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질척 썩어들어가는 식물의 그 요상한 냄새와 기분나쁜 문드러짐... 그 갈색으로 뒤엉켜 썩어들어가는 줄기와 뿌리들의 열기는 옆의 다른 풀들마저 물들여 썩게 만들고 회색의 꼬물거리는 벌레들은 빽빽하게 그 검게 질척이는 오물들 틈에서 서로를 타넘어 어디부터 벌레고 어디가 썩어가는 식물인지 구분 못할정도...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인간은 빛을 연모 하면서도 왜 어둠에 끌리는 걸까? 분명 저 깊은 어둠속에서 눈만 빛내는 괴물에게 가까이 가서 좋을것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궂이 그 어둠에 잠겨 괴물의 실체를 보려 노력한다. 이렇듯 인간의 마음은 어둠에 끌리기 쉽고 악을 더 재미있어한다. 사쿠라바 가즈키의 '내남자'는 우선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읽고 싶은 흥미를 불러왔다. 나오키상 수상작들은 인간의 심리묘사가 세밀한 작품들이 주로 뽑히는 경향이 있으므로... 읽기 시작 했을때 겨울과 어둠이 어울리는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다 보면 책과 잘 어울리는 시기가 분명 있다는걸 느낄 때가 있다. '내남자'는 어둡고 끈끈하고, 어딘가 질척대고, 춥고, 무겁다. 가벼운 마음에 선택한다면 그무게에 눌려 며칠을 다른책은 보지도 못할정도의 무게다. 곳곳에 사람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묘사와 소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장한장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하나의 결혼 직후부터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녀와 그녀의 양아버지 준고의 인생유전을 그리고 있다. 모든것이 반복되는 악연의 피의고리처럼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고, 그 저주속에 모두를 끌여들여 주변을 불행으로 몰고가고야 마는 마치 어둠속에 도사린 늪같은 부녀의 이야기... 책을 읽는동안은 그안의 단어들로 인해 겨울이 더 추워진듯한 감각을 느꼈지만 읽고난 후엔 오히려 동정심을 느꼈다. 어떤 종류의 일은 산위에서 굴린 눈뭉치처럼 몸뚱이를 불리며 아래로 아래로 굴러내려만 갈뿐 멈출 도리가 없는것이다. 도중에 어딘가에 걸린다면 산산이 부서질뿐... 인간사도 마찬가지...잘못된걸 알아도 어쩔 수없이 앞으로..앞으로만 나아갈뿐인 인생도 있는것이다.멈춘다면 넘어져 다신 일어날 수없다는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