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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의 코미디언 하페는 손안에 들어있는 부귀영화를 잠시 뒤에 뒤고 순례자의 길을 떠난다. 크루즈 여행도 아닌 산티아고로의 순례여행이라... 과연 어떤 여행을 될지 궁금증을 가지고 뒤따라 가보기로 했다. 그는 날짜별로 일기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날 그날 깨달음을 적어 두었다. 멋지고 화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곳곳에 흑백의 사진들도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기교를 부리지 않은 솔직 담백한 그의 글은 읽는 내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혹시 순례길을 떠난 것이라서 글이 무겁거나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씻은듯이 사라졌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드는가? 우리의 작은 결점들과 큰 실수들. 그것들이 없다면 우리 모두는 걸어 다니는 신들이다!"
P111
특히 실수를 많이 하고 덤벙거려서 자책을 많이하는 나에게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글이였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나만의 굴레속에서 벗어나 편안해 지는 글이였다. 그러면서 나 또한 내 자신에 대해 물음과 생각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다. 늘 다른 것들에는 호기심과 관심이 풍부한 난 왜 그동안 내 자신에게 소홀했을까? 내 자신에게 호기심을 품어보지 못했을까?
어쩜 우리는 그동안 늘 같이 있는 내 자신에게 소홀했는지도 모른다. 내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말들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떨어진 신발을 사진찍고 버린 그가 부럽기도 하고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자신을 마주했을때 그의 감회는 어땠을까? 그 기분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과 힘든 여행은 질색인데 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사실 최고의 자리에서 아무것도 아닌 모습으로 떠났던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뿐이다.
<다른 이야기>
그리고 나도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는 아니였지만 호주에 가서 차비를 아껴보려고... 사실 맛나는 음식을 먹기위해 걸었다. 하루종일 걸었었다. 배낭을 메고 말이다. 하루종일 걷기를 일주일을 반복했다. 밤에는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눈 뜨면 또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렇게 걸어서 볼 것이 많았기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때의 나의 추억들이 하나씩 둘씩 기억이 나서 참 좋았다. 무엇인가 기억할 것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