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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잠비 / 2023년 7월
평점 :
책은 주인이 잠깐 외출한 개농장을 침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길고 험한 길 끝에 개들이 짖는 소리를 가리기 위해 '에버그린'을 크게 틀어단 개농장이 나온다. 나는 이 장면부터 울기 시작했다. 개농장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버려진 개농장이나 유기견 구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 참혹하고 슬픈 현장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나온다. 이 책에 묘사되는 번식장, 도사장, 개농장, 개시장, 그리고 도살장까지. 그 모든 참혹한 곳의 모습들이 인터넷에 검색 몇 번만 하면 금방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에선 개들이 죽어간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그런 곳, 번식장이나 도사장 등에 사람이 몰래 방문하면 개들은 자신을 그토록 아프게 만든 게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향해 꼬리를 흔든다. 개농장에서 태어나 물 한 방울 마셔본 적이 없는 개들이 그토록 자신을 괴롭힌 인간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것이다. 무엇이 그리 좋다고.
책은 바로 그런 개들의 삶을, 그리고 죽음을 쫓는다. 우리가 펫숍에서 하얗고 예쁜 강아지를 사서 기르는 동안 그 뒷편에서는 뜬장에서 길러지는 모견들, 물 한 방울 못 마시고 죽어가는 개농장의 개들이 그 '예쁜 강아지'를 위해 죽어가고 있다고. 우리가 눈을 떠야만 한다고. 책은 그렇게 말한다.
나는 작고 늙은 시추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내가 울고 있으니 내 옆에 와 앉아 꼬리를 축 내리고 내 기분을 살피는 시추를 안아주었다. 내 개 역시 내게 오기 전에 여러 곳의 집에서 파양을 당했었다. 저자에게 찾아간 피피처럼 내게 찾아온 나의 개는 내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내게 개가 없었어도 세상은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개들에게 물을 준 적이 없어요. 개농장의 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맹물을 마시지 못해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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