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의 정신현상학 1 - 철학사상총서 11
장 이뽈리뜨 / 문예출판사 / 198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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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아이디가 고로케라고 하는 어느 분과 이뽈리뜨에 대해 논쟁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이뽈리뜨의 인용문 하나를 옮겨 적었더니 독일어 겨우 읽어내는 나를 나를 보고 이뽈리뜨의 '논리와 실존'이라는 저서를 불역본으로 봤는지, 영역본으로 봤는지를 너무나 진지하게 물어서 나의 어학 공부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킨 논쟁으로 기억한다 (결국 인문학 공부는 어학이 그 사람의 지식폭을 결정짓는다).

그 논쟁은 결국 쌍욕(바보, 머저리, 병신)까지 오가는 것이 서로간의 인격형성에 좀 안 좋다고 생각되어 둘이서 서로 대화방에서 만나 화해로서 기분좋게 끝을 냈다. 지금은 그분이 나를 보면 항상 존경스러운 어투로 칭찬하는 것이 차라리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오늘날 프랑스 철학이 세계에 유행을 하지만 그 기원은 이뽈리뜨의 헤겔 정신현상학 변역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들뢰즈나 데리다 푸코 같은 이들의 수업기간에서 이뽈리드와 헤겔의 이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푸코와 들뢰즈는 그의 강좌를 들었고 데리다는 그의 조교였다.)

이뽈리뜨가 살아온 시대는 헤겔에 대한 해석과 마르크스와의 대비(인간주의적 맑스 해석), 또 현상학의 수용과 실존철학의 틈바구니에서 헤겔 철학을 올바르게 규정짓는 그의 사상과 무관하지 않았는데, '의식'이라는 문제에서 '언어'라는 새로운 철학적 문제에 연관되어지는 현대철학의 선구는 이미 헤겔의 영역 속에 포함되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이뽈리뜨의 평생작업이었고 이런 점은 데리다난 레비나스 같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덧붙이자면 소위 68세대라 불리는 알뛰세 주의자들은 샤르트르, 이뽈리뜨, 르페브르 같은 거의 아버지뻘 세대들을 비판하며 이론중심적이며 구조주의적인 맑스주의 해석을 창안하다.

사실 프랑스 철학자들의 모든 논의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그 기원을 볼 수 있기에 내가 헤겔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읽어내는데 너무나 커다란 이익이 된다. 어느 선배는 내게 후설을 권유했지만 아마 내가 그런 질문을 받는 다면 헤겔을 보라고 권할 것이다. 내사랑 헤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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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학 민음사 인문사회과학 총서 5
윤호병 지음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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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19세기 초에 처음 비교문학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래로 그 비교문학이란 학문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수많은 이들의 연구가 있어왔다. 단순히 두 나라 문학이 가지고 있는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한 고찰 뿐만 아니라 번역, 수용과 영향사에 대한 문제, 미술이나 음악과의 관련성, 일반문학과의 대비, 고전(kanon)에 대한 문제, 제 3세계 문학의 평가와 같은 수많은 문제꺼리들이 이 학문에서 얘기되어 질 수가 있다.

영국의 어느 평론가의 지적대로 '사이비학자는 작품을 이해하거나 읽지는 않고 분류부터 한다.' 이 책에서도 역사주의 비평, 해체주의와 그 미국판인 예일학파들, 현상학적 비평 등 수 많은 이론들이 저자의 체계적인 이해가 아니라 짜집기식 해설에 그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내 대학에 있는 비교문학과정의 문제점들이 대부분 문학이론들에 대한 소개로 그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이 책에서는 외국 이론가들에 대한 일반적 소개들과 우라나라의 일제 식민지 시대나 60년대 무렵의 작가들에 대한 비교문학적 설명을 함으로써 개론으로 읽히기에는 다소 산만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뒷부분에 나오는 인명 주석들의 방대함과 초기 비교문학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미국학파와 프랑스학파의 대비, 각 국가별로의 비교문학 태동을 그 문헌들의 원문 주석과 함께 소개하고 있음은 원문을 찾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주는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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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이해 - 문학예술총서
E.M.포스터 / 문예출판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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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서 작가는 연대기적 성립과정이나 외적 요소들을 생략하고, 문학의 이해에 있어서 기본적인 분석틀들 즉 인물, 플롯, 환상, 예언, 그리고 패턴과 리듬에 이르는 다양한 잣대를 가지고, 또 실제 영문학에서 중요한 작품들의 예문을 수없이 들며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서술은 소설의 분석에만 한정된다기 보다는 인간 전체에 대한 작가의 통찰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사랑을 하면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 또한 그들은 무엇을 주려고 하기 때문에, 이 이중목적이 사랑을 음식이나 수면보다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소설이 왜 역사나 희곡 등과 구별되는지를 그 본래의 형식적 특성을 하나하나 점검해 가며, '중학생도 이해할만한' 구어체로 얘기하지만 정작 결론 부분에서 말하는 작가의 의중은 소설의 위기와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학자로서의 고민이 들어있다.

'나는 인간정신의 두 움직임을 본다. 역사라고 하는 그 지리한 전진이 그 하나이고, 게걸음처럼 수줍어하는 옆걸음운동이 그 하나이다.'

이 옆걸음 운동. 이 너무 느리고 조심성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인간정신의 한 단면인 '문학'은 시대를 회고하고 반영할 수 있음과 그 발전을 바라는 작가의 희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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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의 상상력과 언어 - 기호학총서 6
위르겐 트라반트 / 인간사랑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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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확신으로 굳어지게 된 것 중의 하나가 소위 말하는 발달사 내지는 변천사를 믿지 않는 것이다. 즉 어느 철학자는 과거의 무슨 생각을 극복했다거나 바꾸었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 대부분 그 반대가 존재한다는 것. 아마 새로운 철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늘 '새로운 문장' 찾기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기호학과 언어학에 소쉬르에서부터 프랑스 구조주의로 이어지는 전통이 유행했지만, 그런 사유의 바탕은 헤겔 이전 훔볼트에 거의 완성된 듯하다. 서구 음성주의 전통의 극복을 말하는 데리다(그라마톨로지)는 결국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훔볼트에 대한 개론서라기보다는 기존의 훔볼트에 대한 비판(나치즘의 선구)과 해석들에 대한 저자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또 단편적인 유사점이나 다른 학자들에 대한 개론적인 이해를 경솔히 연결시키려는 데서 해설로 보기에는 다소 유치한 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언어학만을 전공하는 역자들의 무식함도 한몫한다.(사실 난 촘스키의 경우에서 보듯이 언어학의 결론은 사회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주의의 전통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 다음 훔볼트의 글만 가지고 확신하는데 구조주의에 대한 어떤 전체적 조망이 없기에 다소 비약이라는 느낌을 준다.

'어떤 언어 안에 무엇이 표현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무슨 용도로 고유한 내적 힘에서부터 고무되고 감격하는가 라는 것이 그 언어가 우수하냐와 부족하냐의 결정요소이다.'

이런 식으로 현대 언어학이나 철학사조에 대한 일관된 체계와 비교를 저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

언어에 대한 상호 소통과 그 경계선을 넘어서는 기원, 사회적 억압, 소위 말하는 타자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상력에 대한 서술들.

'최초의 것은 물론 말하는 사람 자신의 개성인데, 그 말하는 사람은 자연과 지속적이며 직접적인 접촉을 하며, 언어 안에서도 나의 표현을 자연에 대립시키는 것을 중지 할 수 없다.'

'언어는 언제나 권력의 동반자이다.'

비코와의 비교를 하고 있는 7장에서 보이듯이 예술론으로 확대되는 상상력에 대한 고찰에서, 대상들이 인지되고 이것이 인간들에 의해 대상물로 나타나게끔 지향되고 변모되는 특성에 언어적인 것들의 특성을 찾는 것이다.

'상상력이란 지성의 근본적인 능력이다. 그리고 상징들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약화 되는 사회는 동시에 행동하는 그들의 능력도 잃게 된다.'

그의 형이 미국을 두번째로 발견한 인류학자로서도 유명한 훔볼트의 언어연구는 언어적 독특성에 숨겨진 세계관이나 관념에 대한 탐구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정치에서 은퇴한 40세 이후에 쏟은 학문에 대한 정열이나 프랑스의 디드로를 좋아하게 되어 그의 전집 15권이 나오자 단숨에 읽어 버린 것, 딸들과 저녁식탁에서 고대 희랍어로 얘기했다는 일화 등에서 그의 자유로운 정신에 다시 한번 자극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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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구조와 상상력
노드롭 프라이 / 집문당 / 198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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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책을 읽어 나가며 느끼는 것 한 가지는 어느 한 사상가가 위대하다고 말할 때 그 경외심은 그가 해낸 작업의 통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분별하고 차이 지우는 그의 분석력에서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최대의 비평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프라이가 장르나 문학비평에서 체계지우는 논의들은 인용범위가 넒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제 하나 하나를 전개시켜 나가고 상세한 조건들까지 의문시하며 되짚어 나가는 정밀함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도 우리는 인생의 반영으로서의 문학에서부터 자율적인 언어로서의 문학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예술을 낳은 힘이나 예술을 보호 장려하는 여러 가지 여건들에서 빠지지 않는 하나의 계급이나 사회적 기반과 같은 문학외적인 것에 종속시키는 윤리적 입장과 신비평과 같이 순수하게 문학적인 것만을 따지는 비평, 또 단지 무의미한 말들을 중얼거리는 개론적인 수사적 비평, 문헌학자들처럼 작품목록을 만듬으로써 어떤 객관성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들을 비판하며 프라이가 제시하는 것은 신화비평 내지 원형비평이다.

'말하자면 원형이란 전형적 또는 반복적 이미지이다. 필자가 뜻하는 원형은 하나의 시를 다른 시와 연결하고,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문학경험을 통일하고 통합하는 상징이다. 그리고 원형은 전달이 가능한 상징이기 때문에, 원형비평은 주로 사회적 사실로서의 그리고 전달의 양식으로서의 문학에 관심을 가진다.'

프라이가 말하는 원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 관념이다. 그것은 신화, 로만스, 상위모방, 하위모방과 같은 여러가지 카테고리 안에 각각 분류되어 나타나는 점에서 기호와는 구분된다. 원형을 가진 인간 행위는 모방으로서 반복과 욕망의 요소는 개개의 시를 전체의 단위로서, 유형적이고 관습적인 요소를 만들기 마련이다. 인간이 보고 있는 자연은 체계적인 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연인 것이다.

'시인은 전형적이고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 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보편성 있는 사건이라고 말한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준다.'(p51)

프라이의 원형비평이론은 그의 박학에 의해 강하게 지지받고 있다. 지성주의를 추구하며 그 난해한 시를 쓰는 엘리오트마저 남김없이 다른 작품들의 소재와 이미지들을 연결시켜 나가며 그 문학의 전통 안에 합류시켜 나가는 모습은 진정한 문학이해의 모습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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