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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평점 :
얼마 전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 지은이 장승욱이라는 이름을 본 기억이 있다.
두께에 놀랐던 난 이 책이 더 두꺼웠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다.
비록 알콜이라는 것만 목으로 넘어가기만 해도 얼굴이 상위에 있는 술을 몽땅 다 먹어버린듯한 표시를 내는 내 얼굴은 터질듯이 변한다. 그 때 한잔 더 마시면 이제는 온몸이 쑤시기 시작한다.결국 술을 잘 못먹는 거는 온몸이 쑤시는 저 단계에서 이다. 얼굴이 빨개진 것은 어차피 내가 보이지 않으니 별 무리가 없지만 온몸이 몸살 난 것처럼 쑤시는 것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가득한 술향기는 절대 나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게 고요히 그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시니 당연 주사도 있겠지. 장승욱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술이였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의 모든 이야기 인것 이다.
가슴이 답답할때 이 책을 보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속이 후련해질 것 같다.
술로 이뤄진 끈끈한 우정과 동기애를 보며 술을 마시지 못해 그런 정이 없는 난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외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친구들과 커피 한잔과 함께 수다를 떠는 나도 일종의 커피의 끈끈한 우정이 아닐까?? 하며 내 자신을 위로한다.
술통 그것은 작가의 술과 관련된 짧은 기억의 모음집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그의 인생관이 담겨져 있다.
한마디로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예로부터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자 만나면 고생한다는
바로 그런 사람의 전형이 장승욱 그 분이 아닐까?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참으로 간사한 것이 내 남편이 아니니깐 하는 마음으로 보니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여러 주사를 통해 결국 잠잠히 술만 입속으로 털어넣는 그는
침묵이라는 또 다른 주사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역시나 멋있다.
역시 다른 책에서나마 접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책 읽는 내내
아주 예전에 알던 사람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 술과는 친하지 않는 내가 이 책과는 친하게 되어
떼어놓기 힘든 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술통은 잡지 PAPER에 연재 되었던
취생록이라는 글을 묶어서 책 한권으로 만든 것이다.
어쭙잖은 글을 쓴다는 그의 말이 나에게는 한없이 멋져 보이는 것은
그의 이 자서전 같은 책을 읽어서만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