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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명절에 시골에 가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사시는 댁은 현대식이긴 하지만 가까이에 자그마한 슈퍼조차 없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야 동네의 조그마한 슈퍼를 보게 된다. 그런 불편함과 샤워를 추위에 부들부들 떨며 해야 한다는 것이 맘에 걸려 자주 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게 있었다. 하늘의 쏟아져 내릴듯한 별들 그리고 맑은 공기와 함께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과 생전 처음보는 풀들과 이쁘고 자그마한 꽃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런 것들이 커가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파트가 편하다는 말을 하던 나도 언젠가부터는 나중에 나이들면 조그마한 시골에 가서 집을 짓고 먹을 양식들을 길러서 살면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시골에서 자연을 담아보리라 시진도 몇장 찍어 보았다.
작가의 사진에 비하면 장난을 친 수준이다. 작가는 수의사이다. 그가 보든 동물들은 나의 눈으로 보는 동물들과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가 보는 계절의 변화와 식물들은 내가 보는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다. 이쁘장한 꽃을 보면 만져보기에 여념이 없던 나와는 달리 그는 무쳐먹으면 맛나는 표현을 쓴다. 그는 역시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이였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참으로 부러웠다. 동물들을 보살피고 아껴주는 그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몰랐던 여우 백조 등등의 이야기들도 많이 알게 되엇다. 도시에서는 동물원도 점점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의 사진속의 동물은 활기찼고 자연들은 하나같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도심에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그것과는 또 달랏다. 그리고 이름도 몰랐던 많은 식물들과 동물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참 소중한 시간들이였다. 특히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 그들은 과연 이런 사실 이런 동물들을 알기나 하고 자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러하거늘 말이다. 월별로 나와있는 이야기들은 각각의 색을 달리하며 자연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저 멋진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과 달리 같이 생활하고 숨쉬며 적은 이 책은 다른 어떤 사진 보다 가슴속에 깊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