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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 : 원시를 향한 순수한 열망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5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이 책은 마로니에북스의 ArtBook 시리즈 중 12번째 고갱(Gauguin)의 이야기다. 외젠 앙리 폴 고갱의 삶과 미술에의 열정,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한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ArtBook 시리즈는 예술가의 작품세계 이해를 돕기 위해 당대의 사회․문화적 배경도 함께 제공해 예술가의 삶을 보다 깊이 있게 조명한다. 고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선원이 되려 했으나 어머니의 사망으로 포기하고 증권거래소에서 일한 유능한 젊은이 고갱은 처음부터 전업화가는 아니었다. 소일거리로 그림을 그렸을 뿐이다. 그런 그가 점차 예술에 깊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업화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피사로에게 가르침을 받고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만의 색채를 찾아간다. 고갱은 문명이 찾아들기 전 자연스럽고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했다. 그래서 파리를 떠나 전통이 남아있는 브르타뉴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고 그 후 타보가 섬, 타히티 등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고갱은 점차 자연주의에 입각한 그림에서 벗어나 화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화법을 사용한다. 이 후 많은 후배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고갱은 처음부터 전도유망한 화가는 아니었다.
그의 작품은 몇몇 인상파 화가들을 제외하고는 외면을 당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의 삶이 어떠했을지는 상상이 간다. 그런 고갱을 화가로서 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자존심과 그림인 듯하다.
"지금 나는 용기도 재능도 부족하다…곡물창고로 가서 목을 매는 게 낫지 않은가 매일 자문한다. 그림만이 나를 지탱해준다."
이 문장이 나를 고갱에게 빠져들게 하는데 주요역할을 했다.
가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림만이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 되었던 화가를 어찌 연민 없이 대할 수 있을런지...
그의 삶은 온통 사람들을 향한 외로운 외침이다.
사람들의 그를 봐주길 원했고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길 바랬다.
그런 외로운 투쟁으로 그 당시 사람들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은 행동을 일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파리와는 멀어져갔다. 그는 원시의 섬에서 더욱 평온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원시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을 대담한 색채와 평면적 구성으로 담기 시작했다.
고갱은 여러 인상주위 화가들과 교류했다. 특히, 에밀 베르나르와 빈센트 반 고흐와의 우정은 깊었다. 그런 그와 고흐의 헤어짐이 고흐의 정신병을 키워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얼마 전 고흐의 귓불을 고갱이 펜싱 검으로 잘랐을 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굴곡 많은 삶을 산 고갱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의 작품은 후에 추상주의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작품들을 한권의 책으로 만난 것은 무지 반가운 일이었다. 알기 쉬운 해설까지 첨부되어 있어 더욱 그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색의 그림들이 너무 작은 공간에 배치되어 작품을 감상하는데 조금 불편했다. 루벤스(ArtBook 시리즈에서 만났다)와는 다르게 힘들게 작품 활동을 한 고갱의 삶은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원주민 여인들의 모습이 눈 안에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그의 작품은 그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