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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앗 - 투 - AJ공동기획신서 3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시앗』을 읽고 시앗이 첩의 순우리말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시앗을 보면 돌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 김서영씨는 그녀말대로 돌부처에 맞서 이길려고 하는 것일까? 왜 이렇게 아픈 삶을 계속 살아가는지 작가에게 묻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하고 아파하리라 생각한다. 미혼이던 기혼이던 그 마음은 같을꺼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남자와 여자는 다를까? 난 결혼한 여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결혼한 여자의 입장이 되어갔다. 책속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불끈 두 주먹을 쥐고 있었다. 입에서는 십원짜리 욕이 절로 흘러나왔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시앗』은 30여년을 함께 한 남편에게 25년지기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가 일기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다. 그 사실이 더욱 놀랍고 애처롭다. 남편의 오래된 외도를 알았을 때 느껴야 했을 절망감, 허무감, 분노 등이 담담한 글속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었다. 김서영씨는 남편의 시앗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받아들인다? 아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니 선택이라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하나 남은 것을 잡을 수밖에 없었으니깐...자신의 자리에서 한치로 물러나지 않기 위해 작가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수많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끝없이 찬란히 빛날 것 같던 이야기 속의 사랑이 곧 시들시들 식어버린다. 쉽게 사그라지고, 쉽게 변한다. 그것이 진짜 사랑일까? 아니면 우리가 사랑이라 착각한 것일까? 진짜 사랑이라 하기엔 사랑 자체가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착각이라 하기엔 그 사랑을 이루는 길이 절절히 가슴 아프고 힘들기도 하다. 전자이건 후자이건 간에 사랑 자체는 거짓이 없는 것인데 어찌하여 그 사랑을 지켜가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지...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누구나 실천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작가의 남편은 진정한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에...사랑을 입에 담는 그 입에 걸레를 쳐 넣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대대로 내려온 유전이라 그런 것일까? 인간으로서 어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무엇이 그를 그렇게 당당하게 하는지 직접 물어보고 싶다. 두 여자 사이에서 어찌 할 봐 몰라 하는 그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는 작가를 어찌 돌부처 아래에 둘 수 있을까? 돌부처를 이기고도 한참 이겼다.
가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불륜을 수용한다? 남편과 시앗의 행동들은 본처의 입장에서는 전혀 수용되지 않는 것들인데...잘라 버릴 수 없기에 수용하기에 이른 그 심정을 백분의 일이라도 내가 짐작할 수 있을런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내탓이요...라고 말하는 작가이다. 남편의 외도로 인해 30여년의 인생이 무의미해져 버렸고, 그동안의 노고와 희생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작가에겐 아이들이 있다. 그 세월이 완전 거짓은 아니었노라고...그렇기에 남편을 내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런지...30여년을 함께한 세월이 모두 거짓은 아니었고 또한 행복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결혼을 한지 만3년하고도 반년이 지났다.
만약 지금 남편의 외도를 안다면 당장 이혼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30년이 지나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내가 어떻게 할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 가정만으로도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보다 30년 이상을 더 살아오신 분이다. 그 분의 삶속에서 그 분이 찾은 정답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도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에겐 사랑하는 두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사랑, 결혼, 부부 등에 대해 생각해본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부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무유기 없는 행복한 가정을 실천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