 책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자기 통제’가 아닌 ‘자기 조절’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한 편의 장대한 보고서 혹은 논문 같다(실제로 책의 말미에는 170개의 주석과 수많은 참고문헌이 기록되어 있다). 기존의 통설이나 연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기 조절을 위한 다섯 가지 영역 모델을 제시한다. 다섯 가지 영역 모델이란 앞에서 말한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 사회적, 친사회적 영역이다. 2부에서 각 영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임상 사례를 소개하고 어떤 방향으로 조언하거나 치료해 나갔는지 알려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문제 행동이라 보여지는 행동들의 이유와 스트레스 요인, 부모의 스트레스와 자기 조절 습관을 길러주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이의 이유 없는(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을 보며 부모나 어른은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거나, 논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는데, 이미 흥분하거나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의 아이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땐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상황(주변, 아이의 반응 등)을 자세히 관찰하여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해 주고, 아이도 그것을 자각하게 만들어 점차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는 아이의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자기 조절법을 알려주는 것 보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스트레스 반응’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하는 거친 말과 행동에 상처 받는 부모가 많은데, 이런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게 되면 아이가 하는 액면 그대로의 말에 상처 받기 보다는 아이의 괴로움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게 되고 아이를 도와주고자 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책이 한 편의 논문과 같아서 빨리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되었고, 인식하지 못했던 스트레스 영역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중간 중간 나온 임상 사례들과 변화 과정도 흥미로웠다. 대내외적으로 자녀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신의 아이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본 부모라면 이 책을 읽고 아이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스트레스 요인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70쪽
스티븐의 부모는 아이의 감정이 폭발하면 어릴 때 해줬던 것처럼 화내지 않고 달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 스티븐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사실 몰라요. 그런 행동은 지금 내가 괴롭다는 것을 알리는 아이 나름의 표현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인식 전환의 핵심이다.
우리는 아이가 괴로운 상태에서 하는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언어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기능에 익숙해서 아이가 하는 말에만 귀 기울일 뿐,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89쪽
비디오 영상이라는 정교한 미시 분석을 통해 과학자들은 엄마의 동공이 확장되면 아기가 더 많이 웃고, 반대의 경우 아기의 웃음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엄마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활짝 웃으면 아기는 기뻐하면서 갑자기 활기를 보인다. 아기가 방긋 웃으면 엄마에게도 아기의 긍정적인 반응이 바로 전달된다. 그래서 아기와 엄마 모두 이른바 공생적 과각성 상태symbiotic state of heightened arousal에 놓인다. 서로에게 기쁨을 느끼면서 둘 다 감정이 고조되는 것이다.
105쪽
소리기피증을 앓는 성인은 보통 신경증 환자로 분류되는데, 그들에게 거슬리는 소리가 주변 사람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까다로운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사실 방어적 행동인데도 반항아라고 낙인찍힌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는 것이다.
122쪽
딸의 행동은 고통을 알리는 우뇌의 순수하고 여과되지 않은 표현법이었다. 마리가 로지를 재빨리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우뇌식 소통법으로 대처했기 때문이었다. 불을 끄고 목소리를 낮추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어루만지면서 엄마는 의사소통을 받아들이는 딸의 뇌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 부분은 감정적 각성과 관련된 신경망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123쪽
로지가 각성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징후는 아기 때부터 있었지만, 열 살이 되면서는 그저 까다롭고 버릇없는 아이로 취급 받았다. 아기가 일부러 칭얼댄다고 보는 사람은 없듯이 로지가 아기 때 모인 행동 역시 당연히 고이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이가 클수록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16~170쪽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는 주위에서 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도 아닌 ‘어쩌고저쩌고어쩌고…’에 가깝게 들린다. 즉 질질 끄는 소리처럼 들린다. (...)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겪는 이런 어려움은 생소한 외국어에서 미묘한 발음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물론 사람들 말이 들리지 않을수록 거기에 집중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말이다. 이때 청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다만 우리 뇌의 청각 센터가 그 음성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설령 모국어라도 음성을 처리하는 뇌의 청각 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지금 내 귀에 들리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176~177쪽
우리 클리닉은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많은 아이들에게 산만함을 낮추거나 단계별로 계획된 훈련이 아니라 신체적 자각을 높이는 연습부터 시킨다.(...)
아이들이 이런 내부 감각에 집중하게 하는 네 가지 기본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느리게 행동하기(일상에서 아이와 말하고 대화하고 교감할 때, 특히 아이에게 지시할 때 속도를 느리게 한다.)
• 시각이나 청각 등 특정 자극의 강도를 높에서 아이가 그 감각을 충분히 인지하게 한다. 그리고 아이의 경보기를 울리는 자극의 강도를 낮춘다.
• 생각이나 지시 사항을 부분으로 나눠서 한다. 아이가 한 번에 한 가지 절차나 한 가지 정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 신체 활동이나 감각 자극 게임을 통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을 아이가 깨닫게 한다. 아이에게 그 순간 로봇이 된 기분이었는지, 아니면 봉제 인형이 된 기분이었는지 물어본다.
186쪽
가령 최근 연구에 따르면, ADHD를 앓는 아이들은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뇌 부위가 느리게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직 그것의 인과 관계를 밝히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 발달 속도가 정상인 아이들에게 하듯이 똑같은 인지적 요구를 하면 더욱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발달 속도가 정상인 아이보다 시간의 흐름이 보통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전에 나는 ADHD를 앓는 친구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다. 친구는 성인이 되어서 ADHD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고 했다. 친구는 난생처음 세상과 내가 딱딱 발이 맞는 기분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훨씬 줄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