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 호스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왜? 왜, 이놈의 전쟁은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앗아 가는 거야?" (P.137)
전쟁은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 간다. 풍경, 기억, 사랑하는 이들마저 빼앗아 간다. 그래서 전쟁 속의 이들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지막 보루를 설정하고 지키려한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한 상투성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소년과 말의 우정 그리고 전쟁. 그 속에서 벌어지는 헤어짐과 만남. 익히 들어봄직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상투성이 작품의 감동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야기의 감동을 받는 순간은 이야기의 독창성에서가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공명할 수 있는 지점에 있다. 이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특정 상황속에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의 감정이 있다. 누군가와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인간과 동물의 교감. 이러한 보편의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개인적 경험과 부딪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말이 소설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실제로 말이라면 이렇게 느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극을 이끌어 나간다. 이는 어릴 적에 기르던 작은 동물들을 생각나게 한다. 가만히 내 말을 듣던 동물들도 작품의 말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게 한다. 소년과 말의 추억은 내 기억 속의 동물들과 조응하게 하여 작품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내 동생이었던 동물들이 떠오른다.
소년과 헤어져 말은 전쟁터를 누비게 된다. 전쟁의 참화에서 태우던 이가 죽기도 하고, 전쟁 속에서도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도 겪고, 생사의 기로를 넘다든다. 말의 시선이기는 하지만 다른 전쟁 문학에서 봤던 것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배경으로 생각했던 말들도 사람과 똑같이 두려웠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전쟁의 참화는 인간에게만 생채기를 내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해서 더욱 기대했던 작품이다. 실제로 영화화하면 좋을 만큼의 분량과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가 가진 공감대를 발견했을 것이다.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등과 같은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 된다.
여러번 들어왔지만 여전히 알지 못하는 문장을 적어본다.
"한두 시간 뒤에는 서로를 죽이려고 발버둥 칠 거야.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지 하느님만이 아시곘지. 내 생각에 하느님도 그 이유를 잊어버렸을지 몰라. 잘 가게, 우리가 직접 보여 준 셈이야, 그렇지 않나? 서로 믿기만 한다면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얼마든지 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야. 믿음만 있으면 되는 거야. 그게 전부인데, 안 그래?"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