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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하고 딸과 세계여행 갑니다 - 아빠와 딸의 좌충우돌 성장기
이재용.이서윤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8월
평점 :
#육아휴직하고딸과세계여행갑니다 #북로그컴퍼니

라고 내가 선언하면 너무 너무 좋겠지만,
이 놀라운 경험의 주인공은
연구원 아빠와 7세 딸의 이야기이다.
스페인 한 달 살기, 안나푸르나 트레킹, 사하라 사막 투어,
평범한 동네 놀이터까지
아빠와 딸의 192일 세계여행 기록,
“육아휴직하고 딸과 세계여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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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막연한 꿈이 있었다.
7세 아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해외에서 한달살기!!
우리 회사는 3년마다 안식휴가를 주고,
3년의 3번째 안식에는 무려 2개월의 휴가를 준다.
입사 10년차가 넘은 엄마에겐 이미 휴가는 주어졌는데
아이와 선뜻 떠날 용기가 생기지 않았던 것.
막연히 생각할 때는
어디든 갈수 있을 거 같았는데,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때가 되자
어려가지 걱정이 생긴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그렇게 오래 지낼 수 있을까?
엄마와 아이들뿐이라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해외 라는게 중요할까?
국내라도 우리가 함께 있으면 되는 거 아냐??
라며 슬슬 핑계거리를 찾던 차에
엄마 눈에 딱 들어온,
무려 엄마없이 아빠와 7세 딸이 다녀온 세계여행이야기!
게다가 다녀온 곳도 심상치 않다.
한달살기로 많이 들었던
호주, 말레이시아, 하와이 이런 곳이 아니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으로 데뷔전을 치르고
20개국을 다녀왔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의 두달의 안식을 어떻게 사용하지 결정해야겠다고_
결심해본다

바르셀로나에서 위원도 했다는 아빠의 영어유창성과
대학시절 work&travel을 했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러니까 해외에서 192일이나 있을 수 있지..!
싶은 상대적박탈감(?)도 느낄 수 있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낯선곳을 24시간이나
부녀 단둘이, 그것도 관광지가 아닌
사막, 아프리카, 유럽 등을 다니는 모습을 보며
아이와 긴 여행의 끝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나가는지,
아이와 여행은 어떻게해야하는지를
느껴볼 수 있었다

회사에서 일한다는 핑계로
주말에는 쉬고 싶다는 핑계로
저녁에는 일찍 자야한다는 핑계로
우리는 아이들을 얼마나 저 뒤로 밀어두고 있었을까?
어느날 부쩍 커버린 아이를 앞에두고
지나가버린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서.
짬짬이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아이와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 왜이리 어려운 걸까.
아빠는 괌에서 아이의 성장에서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_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일년의 육아휴직을 하고(생계는 엄마가!)
7세 딸과 세계로 출발.
아이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티켓은 편도로..!!
어디로 갈지, 얼마나 지낼지는
현지에서 결정한다는 모토로.
그리고 아이를 기쁘게 하겠다는 사명감을 벗어던지고
놀이터에서 바다에서, 스키장에서
보석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때
더욱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 과정에서.
나도 아이와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부모가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넘어지지 않도록,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뒤에서 템포를 조정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p.282
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욕심이 많았다.
뭐든지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여행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서윤이가 좋아하는 것 하나만 충분히 즐기자!
p.326
무엇보다 나와 서윤이는 여행을 통해 서로를 배웠다.
서윤이는 나를 아주 잘 알게 되었고,
나도 서윤이를 아주 잘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여행은 충분히 값지고 찬란하다
p.338
가끔 아이들과 긴시간을 보내다보면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은 익숙해짐을 느끼곤 했다.
워킹맘의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선생님과 보내고,
엄마도 사회인으로 보내다보면
학생에서 아들로
회사원에서 엄마로 지내는 시간이 길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삐걱삐걱
내 생각과 같지 않은 상대에게 실망도 하고,
그렇게 투닥거리다보면 짧은 저녁시간도,
얄팍한 주말도 끝나버리곤 했다.
하지만 워킹엄마에겐 꽤 긴 1주 정도의
방학&휴가 시간을 보내다보면
두 사람의 다른 주파수가 조금은 맞춰진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아이는 떼를 쓰기보단 또박또박 말하는게
엄마에게 더욱 잘 먹힌다는 걸 알게 되고,
엄마도 딱부러지게 말하기보다
부드럽게 회유해주면 아이가 더욱 씩씩해지는 것을.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맞춰진듯했던 주파수는 다시 자기만의 음역대를 찾아
그렇게 또 엇나가곤 한다.
사실 책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아빠의 “여정”보다는 아이의 “성장”이었다.
7살 서윤이는
여행초반엔 아빠 뒤에 숨어 쭈뼛거렸지만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아빠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스스로 샤워를 하고,
하나를 담으면 하나를 덜어내야하는
여행자의 가방 싸는 법을 배우고,
짧은 순간 친구를 사귀기위해
스스로 다가가 영어로 말을 걸 만큼 씩씩해졌다.
회사어린이집을 다녀서
낯선 친구들과의 적응을 걱정하는 엄마아빠에게
다들 한국말 하는데 뭐가 문제야!
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이 생긴 것.
책장을 덮고 당장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한달살기를 하는 엄마의
소망도 다시금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마법같은 시간을 위해
모든 부모가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어디에서라도
아이랑 눈을 마주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다시금 목표를 다져본다.
큰아이 7세때는 비록 떠나지 못했지만
둘째 7세 봄에는 꼭 떠나보리라고.
그전까지는
눈을 맞추고, 존중해주고, 많이 물어봐주고, 폭풍칭찬
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반짝반짝 채우자.
세상의 많은 엄마 아빠들이
아이와 시간을 꽉 채워 보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