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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랑 결혼할래 ㅣ 이야기 보물창고 13
이금이 글, 이영림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내 마음대로 안 돼요
좁은 주택가에 삐약삐약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막내 동생이 병아리 두 마리를 사들고 들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갖은 정성을 다해 이뻐해 주며 키우려고 애를 썼는데 그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병아리 두 마리가 모두 싸늘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실망한 동생에게 몇 마디 핀잔을 주고는 병아리 생각을 지웠는데 아버지께서는 그게 마음에 걸리셨던지 큰 시장에 가셔서 열 마리나 되는 병아리를 사 오시고는 마당 한 켠에 울타리까지 만들어 놓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랑 뭔가가 다른지 무럭무럭 자라서 닭이 될 때까지 길렀던 생각이 납니다.
자기 마음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착한 아이들의 심리를 잘 나타낸 이야기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맛있는 음식처럼 다가 옵니다.
2. 친구가 아파요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엮으면 하루 종일 배를 움켜쥐고 뒹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황당한 일들이 일어 날 때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이 괴로웠는데 지나고 나면 119 구조대에 신고하는 일처럼 재미난 추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개구장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의젓한 어른으로 멋지게 성장해 있겠죠? *^^*
3.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누구에게나 소풍 가기 전날 겨우 김밥 한 줄 쌀 준비를 해 둔 것 뿐인데 좋아서 잠을 못 이룬 경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막상 소풍을 가 보면 별 다른 게 없는데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는지... 친구를 위해주는 마음까지 예쁘게 묻어 있어 더 없이 좋은 이야기 되는 것 같습니다. 주먹밥 만들기, 달걀 삶기, 감자 찌기, 고구마 굽기, 과일상 차리기, 볶음밥 만들어 먹기, 비빔밥으로 토요일 허기 때우기... 제 머리 속에서 재미난 사건들이 쏟아집니다. ^^
4. 선생님이랑 결혼할래
은채의 머리 속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만든 건 또 어떤 일일까 궁금하기도 한데 아마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17살 정도 터울이 있는 사촌형이 시골에서 우리집으로 대학교를 다니느라 유학 생활을 하러 왔을 때가 기억 납니다. 코흘리개 여동생에게 얼마나 잘대해줬는지 제 여동생 입맛 열면 오빠랑 결혼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 형이 졸업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직장의 동료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잔치 분위기에 젖어 축하해 주며 좋아하는데 제 여동생만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닌 적이 있었습니다. '오빠는 나랑 결혼하겠다고 해놓고...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며 얼마나 울어대던지요... 은채의 경우와는 좀 다른 점도 있지만 이 이야기를 보면서 지금은 아이 둘을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아줌마인 여동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겹쳐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있을 법한 이야기 네 편이 잔잔한 웃음을 만들어 주고 있는 '선생님이랑 결혼할래'... 또 하나의 인기서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