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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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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과 책의 컨셉이 찰떡 궁합이다.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이 보이고, 

작은 것이 크게 보이고, 

희미한 것이 자세히 보이며,

얕은 것이 깊게 보이지만 

눈의 양 옆을 가린 만큼 좁게 보인다.


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가 쓰여졌던 시대는 1800년대 초기 왕정시대였다.


1778년에 영국에서 태어나 유니테리언 교회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윌리엄 해즐릿은 

자유사상가이자 반체제 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유럽 전역이 왕권, 신권, 귀족 등 기존의 권력 세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자유 의지가 드높았던 시대였기에 윌리엄 해즐릿 같은 급진적 사상가들은 

당대 보수주의자들의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1812년 <모닝 크로니클>의 의회 출입 기자가 되어 정치를 비롯한 다양한 칼럼을 쓰며 

문학과 미술, 연극 비평가로 활약했던 그는 그의 가시 돋힌 에세이와 문예 비평으로 사회의 이단아였다.

그 당시에도 자유 언론이 있었다는게 나는 놀랍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이 에세이집 안에는 7편의 각기 다른 글이 실려 있는데 그 중 두 번째 챕터의 제목이다.

존 밀턴의 [실낙원],윌리엄 콜린스의 시 [열망],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지 않은 야로 강], 

셰익스피어의 [율리우스 카이사르],[한여름 밤의 꿈] 등 

다양한 문학가들의 문장을 인용하며 먼 것이 좋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이다.

몇 문장을 아래에 소개하자면, 


우리는 눈에 너무 가까이 들이대지지 않은 먼 것에 어렴풋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의 색을 입힌다.

"저 너머 멀리 펼쳐진 새로운 땅과 강, 산을 발견" 하고 싶은 희망과 소원을 품는다.

(존 밀턴 [실낙원]中에서 인용)


<중 략>


막연한 기대감은 희망과 소원과 매혹적인 공포로 채색된다.

p55~56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

미덕은 결점의 채찍질이 없으면 교만해질 것이며,

죄는 미덕이 보살피지 않으면 절망할 것이다."

( 셰익스피어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中에서 인용 )


이것은 인간 본성의 장점과 결점을 잘 알던 사람이 오래 전에 남긴 참되고 훌륭한 말이다.

학파들과 당파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별명을 붙여 분류하기를 자랑으로 여기는 철학자들은 그 의미를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p77




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성공의 조건에 관하여'라는 내용인데

'밀턴'과 '셰익스피어'에 대해 윌리엄 해즐릿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나는 '밀턴'이 가진 정신 능력의 폭이 [실낙원]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 웅장한 세상, 하나님이 등장하던 그 성스러운 세상을 겨우 채울 수 있는 정도였다.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은 그 자신의 어떤 작품보다도 크다.

그의 천재성은 한 작품을 넘어 제한 없이 다음 작품으로 자유로이 날아오르지 않는가.

그는 자신의 창작물에 지배되지 않고 언제나 그것을 넘어선다.

p123



그런가하면, 여섯 번째 챕터의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 에서 공화주의자를 이렇게 정의했다.


진정한 공화주의자는 왕권신수설 또는 그것의 이름만 비슷하게 바꾼 그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는다.

왕권신수설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통치를 의미한다.

공화주의자는 그런 모든 군주를 독재자로 규정하고 그의 국민을 노예로 판단한다.

진정한 공화주의자는 '훌륭한 혐오자'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미덕 가운데 가장 어렵고 가장 호감이 덜 가는 미덕이며,

모든 일 중에 가장 힘들면서 생색이 안 나는 일이다.

p164




해즐릿은 원칙에 충실하고 "정부의 도구가 되지 않았기에 그의 에세이들은 해즐릿 자신이다." 

라고 버지니아 울프는 회고했다.

그만큼 윌리엄 해즐릿의 글은 권력에 아첨하지 않고 독재자에게 독침을 날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문장 하나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 읽을 때는 너무 길고 지루한 부연 설명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내게 난독증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위에 인용한 몇 개의 글들은 그나마 매우 간결하고 쉽게 다가오는 문장들이다.

에세이집 전부를 들여다보면 마치 나선형의 원을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다.

왜 과거의 지식인들은 어렵고 난해하게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그래야만 더 있어보였나?

일반인들은 읽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자기들끼리 경쟁적으로 언어의 유희를 마음껏 뽐낸건가?


한 호흡 쉬었다가 다시 이 책을 두 번째로 읽으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고전문학이 현대에 잘 읽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본성의 단면들을 예리한 조각칼로 새겨 넣은 듯 훌륭한 내용들이지만 

복잡한 문장 구조로 인해 쉽게 전달되지 못하는 점이 많이 아쉽다.




* 인디캣 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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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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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 지구 상에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한다는 설정으로 상실을 치유하고자 과거 또는 미래를 방문할 수 있는 SF 소설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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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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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에서 철학을 공부한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의 첫 장편소설, [시간의 계곡]을 읽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광고 카피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열여섯 살 한 소녀가 자신의 학창 시절에 겪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진로를 스스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주인공 ‘오딜 오잔’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늘 왕따로 지내다가 우연한 계기로 ‘에드메’와 특별한 우정을 쌓게 된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의 친구 관계가 어른이 되어 가는 삶의 태도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우정, 사랑, 오해, 질투와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시기가 학창 시절 아닌가.

미래로 부터 방문한 친구의 부모를 목격한 오딜 오잔은 에드메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되지만 자신이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버린다.

그로 인해, 졸업 후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되는 고위 공무원직 자문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실습을 중도 하차해 버리고 가장 하급 단계인 헌병의 길을 선택한다.

20년 뒤, 그녀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현재에서 20년 뒤 미래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화될까?

우리가 과거나 미래를 갈 수 있다면 내 인생을 지금과는 다르게 바꿔놓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공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나 미래를 얘기하는 SF장르는 영화 ‘인터스텔라’ 처럼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기본으로 했는데, 이 소설은 지구 안에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한다는 설정이어서 매우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것도 이틀 정도만 험한 산길을 걸어가면 계곡 건너편 서쪽으로는 과거 20년 전을, 동쪽으로는 미래 20년 후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이틀은 너무 짧은 거리 아닌가? 싶지만 드라마 ‘도깨비’에서 문 하나만 열면 서울에서 캐나다로 이동하고 나이도 10년쯤 더 먹은 주인공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물리적 거리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어짜피 초현실적 가상 공간이니까.

하지만 과거나 미래로의 방문은 현재의 삶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어 철저한 규칙으로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면,

과거로 방문하는 경우 어린 자식이 사고로 사망했을 때 부모의 상실감이 너무 커서 과거 그 아이가 살아있던 모습을 보기 위해 청원서를 제출하면 자문관들이 심사숙고해 방문 여부를 결정하고 경계 철책에 근무하는 헌병을 대동해 마스크를 낀 채 멀리서 잠깐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미래로의 방문은 곧 태어날 손주를 보지 못하고 죽을 병에 걸린 노인이 죽기 전에 미래를 방문해 자신의 손주 모습을 미리 보는 식이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고 하늘을 나는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등 그동안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현실화 되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어쩌면 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내용은 과거나 미래를 철책 하나 너머로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좀 섬뜩하지만, 자연의 사계절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한 섬세함과 인간 관계에 따른 심리 묘사가 참으로 탁월해 SF임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공감되는 문장들 >



책에서 봤을 때는 질투가 분노처럼 뜨거운 감정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질투는 뜨겁다기보다 메스꺼움과 절망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허하고 자학적인 감정이었다.

p125




어쩌면 꿈도 생명체처럼 크게 키우려면 보살핌이라는 품이 필요할지 모른다.

약간의 격려로 흙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내 꿈은, 이제 작은 새싹처럼 빛을 향해 스멀스멀 뻗어나가고 있었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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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사다리 타기
강신일 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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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 책과 저자 소개 >

2021년부터 한겨레 아카데미와 씨네21이 주관한 [리더들을 위한 명리수업]에서 만난 7명이 공동 저자이다.

광고 회사, 공학박사, 증권사, 변호사, 카피라이터, 영문학 전공자, 일본 기업 경력자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접한 명리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생각해 보며 각자의 경험담을 인생의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조언 같은 에세이다.

< 책을 읽으며 느낀 점 >

새해가 될 때마다 토정비결을 본다던지

결혼이나 이직 등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인생여정에서 사주관상을 본다던지

소소한 일상에서 재미로 찾아보는

오늘의 운세, 별자리 운세, 띠별 운세, 타로 카드수많은 방법으로 우리는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소설이나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는 기피하면서

유독 자신의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는 궁금해한다.

왜일까?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불안감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 아직 동트기 전의 어두운 터널 속을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해서다.

이 책 [운명은 사다리 타기]의 저자 중 한 명인 강신일님은 명리학을 배우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썼다.



사람은 누구나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익숙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야할 때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알고 싶었다.

이 작은 호기심이 ‘명리학’을 배우게 했다.

p26. 강신일

나는 가끔 특별한 스케줄이 있는 날 아침엔 ‘오늘의 운세’ 같은 걸 열어본다.

어떤 색상의 옷을 입을지, 어떤 결정을 해야할 때 무엇을 참고하면 좋을지가 궁금해서다.

그렇다고 운세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따르는건 아니다.

그저 내가 오늘의 행운도가 어느정도 인지를 안 다음엔 행동을 조심하고 말을 삼가는 등

내 마음가짐을 다잡는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다.

행운도가 90 이어도 흥분하지 말고 더 겸손해지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행운도가 10 이 나오면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널 정도의 조심성을 극대화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명리학을 가르치신 명리 연구가 황충연 선생은 [성공할 사주, 실패할 팔자]의 저자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사주 팔자라는게 대체 뭘까,

과연 타고난 운명의 길이란게 정해져 있을까,

평소 궁금했지만 왠지 어렵게만 느껴져 들여다 볼 엄두가 안났다.

그러다 명리학을 조금이나마 맛본 일반인들의 글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타고난 운명을 믿는 편이다.

그렇지않고서야 같은 부모 밑에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 자매의 일생이 제각각인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옛말에 자기 먹을 건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식 키울 걱정 앞서지 말고 그저 생기면 낳으라고들 하셨다.

그게 곧 사주팔자를 뜻하는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타고난 팔자타령만 하기엔 인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운명(運命)의

운은 옮길 운(運)에

명은 목숨 명(命)이다.

타고난 목숨을 옮긴다는 건

내가 나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뜻한다.

결국 모든 것은 내 할 나름이란 얘기다.

세상만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명리학을 공부하게 되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생길까?

그렇다면 명리학이란 무얼까?

그 답을 이상진님은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명리학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특정인의 성품과 능력, 건강부터 길흉화복의 시기까지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명리는 3000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집대성된 인간과 우주에 대한 통섭적 학문임을 깨달았다.

190. 이상진

이 글을 읽다보니

우리의 각기 다른 신체 DNA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듯이

우리의 인생여정에도 각기 다른 본성과 성품에 따라 필요한 공부가 다르겠구나 싶어

내게 맞는 인생 공부에 명리학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먼저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본질을 탐구하고 스스로를 깨우치려는 자아성찰의 시간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7명의 저자 중 카피라이터 심의섭님의 글이 가장 재미있고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역시 카피라이터란 직업은 멋진 크리에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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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사다리 타기
강신일 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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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주팔자에 관심은 있었지만 ‘명리학‘이란 학문은 들여다 볼 엄두가 안났다.
평범한 직장인 또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던 7인이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된 명리학을
자신들의 인생 여정과 경험담을 통해 에세이로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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