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2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불확실한 미래를 더 암울하게 그려보게 된다. 물론 누구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지만 현재가 쭉 미래로 이어진다면 그런 생각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사람들은 과히 많지 않을 것 같다. 나 또한 오늘날 우리 인류가 사는 모양새가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렇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희망적인 미래상을 간절히 원한다. 지금보다 훨씬 발달된 사회이기를 말이다. 내가 본 여럿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는 대부분이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진다. 현재의 문명이 더 발전하여 눈부신 과학혁명으로 바뀐 세상을 상상하는 것은... 그런데...완전히 상상밖의 미래를 만났다. 작가 기시 유스케는 『신세계에서』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현대의 과학문명은 전혀 남아있지 않는 미래를 그려놓은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 SF소설이라는데 시점이 어디인지 의아해하며 다시 앞쪽으로 책장을 넘겨봤다. 내 예상이 완전 빗나갔기 때문이다. 이 빗나간 예상 덕에 『신세계에서』에 더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때는 먼 미래...우리 인류의 발달된 문명이 망한 천년 후,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인 가스미66초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스미66초는 과학문명은 전혀 남아있지 않지만 주력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와타나베 사키라는 아이의 수기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평화롭기만 한 가스미66초가 사실은 피로 얼룩진 과거를 숨기고 안정된 삶을 위해 아이들을 철저하게 관리 ․ 감독한다는 것을 사키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이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사건을 만들어 나간다. 내가 믿고 있는 세계가...내가 살고 있는 곳이 사실은 모순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비밀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의 공포와 실망을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따라 다각도로 비춰주고 있다.

 신세계에서는 주력을 가진 인간과 주종관계에 있는 요괴쥐가 등장하는데 요괴쥐의 여러면이 현 인류의 모습과 유사해서 흥미로웠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 그려지는대로 할 수 있는 주력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사실상 위기가 닥쳤을 때 제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리라....힘(주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 간의 끝없는 전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는 망하게 되지만 그런 얼룩진 과거를 딛고 일어선 새로운 세상 또한 힘이라는 권력을 두고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서 대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권력을 향한 인류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신세계에서』 작가 기시 유스케는 소설을 통해 인류가 자신들을 위해 저지르는 온갖 횡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생각해본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위기의식을 갖게 된 인류가 자기들을 위해 저지른 것은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자기 나라 혹은 개인의 안정과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잔혹한 일들을 일으킨다. 뜻했던 그렇지 않았던 그로 인해 피해를 보고 희생되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에 대한 무감각이 현 인류의 문제점이 아닐 런지... 소설에서도 역시 주력이란 힘을 가진 집단의 이기적인 횡포가 나타난다. 가진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의 차별, 갈등이 존재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미래를 완벽하게 재현한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에도 감탄했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작가의 인류에 대한 생각이 더 깊이 새겨졌다. 천년 후 미래에도 여전히 인류의 당면과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그런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주력이라 불리는 초능력을 소재로 갖가지 새로운 생물들의 등장과 함께 재밌게 구성해 놓았다. 벌레 이름조차 완벽하게 재구성한 작가의 세계에 탄복하며 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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