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사뭇 다른 시선에 한참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덤벙대는 엄마의 모습은 참으로 사실적이고 재미있었다. 실수도 많고 자주 깜빡하는 엄마를 둔 덕에 주인공은 한발자국씩 어른스러워진다. 지금도 충분히 어른스럽지만 말이다. 아빠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만나 집을 나간 후로 주인공은 늘 알게 모르게 아빠를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집안에서 아빠의 역할을 하려고 하는 아주 기특한 아들이다. 여동생 나나를 돌보면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마음이 아픈 이야기인데 다행스럽게도 작가의 아이의 시선으로 책을 아기자기한 맛으로 풀어 나간다. 제목 노란 코끼리는 엄마가 산 차가 노란색이라 생긴 별명이다. 주인공의 눈에는 코끼리로 보이나 보다.

재미있게 풀어 나갔음에도 아빠가 나오는 부분은 여전히 가슴이 찡했다.

 

P144

 아빠를 따라잡은 나나가 우산을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무슨 말인가를 두세 마디 주고 받았지만 물론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나가 발길을 돌려 우산을 든채로 되돌아왔고, 아빠는 비에 젖은 채 찻길로 향했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 나나는 우산을 내밀며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 우산 빌려 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과연 어린나이의 나나는 이 말을 이해했을까? 가슴이 찡했다. 어른들의 일로 아이들이 사이에 끼여서 상처를 받는 것 같아서 가슴이 져몄다. 아빠를 그리워 함에도 내색하지 않는 주인공을 보면서 어른스러워짐을 과연 좋아만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 또한 들었다. 그만큼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일까?

 

때론 유쾌하기도 하고 때론 가슴 아리기도 한 이 책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름 어른스러운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고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세상은 내가 보는 것과 차이가 확연히 나타났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으로 우리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의 입장이 되어 아주 솔직하고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도 생긴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는 일본 사람이다. 과연 한국이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참으로 재미있고 신선했다. 물론 재미만 있는 상황이 닥치진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일본 보다는 다소 가부장적이고 선입견이 심하다고 생각되기때문에 더 많은 난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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