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를 들춰봐! - 데이비드 카터의 팝업북
데이비드 A. 카터.사라 위크스 지음, 이지은 옮김 / 보림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더위에 지친 우리 식구는 여기 저기로 피서를 다니고 있어요. 은행도 주민센터도 대형마트도 우리의 즐거운 피서지예요. ^^ 하지만 지친 하루의 끝은 항상 우리 집이라 평온한 잠에 곤히 들 때까지는 북적북적 바쁘기가 일쑤예요. 먼저 환기를 시키고 다음으로 시원한 음료를 들이키고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하면 우리 가족표 아이스크림으로 기분을 달래요. 그리고 마지막 잠들기 직전 샤워를 하면 그나마 꿈나라까지 가는 길이 평화로워집니다. ^^
  비단 우리 집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죠? 모두들 더위에 지쳐있을테니까요.

  오늘은 평소와 다른 날이었어요. 따지고 든다면 엄청나게 다른 건 없지만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책이 한 권 우리 집으로 날아온 거예요. 실뭉치로 장난을 하다가 사진을 찍는 표정을 짖굿게 지어보이는 고양이. 아마 장난꾸러기 얼룩고양이인가봐요.
  [내 주머니를 들춰봐!]의 등장인물의 옷엔 항상 주머니가 달려있어요. 단추가 달린 주머니, 꽃이 달린 주머니, 땡땡이 그림 주머니...!
  몇 달 전에 앞치마를 만든 적이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을 가진 제가 앞치마가 필요했던 이유는 앞치마에 주머니와 단추를 많이 달고 그 속에 재미난 물건들을 숨겨서 수수께끼나 스무고개, 게싱게임, 여러 가지 뽑기 게임 등을 할 계획 때문이었어요. 물론 제가 디자인 한 앞치마라서 이야기지만 제가 봐도 너무 멋진 게임도구였어요. 제가 여기저기에 달린 주머니에 눈길이라도 줄 때면 아이들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며 제게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보내주었어요. 그럴 때면 저도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길다란 주머니에서 재미를... 자그마한 주머니에서 귀여움을... 또 가끔씩은 커다른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어 나누어 주기도 했거든요. 참, 제가 만든 앞치마에는 재래시장 단추골목에서 신중하게 골라와 달아 둔 갖가지 단추가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기도 했었습니다. ^^

  [내 주머니를 들춰봐!] 이야기를 하다가 앞치마 이야기로 빠져버렸죠?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할 때부터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제가 만든 앞치마였어요. *^^* 아이들의 궁금함을 자극해서 관심과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게 주머니의 역할이잖아요.
  사실 책을 받자마자 포장을 벗기고 움직이지도 못한채 먼저 궁금함에 빠져든건 바로 저였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이 책의 표지를 보거나 한 장이라도 책을 펼치는 사람이라면 아마 저처럼 끝까지 책 속 주머니를 넘겨 보고서야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표지를 장식한 얼룩고양이의 오빠나 남동생처럼 보이는 얼룩강아지가 펼쳐질 때면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던 기린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 같아 보여요. 예쁜 모자까지 깔끔하게 쓰고 나온 강아지의 동그라미 모양은 바로 공이었어요. 꼭 단추구멍 사이로 주머니 속이 들여다 보이는 것 같았는데 노란색 줄무늬 옷과 보색을 이루는 보라색 공이 시각을 자극했어요.

  다음에 만나자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듯 책장 사이로 사라지는 강아지 뒤를 이은 건 바로 책표지 얼룩고양이 였어요. 네모 모양을 보여주겠다며 털실 장난을 하고 있는 이 고양이의 주머니 속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법한 움직이는 왕쥐인형이었어요. 이쯤 되면 아이건 어른이건 다음 장을 넘겨 보라고 책 읽어 주는 사람을 보챌거예요. 저도 그 보채는 말에 더 신이 나서 책을 읽어줬으니까요. ^^

  고양이 주머니 속의 생쥐가 다음 장의 주인공이에요. 푸르게 넘실대는 바닷물을 입고 있는 생쥐의 왼 손에는 망원경이 들려져있어요. 이 왼손의 힌트를 바탕으로 주머니 속을 상상해 보면 더 재미있어요. 바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돛단배가 들어 있어요. 푸른 바다 위를 두둥실 떠다니고 있을 은색돛을 단 아담한 배가 우리를 반겨주었어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라는 노래가 바로 흥얼거려지면서 나비, 벌, 무당벌레 그리고 코로 잡고 있는 예쁜 꽃이 보이는 이 쪽에서는 코끼리의 귀 만큼이나 커다란 주머니가 눈에 띄어요. 꽃단추가 예쁜 주머니 속을 들여다 보면 주황색 다이아몬드 모양의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음~ 음~ 하면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저도 잘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가오리연이 구름 위를 훨훨 날고 있는 게 보여요.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이아몬드 모양은 정말 떠오르는 게 몇 개 없어요. 수생식물인 마름, 가오리, 홍어, 카드놀이용 모양 등이 겨우 생각나요. 또 뭐가 있을까요? ^^

  좀 부담스럽게 커다란 코끼리와 인사를 나누고 만난 동물은 원숭이에요. 나비 넥타이가 잘 어울리고 책을 좋아하는 원숭이는 빨간색과 기다란 네모를 우리에게 알려줬어요. 그것만으로 떠오는 것들을 서로 이야기 하고 자신이 이야기 한 것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잠자고 있는 아기를 만져주듯이 엄청나게 조심스럽게 땡땡이 주머니를 젖히는 순간 우리 모두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깜짝 놀라는 것엔 나쁜 것과 좋은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좋은 쪽의 '깜짝 놀람'이었어요. 얼굴에는 미소와 입에서는 함성이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는 건 아주 당연한 좋은 쪽의 '깜짝 놀람'이 원숭이의 주머니 속에서 나왔어요. 그런 바로 바로... 빨간색의 기다란 네모로 가려져 있는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펼친 나비였어요. 괜히 책을 읽어 주고 있는 제가 일부러 넣어 둔 것 처럼 어깨가 으쓱해졌어요. 그러면서 기분이 더 좋아진 저는 더 많은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조금 더 다가앉았어요.

  우리가 만질 수 있고 궁금한 것이 숨어있는 주머니에 관심을 팔고 있는 동안 무엇이든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것 처럼 생긴 화가토끼의 오른쪽 주머니를 발견한 아이가 있었어요. 모두들 잠시 가져진 왼쪽 주머니에서 훤히 보이는 오른쪽 주머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양 손을 주머니 끝에 살포시 두고 우리가 뭘하고 있는지 궁금한 듯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초록개구리가 오른쪽 주머니에 있었던 거에요. 아마 그 아이가 오른쪽 주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는 왼쪽주머니를 먼저 열어버리는 엄청난 실수를 할 뻔했어요. 하지만 우린 다행이었지요? 그렇게 초록개구리와 인사를 나누고는 우린 다시 왼쪽 주머니에 집중했어요. 별로 알려주는 게 없었어요. 알려주는 게 있었겠지만 우리가 알아 들을 수 없었어요. 무지갯빛 길쭉한 동그라미라니... 세상이 이런 것도 있나? 호기심은 커져만 갔어요. 하나 둘 셋을 함께 외치며 열어 본 주머니에는 세상에 없는... 화가토끼가 정성을 들여 색칠을 한 이 들어있었어요. 반짝반짝 빛을 받으면 더 화려하게 반짝이는 달걀이라 아름다움을 뽑내는 것 같았어요.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며 벌써 아쉬움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또 다른 책을 읽어주마하는 약속을 하고서야 캥거루아주머니의 주머니를 열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사실 캥거루에게 주머니가 달려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 다른 동물의 옷에 달린 주머니와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어요. 제가 처음 캥거루의 주머니를 열어보았을 때처럼 아이들은 갖가지 이야기를 했어요. 게다가 색깔도 모양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 들쑥날쑥한 답들이 나왔어요. 소중한 선물이라니 읽는 사람마다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을 떠올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저마다 이야기 하는 것들이 마치 갖고 싶은 것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함성을 외치며 마지막 주머니를 열어 보았어요. 주머니에 달린 파란 꽃을 잡고 있는 아기 캥거루였어요. 엄마 캥거루가 하고 있는 앞치마와 주머니를 보면서 또 다시 제가 만든 앞치마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했어요. 마지막 장에 있는 엄마 캥거루는 엄마이고 그 엄마 캥거루 주머니 속에 있는 아기 캥거루는 바로 너희들이라고요. 아이들이 캥거루 흉내를 내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 


  책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면 더 바라면 안되겠지만 책의 쪽수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아이들의 눈망울을 잡아 둘 수 있게 말입니다. 또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직접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말그대로 주머니만 있는 페이지가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는 책처럼 주머니 속에 은박지를 넣어두고 '엄마 아빠의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너] 란다'하면서 책 읽어 주기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더 커다란 욕심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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