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시민 불복종
변재원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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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전장연 시위에 관심은 있었지만 지방에 살고 있어서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전장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전장연은 왜 데모를 하는지, 데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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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잠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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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주인이 잠깐 외출한 개농장을 침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길고 험한 길 끝에 개들이 짖는 소리를 가리기 위해 '에버그린'을 크게 틀어단 개농장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부터 울기 시작했다. 개농장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버려진 개농장이나 유기견 구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 참혹하고 슬픈 현장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나온다. 이 책에 묘사되는 번식장, 도사장, 개농장, 개시장, 그리고 도살장까지. 그 모든 참혹한 곳의 모습들이 인터넷에 검색 몇 번만 하면 금방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에선 개들이 죽어간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그런 곳, 번식장이나 도사장 등에 사람이 몰래 방문하면 개들은 자신을 그토록 아프게 만든 게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향해 꼬리를 흔든다. 개농장에서 태어나 물 한 방울 마셔본 적이 없는 개들이 그토록 자신을 괴롭힌 인간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것이다. 무엇이 그리 좋다고.

책은 바로 그런 개들의 삶을, 그리고 죽음을 쫓는다. 우리가 펫숍에서 하얗고 예쁜 강아지를 사서 기르는 동안 그 뒷편에서는 뜬장에서 길러지는 모견들, 물 한 방울 못 마시고 죽어가는 개농장의 개들이 그 '예쁜 강아지'를 위해 죽어가고 있다고. 우리가 눈을 떠야만 한다고. 책은 그렇게 말한다.

나는 작고 늙은 시추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내가 울고 있으니 내 옆에 와 앉아 꼬리를 축 내리고 내 기분을 살피는 시추를 안아주었다. 내 개 역시 내게 오기 전에 여러 곳의 집에서 파양을 당했었다. 저자에게 찾아간 피피처럼 내게 찾아온 나의 개는 내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내게 개가 없었어도 세상은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개들에게 물을 준 적이 없어요. 개농장의 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맹물을 마시지 못해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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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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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와 추리/미스터리가 섞여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법인데, 이 책은 그걸 해낸다. 초현실적인 현상이 나오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미스터리 역시 설득력 있다. 스토리는 모든 장르를 포용하며 결말부에 먹먹한 여운마저 준다. 서스펜스와 오컬트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올 여름 단 한 권의 소설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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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몰리 미셸모어 지음, 강병익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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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하면 복지가 거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는데, 왜 그런 나라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그 부분을 파고 든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징과 공화당의 장기 집권이 세금 운용과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고 있다. 서문을 읽으면 책이 무척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내용에 비해 아주 쉬운 말로 쓰인 책이라 누구나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상황과도 아주 맞닿아 있어 일독을 권한다.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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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보다 몽롱 - 우리 여성 작가 12인의 이토록 사적인 술 이야기
허은실 외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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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혼자 술 마시는 여자들, 혼자 우는 여자들, 서성거리는 여자들, 중얼거리는 여자들, 두 목소리로 말하는 여자들, 심장이 터지게 액셀을 밟으며 소리를 지르는 여자들, 눈알이 번뜩이는 여자들, 그 여자 정신이 아주 나가 버렸대. 그런 여자들을 나는 알지. 친애하는 나의 자매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안아 주지 않을지라도 술은 그대들을 안아 주기를. 이 밤 안전하게 취해 있기를. 내내 안녕히, 안녕하기를" p.23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보통 어린이들에게 하는 고 녀석 참 똘똘하네, 크게 되겠네, 이런 게 아니었다. 어른들은 이상하게 나를 보면 너 커서 술 참 잘 마시겠다고 했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렸을 적부터 덩치가 남달라서였는지, 아니면 모두 알코올 중독으로 병사한 친가의 이력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언제가 되었든 얼큰하게 취해있었던 모부를 보고 어림짐작한 건지, 이유는 영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그런 말을 듣고 자란 나는 실제로 술을 '잘', '많이' 마시는 어른이 되었다.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와 마시는 맥주, 한겨울에 오들오들 떨면서 포차에 들어가 따신 국물에 소주, 일식점에 가면 꼭 시키는 하이볼, 연말에 케이크니 음식을 한가득 차려놓고 마시는 와인까지. 술의 세계는 넓고도 깊었고 나는 주종을 가리지 않고 힘껏 탐닉했다. 나는 술자리가 좋아서 술을 마시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라, 술이 좋아서 술자리에 나가는 사람이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홀로 한 잔 할 때고, 그보다 좋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다.
작가들이 애주가인 건 원래부터 유명한 사실이지만 시인들 또한 그런 줄은 몰랐다. 허나 생각해보면 시처럼 술과 비슷한 게 있을까. 또렷한 현실을 조금 비켜가게 해주는 아름다움. 영롱하기도, 몽롱하기도 하고 쓰면서 달콤한 맛까지.

그러니 내가 사랑하는 시인들이 내가 사랑하는 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니, 기대를 않을 수가 없었다. 다들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신나는 기분으로 와인을 마실 때 꼭 먹는 과자 한 아름과 디저트, 백화점에 가서 산 레드 와인을 준비해놓고 책을 폈다. 한 챕터를 읽고 바로 잔을 내려놓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만 원짜리 화이트 와인을 사 왔다. 비싼 술을 들고 젠체하며 읽어서는 맛이 안 살았다.

마치 여러 명의 낯선 사람들과 만나 거나하게 취한 뒤 2차나 3차쯤에서 나누게 되는 진솔한 이야기 같은 글부터 아 전 술은 사양할게요, 하며 금주의 원인에 대해 털어놓는 이야기까지. 정신없이 글과 함께 마셨다. 술에 취하면 섧게 우는 사람, 과거 얘기를 하는 사람, 조용히 마시다 고꾸라지는 사람, 하염없이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끔 참된 이야기꾼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술이 술술 넘어간다고 하던가. 기껏 사 온 주전부리도 몇 개 먹고 만 채 술에만 기대어 책을 읽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그럼에도 영롱한 글들을 가만가만 읽다 보니 술이 다 깨어 또랑또랑한 눈으로 내일 또 봐, 하고 싶어진다. 오늘 재밌었어, 내일 또 봐. 내일은 술 말고 커피 마시자. 이런 말이 실현된 적은 없을지라도, <영롱보다 몽롱>은 맨정신에 다시 읽을 수 있겠지. 그러나 또다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아무도 안아 주지 않는" 밤, 술이 절실히 필요한 밤엔 꺼내어 읽으며 한 잔 홀짝일지도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는 책에 기대어 조금 훌쩍이면서.

안녕히,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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