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펀지

스포츠 스펀지 - 최고의 스포츠 기자가 발로 쓴 최강의 스포츠 지식사전
노주환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3월

 노주환 기자가 쓴 『스포츠 스펀지』는 스포츠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가 머리말에 이런 말을 써 놓았다.

 <............스포츠의 진면목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스포츠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포인트와 누구나 알 만한 빅스타들의 숨은 뒷얘기를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 야구, 농구, 골프와 그 외 일반스포츠(육상, 수영, 피겨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 스포츠마다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나 규칙의 변화, 각 스포츠스타의 뒷얘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이어진다.

 스포츠에 문외한이고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에 딱 맞는 책인 듯하다.

 어떤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조금만 보면 흥미를 잃어버린다.

 선수들의 열의에 불타는 모습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뭘 알아야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인데 나는 거의 대부분의 경기의 규칙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현장에 가서 스포츠를 관람할 생각을 스스로 한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데 『스포츠 스펀지』를 보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스포츠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들이 하는 것인지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밌게 구성되어 있었다. 

 축구경기에서 경고와 퇴장 처분을 선수 귀에 가서 <소곤소곤>몰래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때가 비록 1960년대 이전이라 해도 말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MLB(미국프로야구)에 외팔이 선수가 있었다는 사실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밖에도 인기 스포츠 농구가 생기게 된 배경도 무지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를 자극한 건 인기 스포츠 스타들의 뒷얘기다. 화려한 스타의 삶과 스포츠 스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들이 여러 선수들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의 삶은 가히 골프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밖에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게 되는 좋은 시간도 가졌다.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나도 2002 월드컵에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을 계기로 축구 경기가 방송되면 한번 더 눈이 가고 경기하는 선수들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박지성이 맨유로 가게 되면서 이제는 해외 축구스타들과 영국의 축구클럽 이름도 제법 알게 되었다. 물론 남편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박지성이 활동하는 프리미엄리그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박지성 때문에 보게 되었고 다음에는 다른 선수들의 축구 기술에 반해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점점 경기 규칙도 하나 둘 알게 되었다. 이젠 제법 축구를 즐기게 된 듯하다. 그런데 『스포츠 스펀지』를 읽고는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이 간다. 이 책을 계기로 스포츠경기를 그냥 보아 넘기지는 않을 거 같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각 스포츠 스펀지에 비춰 조금은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책에 있는 사례들을 읽어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그동안 딱딱하게 느껴졌던 스포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스포츠 현장에서 그 열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 읽는 내내 참 재밌는 시간이었다.

르누아르

르누아르 : 인생의 아름다움을 즐긴 인상주의 화가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7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5월

 마로니에 북스 아트북시리즈 16 『르누아르』에서 행복을 그리는 화가 르누아르를 만났다. 아트북시리즈는 예술가의 삶과 예술 작품을 연관 지어 설명해주며 몇몇의 명작들은 세부적으로 분석해주는 친절도 보여주고 있다.

 그 열여섯번째 예술가는 르누아르이다.

 르누아르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13세때 도자기 공장에 들어가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 색채를 익힌 것이 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가까이 있는 루브르 박물관을 다니면서 화가로써의 꿈을 키우게 된다. 그는 실직 후 그림을 배우게 되면서 모네, 마네, 시슬레, 바지유, 피가로등의 젊은 화가들과 어울리게 된다. 훗날 이들의 화풍을 인상주의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르누아르의 그림은 평단과 대중이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점차 작품들이 인정을 받게 되면서 노년에는 인기 있고 유명한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말년에 류머티즘으로 고생을 하지만 죽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며 예술혼을 불태웠다고 한다. 붓조차 잡지 못하는 떨리는 손으로도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내었다니 그는 진정한 예술가로써 삶을 마감한 것 같다.

  책 표지에 몇 작품과 함께 여인의 얼굴이 있다. 깊은 눈매를 갖고 있는 여인은 얼굴에 행복을 담고 있는 듯하다. 르누아르 그림들의 대부분이 여인과 어린아이가 주인공인 것도 그들의 자연스런 모습에서 삶의 즐거움을 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전에 본 화가들의 그림과는 달리 르누아르의 그림은 보는데 큰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일상의 모습들을 아름답게 화폭에 담았기 때문이다.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르누아르는 의도한 것이 아닌 자연스런 인간들의 생활 모습을 담았고 자연보다는 인간 그 자체에 집중했던 것 같다. 작품들 대부분이 배경과 인물 사이에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배경은 어둡게 처리해서 인물에 더 시선이 갔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나 <뱃놀이 일행의 점심식사>처럼 야외에서 즐기는 인물들의 평화로운 삶이 그가 그리고자한 그림인 것 같다. 르누아르의 그림은 붓의 터치가 그대로 느껴진다. 잦은 붓질로 경계는 모호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색채를 느낄 수 있었다. 빛과 색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르누아르....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그림을 보면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노년의 작품들을 보면 붓 터치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다. 물론 정물화도 큰 인기를 얻어 같은 작품을 많이 주문받았다고 한다. 여인과 어린아이들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으며 여성의 누드도 여럿 보였다. 르누아르는 전쟁까지 치른 혼란했던 사회에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으로 눈을 돌려 인간 생활의 행복을 많은 작품에 남긴 것 같다. 그의 그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동안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접해보았지만 그 작품들의 위용에 감탄하고 독특한 소재에 매료되긴 했지만 편안하게 스며들 듯 작품에 빠져보긴 처음이다. 르누아르를 알게 해준 아트북시리즈에 감사할 따름이다.^^

밤에 걷다

밤에 걷다 ㅣ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존 딕슨 카의 소설은 처음이다.

 

 당신이 존 딕슨 카를 잘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당신이 존 딕슨 카를 모른다면 마땅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라는 문구를 보았을때 얼마나 자신만만하며 당당하길래 저렇게 권할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존 딕슨 카라는 작가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그러니 마땅히 이 책을 읽고 그의 소설을 느껴보고 평해보고 싶었다.  로크미디어 노블 우드 클럽이기에 몇번 만나본 로크미디어 책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에 이 책 또한 많은 기대를 안고 보고 되었다.
 [밤에 걷다]는 1930년에 발표한 존 딕슨 카의 첫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로 미스터리 작가로서 자리매김했고 그 후로도 많은 소설을 남겼다. 발표된 지 꽤 오래된 작품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근래에 큰 인기를 끈 CSI시리즈가 생각났다. 사건이 발생하면 논리적인 추리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를 확보해 범인을 찾는 과학수사가 많은 점에서 유사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잘 짜여진 탐정소설 한편을 읽는 기분이었다. 독자들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기 위한 복선인지 알아채지 못할꺼라고 남긴 힌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름 나의 추리로 범인을 가름해보게 된다.
 이 소설은 화자 제프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파리를 관할하는 법원의 고문이자 경시청 총감 앙리 방코랭을 따라 범죄수사 과정을 견학한다고나 할까? 제프는 방코랭의 수사에 참여한다. 방코랭은  라울 살리니라는 청년 귀족에게 신변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만능 스포츠맨에 잘 생긴 외모, 거기다 공작의 신분인 살리니는 결혼을 앞두고 신부의 전남편으로부터 결혼을 그만두라는 협박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 요청을 수락한 방코랭은 결혼식 날 저녁 신혼부부를 만나러 페넬리의 가게로 가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리니 공작은 살해당한다. 범인이 마술을 부렸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 사건에 연관된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완벽한 알리바이에 범인이 빠져나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살인사건을 방코랭은 직관과, 경험과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의 증거를 토대로 하나하나 범인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프의 눈을 통한 방코랭은 섣불리 입을 여는 사람이 아닌 철저한 확인 과정을 걸쳐 완벽한 증거를 확보했을때에야 비로소 입을 여는 노련한 경찰이다. 그의 논리적 추리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사건의 전모를 따져보며 책장을 넘겨 앞쪽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보게 된다. 이런 미스터리 탐정 소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범인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는 더 큰  희열을 맛볼 수 있다. [밤에 걷다] 또한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독자의 예상 범위에 머물지 않고 한번 더 반전을 시도한다. 그래서 존 딕슨 카는 첫 작품부터 큰 주목을 끈 모양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흐름을 끊기가 어려워 쭉 소설에 빠져들게 하며 이 소설은 소설로써 독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안겨주는 책이다. 잘 짜여진 미스터리 탐정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소설을 나도 마땅히 권해 주고 싶다. 

콩고의 판도라

콩고의 판도라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콩고의 판도라』는 제목만큼이나 독특했다.

 우리에게 미지의 땅인 아프리카를 소재로 한 것이며 특정 나라 콩고를 배경으로 한 점, 미지의 세계라는 것만으로도 생소하고 신기할 장소에 판도라라는 제목을 부침으로써 더욱 환타지같은 요소를 은근히 풍기는 책이었다. 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콩고의 판도라』는 가난한 젊은 작가 지망생이 대필 작가로 비참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소설의 화자인 이 청년 토마스 톰슨은 자신이 피라미드의 맨 끝에 위치한 대필 작가라는 사실을 안 후 분노할 때 한 변호사를 만난다. 변호사 노튼은 톰슨에게 살인죄로 기소된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흥미를 느낀 톰슨은 그 일을 수락하고 그때부터 교도소를 방문하며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를 듣는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이야기만 듣겠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톰슨은 어느새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이 이야기인즉 불우한 시절을 보낸 마커스는 한 귀족 집에 하인으로 살게 되고 그 집에 문제아 아들 둘을 따라 미지의 땅 아프리카 콩고로 가게 된다. 문제는 마커스가 이 두 명의 젊은 귀족 리처드와 윌리엄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국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리처드와 윌리엄은 재기를 위한 기회의 땅으로 콩고를 선택한다. 그들은 원정대를 꾸려 콩고에서 광산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들과 원주민들, 그리고 마커스 가비가 콩고의 밀림을 헤쳐 나가며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듣고 톰슨은 마커스 가비라는 한 인간의 처절한 삶과 콩고라는 미지의 땅이 주는 환타지와 두 귀족들의 악랄함에 어느새 매료되어 소설 쓰기에 열중한다. 톰슨 자신이 마커스 가비가 되어 그의 이야기를 다듬고 보태어 멋진 소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에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예상을 깨고 작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그 반전으로 인해 주인공 톰슨이 안쓰럽긴 했지만 무난히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보다는 한번쯤 역류에 휘말려야 훨씬 매력적인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이 소설은 소설 속에 또 다른 이야기 소설로 인해 이중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화자인 톰슨의 삶에서 1914년 당시 영국과 유럽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접할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전쟁과 전쟁을 통한 애국심의 갖가지 형태가 비춰진다. 그리고 소설 속 소설 마커스 가비의 이야기에서 유럽 귀족 상류층들의 국수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당시 아프리카는 미개인이 땅이며 식민지로써 약탈의 대상임을 다시 확인시킨다. 또한 새로운 인종의 등장으로 환타지적인 재미를 더한다. 한 인간(마커스)이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반전을 통해 놀라움과 신선함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이 한권의 책으로 많은 즐거움을 누렸다.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갖추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항상 긴장하며 이야기의 흐름에 동참하게 한다. 아프리카 콩고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아프리카 탐험의 즐거움도 같이 누릴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콩고의 판도라에 빠져 들 것이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 김영아의 독서치유 에세이
김영아 / 삼인 / 2009년 6월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 빠져들어 등장인물과 같이 울고 웃고 슬퍼하고 분노하면서 어느새  책과 하나가 되어간 경험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일일 것이다.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 이야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재미에 책을 가까이 한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다양하다. 재미와 정보, 지식 또는 간접경험...그런데 지금껏 내가 인식하지 못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책을 통해서 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상처를 치료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에서 작가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독서 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작가는 논술 선생님으로 스터디 그룹을 가르치다 아이들 마음속에 아픔을 발견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서가 아픈 이의 곪은 상처를 터트려 아물게 하는 치료수단이 된다는 것을 알고 독서 치료를 공부해 집단 상담을 하게 된다. 책은 독서 치료 프로그램으로 자신도 알지 못하는 마음속 무언가를 찾아내서 해소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독후감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토론하는 독서 치료는 책을 통해서 느끼는 감정들이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 때문에 가능하다.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과거의 기억과 상처가 그 자신과 동일시되는 등장인물에 투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었거나 아님 무엇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인지 알지 못했거나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다가선다. 그리고 자신과 동일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해소해 나간다.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꼭꼭 숨겨왔던 나만의 아픔이 다른 이들도 겪은 아픔일 때 그 상처를 더욱 빨리 치료되기도 한다.

 독서 치료라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책을 통해 등장인물과 같이 아파하며 눈물 흘린 적은 많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의 내면의 상처가 치유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한바탕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하며 내가 왜 이렇게 울었을까 하고 겸연쩍어 한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후련함을 느끼고 조금씩 내 상처도 치유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 책을 보면서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그 아픔을 꼭꼭 감춰두고 그로 인해 현재의 삶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로 아파하는 이들이 많았다. 어릴 때 받은 상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치유되지 않고 방치된 것이 어른이 된 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 본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혹은 영화나 책을 통해서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그 상처가 곪아 더욱 더 아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독서 치료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자신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보고 같이 아파하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작가의 독서 치료 프로그램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치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