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혼식

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 『지혼식』은 참 재미난 소설이다. 결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부부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밝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아니라 조금은 어둡고 우울하고 서글픈 이야기다.

 결혼은 왜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리라. 우린 보통 부부를 동반자라고 표현한다. 평생 서로를 위하며 아끼고 친구처럼 살아가길 희망해서이다. 늘 같이 하는 동반자. 이 말에서 인간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혼자라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야마모토 후미오는 부부가 동반자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거 같다. 아니 완전 부정은 아닐지라도 70%이상은 그렇다. 함께 있지만...함께 있어서 서로를 더 바라볼 수 없는 관계... 그것이 부부인 듯 그려진다. 타인과 있어야 외롭지 않다고 했다. 결혼을 해도 외로운 것은 배우자는 타인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배우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랑 동일시 되는 또 다른 나란 말인가???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꼭 집어 말할 수 없음이 답답하다. 타인도 아니면서 동반자도 아니다. 그렇게 애매모호하고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이 부부관계라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지만. 하여간 소설을 읽을수록 재미도 커지는 반면 의구심도 더 커졌다.

 내가 결혼을 한 여자라서 소설 속 에피소드들이 더 피부에 와 닿은 것인지 모르겠다. 각각의 내용들에 담겨있는 생활 속 모습들의 일부가 내 생활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부부의 단절과 갈등을 담아낸 이야기들이 재밌게 느껴지면서도 혹시 하는 불안을 느끼게 한 것도 다 그 이유일 것이다. <도게자>에서 느낀 동질감은 아마 내게도 그런면이 있어서가 아닐까? 결혼 후 서로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부부,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더 이상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려하고 상대가 먼저 다가서길 기다린다. 무언의 투쟁을 하면서...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감정이다.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남자든 여자든 처음에는 마음을 얻기 위해 맹목적으로 노력하지만 목적을 달성한 다음엔 돌변한다는 말이다. 이 말만 보더라도 결혼 전과 후가 얼마나 다른지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모두 그런것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변했다고 상대방이 오해할 수도 있다. 부부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하는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살면서 <마스오>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8개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다. 가장 가깝다고 느낀 사람이 타인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상대가 부부는 되지 않아야할 거 같다.

 이 책을 읽고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과 겹쳐 생각해 볼 것이다. 결혼이 연애하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환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견딜 수 없는 지옥도 아니다. 어떤 결혼 생활을 할것인지는 본인이 이끌어 가기에 따라 좌우된다. 『지혼식』도 결혼에 대해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긋난 이야기들을 통해서 바른 결혼생활을 위한 길을 안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사랑에는 책임과 희생이 따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고 지내는 순간 첫 번째 균열이 생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