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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광고 인문학 - 광고인의 시선으로 떠나는 유쾌한 인문 여행기
이지행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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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에 앞서 *

학창시절 분명 세계사를 배웠지만 
구석기시대의 라스코 동굴 벽화부터 시작해
이집트, 그리스, 로마를 거쳐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프랑스 혁명, 
세계 2차 대전을 넘어 
20세기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뒤엉켜
지금까지 나는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

성인이 되어 인문학을 접할 때도
철학, 예술, 문학, 음악, 건축, 심지어 정치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서양 문화의 근간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분명 많이 들어본 이름과 단어와 사건들이지만 
퍼즐 조각처럼 단편적인 지식만이 머리속에 맴돌아
전체적인 큰 그림을 짜맞추는데는 늘 실패했다.
결국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니
그 위에 뭘 쌓아도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려 했지만
역시 학창시절때 만큼이나 졸립고 복잡해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B급 광고 인문학]



광고인 이지행 작가가

그리스 철학부터 르네상스 회화와 조각의 인상주의, 

고전 소설, 패션, 광란의 정치 등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온갖 것들이 
리얼 인문학이라는걸 우리에게 들려주는 책이다.

그것도 광고인의 시각으로 상상을 더해주니 
배꼽 빠지게 재미있다.

마치 MBC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성우 이철용씨가 셀럽들의 리즈 시절 이야기나 
명장면을 만담처럼 들려주듯,


이름도, 역사적 사건도,
복잡한 세계사를 
이지행 작가의 입담으로 들으니 완전 새롭다.



그런데 광고와 인문학이 무슨 상관이길래 
제목이 [B급 광고 인문학]일까?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광고는 사람을 향한다.
사람에게 진심이다.
그래야 팔린다.
사람을 향한다는 것은 인간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것,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즉, 광고의 출발은 인문학이다. (p 9)



광고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뽐내는게 업이니 어떻게든 사람을 설득하고 감동받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 예술, 회화, 조각, 문학, 패션, 심지어 정치까지 인간의 모든 행위가 광고라고 말한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퍼스널 브랜딩이고 마케팅의 대가라고 말이다.

그러니 인문학이 곧 광고인 셈이다.

구어체로 쓰여 있어 
눈으로 읽어도 귀로 듣는 듯 하니
실로 방대한 분야를 순삭할 수 있다.


* [B급 광고 인문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1. 스탕달 증후군 
유명 미술품이나 예술 작품을 보고 느끼는 정신적 충격을 뜻한다.

<<적과 흑>>, <<파르마의 수도원>> 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스탕달이 
1817년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의 아름다움에 감정적 황홀감을 느껴 까무러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본문 p124 참조)

이렇게 스탕달이 까무라친 이유를 통해, 
르네상스가 피렌체에서 꽃피우게 된 배경에
메디치 가문과 플라톤 아카데미가 있음을 상세히 들려준다.


2. 동명 2인: 미켈란젤로가  또 있다.

우리가 아는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 천장화와 
피에타, 다비드상을 조각한 르네상스의 거장이며 
본명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다.(1475~1564)

또 한 명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로
같은 이름의 미켈란젤로가 너무 유명해 그의 고향명인 카라바조로 불리운다. (1571~1610)
몹쓸 성질머리 때문에 늘 쫓기는 삶을 살았지만 (심지어 살인까지 한 범죄자다.)
그럼에도 그의 천재적인 작품 실력을 인정해 바로크의 거장으로 알려진 화가다.


3. "짐이 곧 국가다" 루이 14세

유난히 트렌드에 민감했던 남자 루이 14세의 출생 비하인드 스토리와 
스스로를 신격화하고 태양왕이라 칭한 그로 인해 
오늘날의 에티켓과 레벨 분류가 이루어졌다는 썰이 있다.


4. B급 화가 마네 : 인상주의를 열다.

1826년 사진이 세상에 나오면서 화가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비주류 화가들이 회화의 새로움을 모색하지만 기존 미술계로 부터는 외면 당했다.

그 중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은 엄청난 욕과 비난을 받은, 당시 포르노그래피 수준이었다.



* [B급 광고 인문학]을 추천하는 이유 *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B급의 기준이 뭘까?

인상파 화가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에두아르 마네가 그 당시 B급 화가였다는 것은 실력이 B급이 아니라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 때문 아닐까?

살아생전 단 한점의 그림만 팔렸다는 고흐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니 [B급 광고 인문학]의 내용은 절대 B급이 아니다.
기존의 인문학 도서의 형식을 벗어났다고 해서 내용마저 허접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책을 펼쳐보시라.

그 안에 내가 알고 싶었거나 적어도 알아두어야 마땅한 인문학적 뼈대가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있다.

웃음과 재미는 보너스다.^^*



* 인디캣 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꼼꼼하게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도서 리뷰입니다. *




광고의 출발은 인문학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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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 어서 와 - 너에게 선물하는 작은 기쁨 나태주·로로 웹툰 만화시집 3
나태주 지음, 로로 그림 / 더블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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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 어서와] 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웹툰 작가 로로의 만화로 
스토리텔링한 만화시집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 아버지 몰래 만화책을 빌려다 이불 속에 숨어서 읽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당시 어른들은 왜 그렇게 만화책을 경시하고 터부시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는 안되지만 어쨋튼 학교 공부 이외의 것에 관심 두는 걸 몹시 경계했던 시절이었다.

그랬던 만화책이 이제는 당당한 하나의 컨텐츠 장르로 인정받고 있으니 참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나태주 선생님의 시를 만화와 접목시켜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창작되었으니 이 또한 환영할만한 일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내가 시에 물들고 
시가 내 안에 들어와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어렵다 생각 말고 들어와 앉으렴~”
하면서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그렇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어들이 
로로 작가의 따뜻한 그림과 만난 [행복아, 어서와]는
한 편의 동화책을 읽은 듯 하다.


그 중 가장 짧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시 한 편을 여기 옮겨본다.

<좋은 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니
더욱 좋다



이 얼마나 간결하고 담백한 시인가.
그럼에도 삶의 철학이 담겨 있으니
이렇게 함축된 짧은 문장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나태주 선생님의 시어가 
내 가슴에 꽃잎처럼 날아와 살포시 앉았다.


다음은 내 가족들에게, 특히 딸과 아들에게 전해 주고픈 시다.

<너에게 감사>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단연코 약자라는 비밀

어제도 지고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는 일방적인 줄다리기

지고서도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고
홀가분하기까지 한 게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지는 사람이
끝내는 승자라는 비밀

그걸 깨닫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가족들 앞에서 특히 자식들에게 
언제나 나는 약자였다.
내가 그만큼 더 사랑했음을 알려주는 이 시가 
내겐 위로이자 큰 힘이 되어준다.

[행복아, 어서와]는 최근 여러가지 일들로 
마음이 힘들고 지친 내게 
선물처럼 찾아온 진짜 행복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좋은 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니
더욱 좋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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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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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과 책의 컨셉이 찰떡 궁합이다.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이 보이고, 

작은 것이 크게 보이고, 

희미한 것이 자세히 보이며,

얕은 것이 깊게 보이지만 

눈의 양 옆을 가린 만큼 좁게 보인다.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가 쓰여졌던 시대는 1800년대 초기 왕정시대였다.


1778년에 영국에서 태어나 유니테리언 교회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윌리엄 해즐릿은 

자유사상가이자 반체제 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유럽 전역이 왕권, 신권, 귀족 등 기존의 권력 세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자유 의지가 드높았던 시대였기에 윌리엄 해즐릿 같은 급진적 사상가들은 

당대 보수주의자들의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812년 <모닝 크로니클>의 의회 출입 기자가 되어 정치를 비롯한 다양한 칼럼을 쓰며 

문학과 미술, 연극 비평가로 활약했던 그는 그의 가시 돋힌 에세이와 문예 비평으로 사회의 이단아였다.

그 당시에도 자유 언론이 있었다는게 나는 놀랍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이 에세이집 안에는 7편의 각기 다른 글이 실려 있는데 그 중 두 번째 챕터의 제목이다.

존 밀턴의 [실낙원],윌리엄 콜린스의 시 [열망],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지 않은 야로 강], 

셰익스피어의 [율리우스 카이사르],[한여름 밤의 꿈] 등 

다양한 문학가들의 문장을 인용하며 먼 것이 좋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다.

몇 문장을 아래에 소개하자면, 


우리는 눈에 너무 가까이 들이대지지 않은 먼 것에 어렴풋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의 색을 입힌다.

"저 너머 멀리 펼쳐진 새로운 땅과 강, 산을 발견" 하고 싶은 희망과 소원을 품는다.

(존 밀턴 [실낙원]中에서 인용)


<중 략>


막연한 기대감은 희망과 소원과 매혹적인 공포로 채색된다.

p55~56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

미덕은 결점의 채찍질이 없으면 교만해질 것이며,

죄는 미덕이 보살피지 않으면 절망할 것이다."

( 셰익스피어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中에서 인용 )


이것은 인간 본성의 장점과 결점을 잘 알던 사람이 오래 전에 남긴 참되고 훌륭한 말이다.

학파들과 당파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별명을 붙여 분류하기를 자랑으로 여기는 철학자들은 그 의미를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p77




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성공의 조건에 관하여'라는 내용인데

'밀턴'과 '셰익스피어'에 대해 윌리엄 해즐릿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나는 '밀턴'이 가진 정신 능력의 폭이 [실낙원]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웅장한 세상, 하나님이 등장하던 그 성스러운 세상을 겨우 채울 수 있는 정도였다.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그 자신의 어떤 작품보다도 크다.

그의 천재성은 한 작품을 넘어 제한 없이 다음 작품으로 자유로이 날아오르지 않는가.

그는 자신의 창작물에 지배되지 않고 언제나 그것을 넘어선다.

p123



그런가하면, 여섯 번째 챕터의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 에서 공화주의자를 이렇게 정의했다.


진정한 공화주의자는 왕권신수설 또는 그것의 이름만 비슷하게 바꾼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왕권신수설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통치를 의미한다.

공화주의자는 그런 모든 군주를 독재자로 규정하고 그의 국민을 노예로 판단한다.

진정한 공화주의자는 '훌륭한 혐오자'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미덕 가운데 가장 어렵고 가장 호감이 덜 가는 미덕이며,

모든 일 중에 가장 힘들면서 생색이 안 나는 일이다.

p164




해즐릿은 원칙에 충실하고 "정부의 도구가 되지 않았기에 그의 에세이들은 해즐릿 자신이다." 

라고 버지니아 울프는 회고했다.

그만큼 윌리엄 해즐릿의 글은 권력에 아첨하지 않고 독재자에게 독침을 날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장 하나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읽을 때는 너무 길고 지루한 부연 설명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내게 난독증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위에 인용한 몇 개의 글들은 그나마 매우 간결하고 쉽게 다가오는 문장들이다.

에세이집 전부를 들여다보면 마치 나선형의 원을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다.

왜 과거의 지식인들은 어렵고 난해하게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래야만 더 있어보였나?

일반인들은 읽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자기들끼리 경쟁적으로 언어의 유희를 마음껏 뽐낸건가?


한 호흡 쉬었다가 다시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으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고전문학이 현대에 잘 읽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본성의 단면들을 예리한 조각칼로 새겨 넣은 듯 훌륭한 내용들이지만 

복잡한 문장 구조로 인해 쉽게 전달되지 못하는 점이 많이 아쉽다.




* 인디캣 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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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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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 지구 상에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는 설정으로 상실을 치유하고자 과거 또는 미래를 방문할 수 있는 SF 소설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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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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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에서 철학을 공부한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의 첫 장편소설, [시간의 계곡]을 읽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열여섯 살 한 소녀가 자신의 학창 시절에 겪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진로를 스스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딜 오잔’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늘 왕따로 지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에드메’와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의 친구 관계가 어른이 되어 가는 삶의 태도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우정, 사랑, 오해, 질투와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시기가 학창 시절 아닌가.

미래로 부터 방문한 친구의 부모를 목격한 오딜 오잔은 에드메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되지만 자신이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버린다.

그로 인해, 졸업 후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되는 고위 공무원직 자문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실습을 중도 하차해 버리고 가장 하급 단계인 헌병의 길을 선택한다.

20년 뒤, 그녀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현재에서 20년 뒤 미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화될까?

우리가 과거나 미래를 갈 수 있다면 내 인생을 지금과는 다르게 바꿔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공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나 미래를 얘기하는 SF장르는 영화 ‘인터스텔라’ 처럼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기본으로 했는데, 이 소설은 지구 안에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한다는 설정이어서 매우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것도 이틀 정도만 험한 산길을 걸어가면 계곡 건너편 서쪽으로는 과거 20년 전을, 동쪽으로는 미래 20년 후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이틀은 너무 짧은 거리 아닌가? 싶지만 드라마 ‘도깨비’에서 문 하나만 열면 서울에서 캐나다로 이동하고 나이도 10년쯤 더 먹은 주인공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물리적 거리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어짜피 초현실적 가상 공간이니까.

하지만 과거나 미래로의 방문은 현재의 삶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어 철저한 규칙으로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면,

과거로 방문하는 경우 어린 자식이 사고로 사망했을 때 부모의 상실감이 너무 커서 과거 그 아이가 살아있던 모습을 보기 위해 청원서를 제출하면 자문관들이 심사숙고해 방문 여부를 결정하고 경계 철책에 근무하는 헌병을 대동해 마스크를 낀 채 멀리서 잠깐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미래로의 방문은 곧 태어날 손주를 보지 못하고 죽을 병에 걸린 노인이 죽기 전에 미래를 방문해 자신의 손주 모습을 미리 보는 식이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등 그동안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현실화 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어쩌면 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내용은 과거나 미래를 철책 하나 너머로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좀 섬뜩하지만, 자연의 사계절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한 섬세함과 인간 관계에 따른 심리 묘사가 참으로 탁월해 SF임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공감되는 문장들 >



책에서 봤을 때는 질투가 분노처럼 뜨거운 감정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질투는 뜨겁다기보다 메스꺼움과 절망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허하고 자학적인 감정이었다.

p125




어쩌면 꿈도 생명체처럼 크게 키우려면 보살핌이라는 품이 필요할지 모른다.

약간의 격려로 흙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내 꿈은, 이제 작은 새싹처럼 빛을 향해 스멀스멀 뻗어나가고 있었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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