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구조와 상상력
노드롭 프라이 / 집문당 / 1987년 10월
평점 :
절판


계속 책을 읽어 나가며 느끼는 것 한 가지는 어느 한 사상가가 위대하다고 말할 때 그 경외심은 그가 해낸 작업의 통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분별하고 차이 지우는 그의 분석력에서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최대의 비평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프라이가 장르나 문학비평에서 체계지우는 논의들은 인용범위가 넒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제 하나 하나를 전개시켜 나가고 상세한 조건들까지 의문시하며 되짚어 나가는 정밀함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소설을 읽을 때에도 우리는 인생의 반영으로서의 문학에서부터 자율적인 언어로서의 문학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예술을 낳은 힘이나 예술을 보호 장려하는 여러 가지 여건들에서 빠지지 않는 하나의 계급이나 사회적 기반과 같은 문학외적인 것에 종속시키는 윤리적 입장과 신비평과 같이 순수하게 문학적인 것만을 따지는 비평, 또 단지 무의미한 말들을 중얼거리는 개론적인 수사적 비평, 문헌학자들처럼 작품목록을 만듬으로써 어떤 객관성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들을 비판하며 프라이가 제시하는 것은 신화비평 내지 원형비평이다.

'말하자면 원형이란 전형적 또는 반복적 이미지이다. 필자가 뜻하는 원형은 하나의 시를 다른 시와 연결하고,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문학경험을 통일하고 통합하는 상징이다. 그리고 원형은 전달이 가능한 상징이기 때문에, 원형비평은 주로 사회적 사실로서의 그리고 전달의 양식으로서의 문학에 관심을 가진다.'

프라이가 말하는 원형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 관념이다. 그것은 신화, 로만스, 상위모방, 하위모방과 같은 여러가지 카테고리 안에 각각 분류되어 나타나는 점에서 기호와는 구분된다. 원형을 가진 인간 행위는 모방으로서 반복과 욕망의 요소는 개개의 시를 전체의 단위로서, 유형적이고 관습적인 요소를 만들기 마련이다. 인간이 보고 있는 자연은 체계적인 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연인 것이다.

'시인은 전형적이고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 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보편성 있는 사건이라고 말한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준다.'(p51)

프라이의 원형비평이론은 그의 박학에 의해 강하게 지지받고 있다. 지성주의를 추구하며 그 난해한 시를 쓰는 엘리오트마저 남김없이 다른 작품들의 소재와 이미지들을 연결시켜 나가며 그 문학의 전통 안에 합류시켜 나가는 모습은 진정한 문학이해의 모습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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