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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 CQ 창작 놀이방 - 기사, 해적, 카우보이 편
가문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6월
절판


시작부터 아이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한창 이야기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할 때라 가만히 있어도 이야기는 저절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앞뒤가 맞진 않지만 물총놀이를 하는
선인장 카우보이들은 물이 필요해서 서로에게 물총을 쏘아 물을 주고 있다는 말이 되는 듯 안되는 듯 들리는 이야기들은
스티커와 색연필 등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인디언 아저씨들은 어떻게 소리내지? '아아아아~... 우가우가 아아아아~' 이야기 나누며 추장들을 그렸어요.
'눈' 모양 스티커만으로도 살아있는 추장이 되지만 아이는 색연필보다 좀 진한 사인펜을 사용해 얼굴 윤곽을
예쁘게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사인펜을 사용하면 대부분의 종이 뒷면에 자국이 생긴다는 걸 잊고 있었지 뭡니까?ㅠㅠ
사인펜으로 얼룩진 그 뒷장이 아래 그림에 보이시죠? 사인펜을 사용하실 분이라면 이 점을 유념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냥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표현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결투 장면을 연출하기란 무지 쉬웠지만(?) 늘 싸우지 말라고 이야기 하면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장난치고 있는 거라고 둘러댔습니다. 재미난 그림을 만들기 위해 카우보이에게 특별한 모자를 씌워습니다. 생일 축하행사 때마다 열광하는 아이라 생각해 낸 것도 바로바로 '생일케익모자'랍니다. 초에 불까지 붙여주는 정성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
창작놀이방에서 제공하고 있는 스티커들이 접착력 때문인지 종이질 때문인지 딱붙어있지 않고 종종 떨어질 때가 있어서 가위와 캐릭터 테이프를 사용해서 보수공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해적이 등장하는 영화를 잠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을 떠올렸는지 더위를 식히려고 좀 전에 먹은 아이스바의 막대를 해적선 깃대로 사용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붙이긴 했지만 해적선 이후로 나오는 다른 쪽들은 이 깃대 때문에 울퉁불퉁해서 그림을 그리는 데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 해골모양을 그려 본 적이 없다며 얼마나 정성을 들이는지 무섭게 표현하려고 안깐힘을 쓰러라구요... 칼을 두 개나 뽑아들고 있는 해적이 무서워 보이죠?

언제나 해적들이 노리는 건 보물이죠... 예전에 잠시 숨겨두려고 무인도에 보관해 놓은 보물을 아무도 찾아가지 않고 세월이 흘러흘러 지금까지 그곳에 있는데 해적들이 보물지도를 가지고 찾으러 왔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보물 중에 귀걸이가 있냐고 묻길래 예쁜 귀걸이가 있다고 했더니 자기도 보물을 찾아서 귀걸이를 갖고 싶다며 원숭이 섬을 꾸미고 있습니다. 솔방울 원숭이가 기발하기도 합니다.

기사보다 군인아저씨나 경찰아저씨를 이야기하면서 성을 지키고 있다고 이야기 하며 군인들을 꾸미고 있습니다.
창작놀이방의 특징 중 하나가 샘플 그림을 미리 그려서 아이의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데 이 샘플 그림들에는
장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막연히 문구만 보여주고 그에 맞는 재미난 것들을 그리거나 꾸미라고 하면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샘플 그림을 미리 보여주면 아이는 다른 상상을 하기 싫어하거나 상상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진짜 군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 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창작놀이방을 함께 만들어 가는 어른이 페이지를 장식할 주제 단어에 대한 설명을 여러 각도로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용들의 불공격으로 쓰인 상추는 가장 잘 어울리는 스티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공룡과 용의 차이를 물어오는 아이에게 공룡은 옛날에 진짜로 살아 있었던 동물이고 용은 사람들이 머리 속으로 상상해서 만든 재미있는 동물이라고만 이야기해 주면서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개구리 같기도 하고 해마를 닮은 것 같기도 한 불 뿜는 용... 가을 빛을 잔뜩 물들인 단풍잎이 날개로 적당한 것 같습니다. *^^*

단지 관상용 호박일 뿐인데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변할 수 있다니요... 눈, 잎, 날개를 달아 놓으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나 동물 그림을 그릴 때면 팔 - 다리 까지는 표현하기 쉬운 것 같은데 마지막 손이나 발을 표현할 때면 여지없이 벙어리장갑으로 변해버리는 어이 없는 현상이 자꾸 생깁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손이랑 발을 따라 그리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아이가 먹보 뱀의 뱃속에 무언가를 그려 놓았길래 물어봤더니 개미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
제가 보기엔 헤엄치고 있는 무엇 같은데... ^^
개미를 삼켜버린 뱀이라며 개미를 두 마리나 그려 넣고는 수많은 개미 다리를 그려주는 센스를 보이는 아이가
토마토 머리를 한 양 한 마리를 그렸습니다. 다 그리고는 돼지뱀이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바탕그림으로 나와 있는 사진은 천연 해면인 것 같습니다. 다용도로 사용하느라 몇 번 샀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쪽에는 이제 막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감자그림을 제시해 두고 외눈박이 거인을 완성하라고 합니다. 제시된 글을 보고는 어렵지 않다는 듯이 슥삭슥삭 거인을 탄생시켰습니다. 붉은 눈... 긴 코... 이제는 서먹서먹함을 벗어 던진 것 같습니다. 제법 즐기고 있다는 게 보이는 게 연습의 결과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라배에 창문을 만들고는 여러 번 창문이라고 설명하는 걸 보니 그게 예뻐 보였나 봅니다. 문어 본 적이 있다며 괴물문어 다리를 그리는데 소라배가 휘청휘청할 것 같습니다. 바탕문어 눈이 하나 달아났네요 *^&^* 누나가 공부한다며 자기는 하기 싫다고 멀찌기 달아나있던 동생도 어느 틈엔가 누나 옆에 앉아 누나와 스티커를 나눠 붙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드라큘라를 열심히 그려야 한다며 날아다니는 박쥐를 그려 넣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갈매기 같아 보입니다.
이제 익숙한 창작놀이방, 샘플로 나타나 있는 드라큘라와는 아주 딴판인 나뭇잎 치마를 입고 머리띠에 귀걸이를 달랑거리는 여자드라큘라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서운 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지만 소리는 무서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히히히히히~ ^^

즐거움이 가득한 창작놀이방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책들은 수동적이어서 적혀있는 글들을 읽고 그 글이나 그림들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게 되지만
창작놀이방은 수동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실제로 참여해 볼 수 있는 능동적인 면이 돋보이는 책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고 가까이 하고 싶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스티커를 제공하고 있어
실물 사진에 더 실감나는 창작물을 재현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면도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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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2008-08-0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덧붙이고 싶은 것들...
1.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시하는 문구도 물론 있어야 겠지만 이 그림을 그리게 되는 이유나 그림의 내용을 조금 넣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책인데 내용을 넣어주면 아이가 그리는 작품에 더 커다란 의미가 부여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2. 준비물에 대한 소개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공되는 스티커 이외에 갖가지 실물들(나뭇잎, 가지, 색종이, 고무찰흙, 오려낸 잡지, 다른 스티커, 색연필, 크레파스, 실, 스펀지, 고무줄, 단추, 가위, 풀)을 계획적으로 구비하여 사용하면 좋다는 페이지를 넣어두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 책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이 아이와 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ㅠㅠ 그렇지만 우리도 얼결에 먹고 난 아이스바 막대를 이용하기도 했으니까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내 주머니를 들춰봐! - 데이비드 카터의 팝업북
데이비드 A. 카터.사라 위크스 지음, 이지은 옮김 / 보림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더위에 지친 우리 식구는 여기 저기로 피서를 다니고 있어요. 은행도 주민센터도 대형마트도 우리의 즐거운 피서지예요. ^^ 하지만 지친 하루의 끝은 항상 우리 집이라 평온한 잠에 곤히 들 때까지는 북적북적 바쁘기가 일쑤예요. 먼저 환기를 시키고 다음으로 시원한 음료를 들이키고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우리 가족표 아이스크림으로 기분을 달래요. 그리고 마지막 잠들기 직전 샤워를 하면 그나마 꿈나라까지 가는 길이 평화로워집니다. ^^
  비단 우리 집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죠? 모두들 더위에 지쳐있을테니까요.

  오늘은 평소와 다른 날이었어요. 따지고 든다면 엄청나게 다른 건 없지만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책이 한 권 우리 집으로 날아온 거예요. 실뭉치로 장난을 하다가 사진을 찍는 표정을 짖굿게 지어보이는 고양이. 아마 장난꾸러기 얼룩고양이인가봐요.
  [내 주머니를 들춰봐!]의 등장인물의 옷엔 항상 주머니가 달려있어요. 단추가 달린 주머니, 꽃이 달린 주머니, 땡땡이 그림 주머니...!
  몇 달 전에 앞치마를 만든 적이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을 가진 제가 앞치마가 필요했던 이유는 앞치마에 주머니와 단추를 많이 달고 그 속에 재미난 물건들을 숨겨서 수수께끼나 스무고개, 게싱게임, 여러 가지 뽑기 게임 등을 할 계획 때문이었어요. 물론 제가 디자인 한 앞치마라서 이야기지만 제가 봐도 너무 멋진 게임도구였어요. 제가 여기저기에 달린 주머니에 눈길이라도 줄 때면 아이들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며 제게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보내주었어요. 그럴 때면 저도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길다란 주머니에서 재미를... 자그마한 주머니에서 귀여움을... 또 가끔씩은 커다른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어 나누어 주기도 했거든요. 참, 제가 만든 앞치마에는 재래시장 단추골목에서 신중하게 골라와 달아 둔 갖가지 단추가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기도 했었습니다. ^^

  [내 주머니를 들춰봐!] 이야기를 하다가 앞치마 이야기로 빠져버렸죠?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할 때부터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제가 만든 앞치마였어요. *^^* 아이들의 궁금함을 자극해서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게 주머니의 역할이잖아요.
  사실 책을 받자마자 포장을 벗기고 움직이지도 못한채 먼저 궁금함에 빠져든건 바로 저였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이 책의 표지를 보거나 한 장이라도 책을 펼치는 사람이라면 아마 저처럼 끝까지 책 속 주머니를 넘겨 보고서야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표지를 장식한 얼룩고양이의 오빠나 남동생처럼 보이는 얼룩강아지가 펼쳐질 때면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던 기린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 같아 보여요. 예쁜 모자까지 깔끔하게 쓰고 나온 강아지의 동그라미 모양은 바로 공이었어요. 꼭 단추구멍 사이로 주머니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았는데 노란색 줄무늬 옷과 보색을 이루는 보라색 공이 시각을 자극했어요.

  다음에 만나자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듯 책장 사이로 사라지는 강아지 뒤를 이은 건 바로 책표지 얼룩고양이 였어요. 네모 모양을 보여주겠다며 털실 장난을 하고 있는 이 고양이의 주머니 속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움직이는 왕쥐인형이었어요. 이쯤 되면 아이건 어른이건 다음 장을 넘겨 보라고 책 읽어 주는 사람을 보챌거예요. 저도 그 보채는 말에 더 신이 나서 책을 읽어줬으니까요. ^^

  고양이 주머니 속의 생쥐가 다음 장의 주인공이에요. 푸르게 넘실대는 바닷물을 입고 있는 생쥐의 왼 손에는 망원경이 들려져있어요. 이 왼손의 힌트를 바탕으로 주머니 속을 상상해 보면 더 재미있어요. 바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돛단배가 들어 있어요. 푸른 바다 위를 두둥실 떠다니고 있을 은색돛을 단 아담한 배가 우리를 반겨주었어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라는 노래가 바로 흥얼거려지면서 나비, 벌, 무당벌레 그리고 코로 잡고 있는 예쁜 꽃이 보이는 이 쪽에서는 코끼리의 귀 만큼이나 커다란 주머니가 눈에 띄어요. 꽃단추가 예쁜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보면 주황색 다이아몬드 모양의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음~ 음~ 하면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저도 잘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가오리연이 구름 위를 훨훨 날고 있는 게 보여요.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이아몬드 모양은 정말 떠오르는 게 몇 개 없어요. 수생식물인 마름, 가오리, 홍어, 카드놀이용 모양 등이 겨우 생각나요. 또 뭐가 있을까요? ^^

  좀 부담스럽게 커다란 코끼리와 인사를 나누고 만난 동물은 원숭이에요. 나비 넥타이가 잘 어울리고 책을 좋아하는 원숭이는 빨간색과 기다란 네모를 우리에게 알려줬어요. 그것만으로 떠오는 것들을 서로 이야기 하고 자신이 이야기 한 것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잠자고 있는 아기를 만져주듯이 엄청나게 조심스럽게 땡땡이 주머니를 젖히는 순간 우리 모두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깜짝 놀라는 것엔 나쁜 것과 좋은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좋은 쪽의 '깜짝 놀람'이었어요. 얼굴에는 미소와 입에서는 함성이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는 건 아주 당연한 좋은 쪽의 '깜짝 놀람'이 원숭이의 주머니 속에서 나왔어요. 그런 바로 바로... 빨간색의 기다란 네모로 가려져 있는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펼친 나비였어요. 괜히 책을 읽어 주고 있는 제가 일부러 넣어 둔 것 처럼 어깨가 으쓱해졌어요. 그러면서 기분이 더 좋아진 저는 더 많은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가앉았어요.

  우리가 만질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숨어있는 주머니에 관심을 팔고 있는 동안 무엇이든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것 처럼 생긴 화가토끼의 오른쪽 주머니를 발견한 아이가 있었어요. 모두들 잠시 가져진 왼쪽 주머니에서 훤히 보이는 오른쪽 주머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양 손을 주머니 끝에 살포시 두고 우리가 뭘하고 있는지 궁금한 듯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초록개구리가 오른쪽 주머니에 있었던 거에요. 아마 그 아이가 오른쪽 주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왼쪽주머니를 먼저 열어버리는 엄청난 실수를 할 뻔했어요. 하지만 우린 다행이었지요? 그렇게 초록개구리와 인사를 나누고는 우린 다시 왼쪽 주머니에 집중했어요. 별로 알려주는 게 없었어요. 알려주는 게 있었겠지만 우리가 알아 들을 수 없었어요. 무지갯빛 길쭉한 동그라미라니... 세상이 이런 것도 있나? 호기심은 커져만 갔어요. 하나 둘 셋을 함께 외치며 열어 본 주머니에는 세상에 없는... 화가토끼가 정성을 들여 색칠을 한 이 들어있었어요. 반짝반짝 빛을 받으면 더 화려하게 반짝이는 달걀이라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 같았어요.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며 벌써 아쉬움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또 다른 책을 읽어주마하는 약속을 하고서야 캥거루아주머니의 주머니를 열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사실 캥거루에게 주머니가 달려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 다른 동물의 옷에 달린 주머니와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어요. 제가 처음 캥거루의 주머니를 열어보았을 때처럼 아이들은 갖가지 이야기를 했어요. 게다가 색깔도 모양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 들쑥날쑥한 답들이 나왔어요. 소중한 선물이라니 읽는 사람마다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을 떠올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 하는 것들이 마치 갖고 싶은 것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함성을 외치며 마지막 주머니를 열어 보았어요. 주머니에 달린 파란 꽃을 잡고 있는 아기 캥거루였어요. 엄마 캥거루가 하고 있는 앞치마와 주머니를 보면서 또 다시 제가 만든 앞치마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했어요. 마지막 장에 있는 엄마 캥거루는 엄마이고 그 엄마 캥거루 주머니 속에 있는 아기 캥거루는 바로 너희들이라고요. 아이들이 캥거루 흉내를 내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 


  책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면 더 바라면 안되겠지만 책의 쪽수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아이들의 눈망울을 잡아 둘 수 있게 말입니다. 또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말그대로 주머니만 있는 페이지가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책처럼 주머니 속에 은박지를 넣어두고 '엄마 아빠의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너] 란다'하면서 책 읽어 주기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더 커다란 욕심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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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이 궁금해요 - 가문비 그림책 1
크리스티네 랑에 글, 귄터 야콥스 그림, 이옥용 옮김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숲 속이 궁금해요] 크리스티네 랑에 글 | 귄터 야콥스 그림 | 이옥용 옮김 | 가문비



  도서관을 뒤지다가 찾아낸 이 책은 분류번호 400에 있는 책임에도 400번이라기보다 800번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우린 숲 속으로 이사가요!’, ‘숲에 대해서 알고 싶나요?’, ‘숲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숲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숲 속에 있는 나무들’, ‘숲 속에 있는 식물들’, ‘숲 속에 있는 곤충들’, ‘밤과 낮에 우는 새가 달라요’, ‘산림 관리인 요한 아저씨와 함께 숲 한 바퀴를 돌아요’, ‘숲 속에 사는 작은 포유동물들’, ‘숲 속에 사는 커다란 포유동물들’, ‘산림 관리인은 무슨 일을 하는 거예요?’, ‘제재소에서 보낸 하루’,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 등의 차례만 보더라도 이 책은 ‘식물도감이나 나무도감 같은 책들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화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숲 곁으로 이사 가게 된 얀과 레나가 사촌 프레디를 만나면서 프레디의 비밀스러운 숲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숲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엮어 놓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숲으로 이어지는 예쁜 광릉수목원, 갖가지 곡식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춘천화목원, 높은 산에 위치해 찾아가기 어려웠던 경북수목원, 쓰레기 매립지를 아름답게 꾸며놓은 대구수목원, 테마로 꾸며진 진주수목원, 나무박물관이 기억에 남는 공주수목, 우리나라 토종들을 맘껏 보고 올 수 있는 오대산 자생식물원, 참 잘 가꾸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고요수목원, 허브에 흠뻑 취해 볼 수 있는 허브나라, 체험학습장으로 더 알려진 해여림식물원, 바오밥나무에 반한 한택식물원, 다육식물들의 보고 여미지식물원... 등 자연에 평소 관심이 많아 그런 쪽의 책을 여러 권 가지고 있는 내게 이 독특한 숲 이야기책은 숲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 버섯, 꽃, 곤충, 동물, 숲의 이용에 이르기까지 아주 자세한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계기로 파장을 일으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도감이나 설명이 나타나 있는 책을 찾아 읽을 만한 동기를 주기에 충분한 책인 것 같다.
톡톡 끊으면서 재미있는 놀이감으로 삼았던 자그마한 쇠뜨기가 3억 6천만 년 전에 이미 나무처럼 커다랗게 자랐었다니 커다란 고사리와 커다란 잠자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의 장점은 마지막까지 동화의 형식을 이어가 숲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빌미로 친구들을 초대하고 있지만 아마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에게 숲으로 가 보라고 독자에게 편지를 쓰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나도 독자이기에 숲으로 찾아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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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
        ……
  다람쥐 한 마리가 벌써 사람을 따르고 있어. 날마다 우리 정원에 와. 내 손에서 개암을 가져가!
  몸이 아팠던 꽃사슴은 다시 건강해졌어. 며칠 전에 숲으로 다시 돌아갔어.
  토요일에 우리 반은 숲 속 오솔길에서 쓰레기를 주웠어. 세상에, 사람들이 별걸 다 버렸지 뭐야! 쓰레기를 줍다가 새의 깃털을 많이 발견했어. 얼마나 예쁜지 몰라. 그걸로 인디언 장식을 만들어도 될 것 같아. 이번 편지에 내가 어치 깃털 보내줄게.
  다음 주에 우리는 어린 나무를 심는 일을 도와드릴 거야. 그리고 가을에는 동물들한테 겨울에 먹이로 줄 밤이랑 도토리를 주울 거야.
  너희들 내년에 우리 집에 올래?
  7월에 성대한 숲 속 축제가 열러.  마을 사람들이 모두 축제에 와. 참 재미있을 거야! 그러나 가장 멋진 건 혼자서 숲 속을 거닐면서 동물을 관찰하는 거야. 둘이 가도 좋아.
  우리 엄마가 만드시는 버섯 피자와 나무딸기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이 끝내줘.
  너희들, 스케이트보드 가져와도 돼. 우리 마을에서도 스케이트보드 탈 수 있어.
  그럼 안녕.
                                                                                발트하우젠에서 레나와 얀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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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숲이 더 좋아지고 숲을 더 아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숲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숲이 무언지 알게 될 것이고 더 커다란 건 숲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화의 형식을 빌어 책을 쓴다면 다른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분명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접하고 난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뿌듯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이 책을 접는다.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얀, 레나, 프레디와 함께  숲 속을 걷고 싶은 '멋진...'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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