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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 ㅣ 동심원 8
민현숙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평점 :
저는 동시를 읽는 시간보다 이야기글을 접하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글을 읽을 때보다 동시를 읽을 때 더 느긋해지고 더 천천히 읽게 되고 더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게 되면 하루 종일 그 시가 떠올라 자꾸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어집니다.
오늘 또 시집 한 편을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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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단지의 꿀 날마다 퍼 가도
꽃은 벌에게
도둑이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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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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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것을 가져다면 도둑이라고 야단들인 텐데 정말 꽃은 바다는 들판은
그러지 않는 게 참 고맙네요. 저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조금만 손해를 볼 것 같으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흥분해 대겠죠?
할머니랑 친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야기를 해 주실 때만은 곁에 꼭 붙어서 이야기를 듣곤 했었습니다. 좀더 오래오래 곁에 계셨다면 저도 할머니를 닮아 제대로 된 이야기꾼이 될 수 있었을 텐요.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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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야기꾼이에요
할머니 목소리 사이사이
끼어드는 개 짖는 소리
슬그머니 주위가 어두워졌다가
확 밝아지는 달빛 조명
아닌 척 시치미 뚝 떼고 있지만
시골에선 모두가 이야기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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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에게 고마워 하며 살고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예쁜 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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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
꽃아,
새야,
엄마 아빠,
친구야,
신호등아,
옆집 개야, 내게 꼬리를 흔들어 줘서 고마워
신발아,
버스야,
자전거야,
해야,
가스불아,
암탉아,
일기장아,
고마움을 알면서도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고마운 것들아, 너희들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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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은 시인의 눈을 빌려 일기장에 고마운 것들을 적어봐야겠습니다. 아마 무지무지 많이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