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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 바디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평점 :
어두운 의식 속에서 깜박이는 작은 불씨처럼 생겨나 내 의식을 살려내는
감정...모든게 죽어 버리고 썩어버린 줄 알았던 육체속에서
다시금 이성이 살아 나면 나는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일까?
세기말적 소설은 그 특유의 스산함과 애잔함으로 제 마음에 어필하나 봅니다.
웜 바디스 역시 세기말...병원균 때문인지? 아니면 세균전 때문인지 원인은 모르지만
인류의 대부분이 좀비가 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스타디움>이라는 공간에 도시를 만들어 좀비에 대항해 살아가고,
가끔 소수의 전투 인력으로 살아남기 위한 원정대를 꾸려
좀비들이 득시글한 세상에 숨어들어 먹을 거리나, 도구들을 구하러 나올 뿐.
진정한 주인은 좀비들이 된 세상...
주인공 R역시 인간의 따뜻한 고기와 비릿한 피를 탐하는 본능에 사로잡힌 좀비.
배고픔에 동료들과 습격한 원정대에서 한 소년의 뇌를 먹고 공유하게된
기억에서 줄리라는 소녀를 발견하고 구해서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오게 됩니다.
점점 깨어나는 무엇.
자신의 존재, 자신이 있는 이유, 자신에게 있어서 타인이라는 존재를
의식하게 되며 R은 좀비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새로운 존재가 되어 갑니다.
다르다는건 두려움과 동경을 동반 하는것.
좀비들역시 R의 영향을 받게되고 동조하는 자들과 본능에 충실하려는 자들간의 충돌 속에
R은 줄리를 구하기 위해 스타디움으로 돌려 보내고, 다시금 찾기 위해
인간 사회로 잠입 합니다.
<웜 바디스>를 읽다보면 타인의 시선에 결혼을 하고 어울리기 위해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
좀비처럼 살아간다는 식의 조롱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굳이 본능에 의해 살아가지 않아도 생각을 안하고, 무리에서 떨궈지지 않기 위해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
자신이 무엇이고,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생각할줄 아는 자야 말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