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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책 표지부터 발랄하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책장도 잘 넘어갔다. 반면에 마지막 책장을 넘긴 후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속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헌신과 사랑과 따뜻한 안식처인 가정과 이 책의 가정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였기 때문이였다. 늘 따스한 밥과 편안한 잠자리와 오순도순 수다가 존재하는 것이 가정이라고 줄곧 아무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본이구나하는 생각과 일본이 저러면 꼭 우리나라도 따라가던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 소설의 그 책장 넘기는 속도와 다 읽고 난 뒤에 혼자서 생각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난 일본 소설을 꼭 한달에 한 권 이상은 읽는다. 이 책은 단순한 유쾌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
재미있기만 하면 오케이라는 철없는 과거의 펑크족 엄마
그리고 어른스러운 딸
그리고 엄마의 남자친구 엉뚱스런 야구
이렇게 셋은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맞지도 않지만 가족이다. 과연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처음엔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이 책의 배경 자체는 전혀 즐겁지가 않다. 미혼모인 엄마를 둔 딸. 그리고 아빠도 아니면서 엄마의 남자친구인데 같은 집에 사는 야구. 어쩌면 우울함이 어울릴지도 모르는 가족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결손 가정.
하지만 그 셋은 서로를 사랑하며 도와가면서 재미있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철없는 생각이지만 결국 호주로의 이민에 성공한다. 영어도 돈도 없지만 말이다.
이 부분에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나의 모토 "한번 사는 인생 일단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자"와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민 전에 서로 부딪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장면에서 조마조마 했다. 포기해버릴까봐 내가 책에 들어가서 힘내라고 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사실 읽기 힘든 책은 다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읽는 내내 진을 빼서 다 읽고 나서는 허무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기 쉬운 책을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고 요리조리 고민해보는 재미는 매력적이다.
아직도 글 쓰는 것이 어렵고 어려운 책은 힘들어 하는 나 같은 초보 독자라면 이 책 굿모에비앙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리고 재미있으면 오케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