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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 박상우 산문집
박상우 지음 / 시작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찌르릉 찌르릉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산에 오를때 그저 막연히 부족한 체력 탓으로 조용히 자연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산속의 냄새가 참으로 좋았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그 냄새는 나의 후각을 자극시켰고 고달펐던 산행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그리고 커서는 산에 오르지 않았다. 그저 오를때 힘들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자신만의 보물 같은 장소를 공개 한다. 작가 자신의 사연과 함께 그 장소의 매력까지 소소히 적고 있다. 어느 여행에세이 보다 마음에 와 닿았고 어느 여행자 부럽지 않는 그의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대학 다닐때 딱 정해진 고등학교에서 벗어나니 나만의 아지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만의 아지트는 아니지만 마음이 답답하거나 고민이 있을땐 벤치에 앉아서 생각을 하곤 했다. 혹은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시켜먹기도 했다.
그리고 더 어렸을 땐 명절때 시골에 가면 동네 친구가 있었다. 그러면 우리 시골집 앞뜰에서 조개껍질과 돌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는 묻어두곤 했다. 그리고 다음에 와서 파보곤 했다. 그곳의 어쩌면 나의 아지트가 아니였을까?
마음이 복잡할땐 조용한 곳에 가서 안식을 취하길 바라는 마음은 다 같으리라 본다. 하지만 멀미가 심한 나는 먼곳에 가기는 어려웠고 늘 가까운 곳에 나 혼자만의 공간을 정하곤 했다. 그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들지 않았을까?
이 책의 장소들을 콕콕 찝어두었다가 다음에 꼭 같이 가고 싶은 사람과 함께 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혼자는 왠지 무섭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이유가 있는 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늑하고 부러운 일이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유로웠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어느덧 작가와 함께 그곳에 가있는 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정말 책의 장소에 가서 이 책을 읽어도 그만 일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안의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도 외국에만 가고 싶어하고 외국에만 관심을 두었던 내가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부끄러웠다. 외국 또한 우리나라와 다른 그 무언가가 있지만 먼저 우리나라의 곳곳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름 휴가철 북적거리는 곳보다 이런 조용조용한 곳에서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에서 휴가를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것 같다.
산문집으로 박상우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지만 그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다. 다음번에는 그의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