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이왕이면 잘하고 싶어 - 직장인을 위한 리얼 육아휴직 가이드북
안원지(다씽) 지음 / 드림벙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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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원초적 갈망을 유전자의 영향이라든가, 특정 호르몬으로부터 비롯된 생리학적 작용이라며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과학이 신봉하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으로 해명하기에는 부모자녀 관계가 너무나 비대칭이라서다. 무조건 주고, 무조건 받는 사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개인의 역사에서 빅뱅과 다름없다. 이전 과정은 중요치 않다. 탄생 이후에는 우주가 재편되니까. 아이의 중력은 몹시 강하므로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밖에 없다. 새벽 수유로 잠 못 자는 날들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괜찮다.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니까 울며 보챌 수도 있지. 걷지 않고 자꾸 안아달라고 떼쓰지만 그래도 괜찮다. 근육과 뼈가 덜 발달했을 테니 아무래도 다리가 아프겠지. 패밀리 침대에서 잠자다가 아이 발에 맞아 뺨이 부어올라도, 늘 괜찮다 괜찮다고만 하는 부모들은 사실 괜찮지가 않다.

 

아니, ‘안 괜찮다를 넘어 힘들 때가 많다. 다만 감내할 뿐이다. 그들의 부모를 떠올리거나, 아이의 웃음을 보면서 받은 사랑과 주는 사랑의 힘으로 고통을 희석한다. 고통의 총량이 유지되는 세상이지만 사랑이 그것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부모는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추억이란 놈이 늘 그렇듯 시간이 흐르며 아름답게 발효된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고 잘 키우겠다는 결심은 위대할 수밖에 없다. 그건 아이의 전 생애를 책임지겠다는 각오이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의 총합을 아이 대신 짊어지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 사랑할 순 없겠지만, 오히려 화를 낼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이 끝날 때까지 너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일생일대의 서약이라서다.

 

나는 육아휴직 또한 이런 결심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현대 사회에서 먹고사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란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결심이니까. 최근에 읽은 안원지작가의 책 육아휴직 이왕이면 잘하고 싶어는 이런 내 생각에 확신을 심어줬다.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완벽한 육아휴직의 기술을 자랑하기보다는, 스스로 부족함을 자인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 보겠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책. ‘이왕이면오히려 좋아란 단어와 닮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작가는 호기심이 많다. 보통 여러 가지를 좋아하면 어느 한 가지가 깔끔하게 마무리되기 어려운데, 그는 시간을 쪼개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하나씩 이루어나간다. 아이 키우는 일과 엄마의 마음을 돌보는 일. 두 마리 토끼를 세심하게 살펴서 어떻게든 잡아낸다. 물론 헤맬 때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잘못을 즉각 알아채고, 성찰하여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즉각 행동을 바꾼다.

 

그 시절 제 손에는 늘 폰이 쥐어져 있었고, 아이를 위한 영상을 본다는 착각 속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 옆에는 혼자 누워 저를 바라보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왜 타인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지?’ 하고요.”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즉각 바꾸는 속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언젠가 작가를 만났을 때 호기심 많은 자신을 귀가 얇다라며 희화화한 적이 있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저는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이왕 하는 거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래요.”란 말처럼 들려서. 오히려 부러웠다. 나는 아이 말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와 놀아주기보다는 놀아주는 척, 뒤에선 쇼츠나 뒤적이는 둔감한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육아휴직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과 자신의 실수를 이토록 진솔하게 풀어낸 책이 또 있을까. 읽는 내내 작가의 친근한 오지랖이 느껴진다. 당신이 겪는 고민과 시행착오는 잘못된 것이 아니며, 홀로 감당해야 하는 모든 순간에 내가 옆에서 손잡아주겠다는 각오! 함께 좋은 부모가 되어 보자는 햇살 같은 메시지가 너무나 눈부셔서. 나는 잠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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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연명의향서 - 죽음을 인식하면 삶은 다시 정의된다
김지수 지음 / 북루덴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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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중환자실에 누워 천장 텍스의 구멍을 헤아리고 있을 때였다. 서늘한 느낌이 들어 팔뚝에 달린 주삿바늘을 살펴보니, 주렁주렁 연결된 투명한 전깃줄 내부에서 붉은 것과 허연 것이 뒤엉키고 있었다. 전선을 따라가 봤다. 형형색색 놀이동산 풍선처럼 매달린 마약성 진통제, 영양제, 이름 모를 수액들. 생명 없는 것들이 생명에게 숨을 불어넣는 아이러니가 우습게 느껴질 때쯤 하얀 천장에서 검정 벼락이 쳤다. 미세 신경 따라 세포 하나까지 온전히 전달되는 구체적인 감각에, 나는 내가 낯설어졌다.

 

살아 있다는 것. 이 표현의 낯섦이 갑자기 나를 후려친다. 마치 그 표현이 그 누구에게도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에밀 시오랑은 그때의 나를 보고 이 문장을 쓴 걸까. 모든 것이 충만한 삶에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죽음. 그 사이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나는, 형량이 확정되지 않는 미결수처럼 병실에 머무른다. 경계에 선 다른 사람들과 그들에게 내려진 선고를 청취한다. 삶 또는 죽음이라는 명료한 이분법은 법칙에 어긋난 교집합을 억지로 지워간다. 선명한 사람들 사이에서 흐릿한 사람들을 배제한다. 그렇게, 처음부터 태어난 적 없던 사람이 된다.

 

중환자실은 푸코가 말한 헤테로토피아에 속하는 곳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정상 세계에서 유리된 다른 공간들. 일반적인 공간과는 다른 논리와 질서를 가진 이질적인 장소. 사회는 이곳에 애매한 사람들을 가둬두고 아름다운 세상이라 명명된 함수를 증명한다. 살아있는 사람은 어쨌든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죽음을 오래 보고 느끼는 일은 아무래도 불가능하니까.

 

죽음은 도처에 있으나 사람들의 눈과 귀는 편집된다. 채널을 돌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오랜 간병 기간과 환자들이 겪는 통증은 반쯤 접혀 원무실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된다. 그리하여 통증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건 개인적인 일이 된다. 홀로 견디는 시행착오는 사실상 답이 없다. 죽음을 두 번 경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일분일초마다 겪는 통증은 늘 최초다. 아무는 게 불가능한 생채기에 눈처럼 하얀 소금이 뿌려진다. 비틀리는 허리와 꺾이는 표정. 입은 물속에서 뻐끔대며 소리친다. 목구멍에 고여버린 나지막한 소음. 축 처진 몸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으로. 과연 이 과정에 인간다움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진통제 효력이 떨어질 때마다 초열지옥(焦熱地獄)으로 추락하여, 골절된 짐승처럼 웅크린 채 차라리 죽음을 바라는 자에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요.”란 말을 할 수 있을까.

 

김지수 작가의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를 읽었다. 보건의료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쌓아온 전문성을 배경 삼아, 작가 자신에게 아로새겨진 깊은 상처로 조금씩 쌓아 올린 구원의 성채. 작가는 자신의 우울증을 숙고하고, 트라우마가 되었던 아버지의 죽음을 천천히 회상한다. 중환자실과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경계에 선 사람들에게서 아버지를 본다. 어린 시절 기억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표정을 본다. 실오라기 같은 근육의 어긋남을 보며 아버지의 표정을 감각한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존엄을 발견한다.

 

죽고 싶은 생각에 시달리는 삶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삶으로 바뀌면서 일상의 위대함을 깨닫고 존엄한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문득 존엄사랑의 다른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기 위한 안내서다. 죽음을 고민할수록 삶은 찬란해지는 법이다. 경계인은 양 눈으로 이쪽과 저쪽을 본다. 대부분은 멍하니 보고만 있으나,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이를테면 고통을 겪는 한 사람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을 크게 뜨고 태양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일.

 

책 속 후두암 말기 환자가 그랬다. 아무런 보상도 없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고통을 이겨내며 인터뷰하는 그의 모습. 작가는 그를 본다. 나는 작가를 보며 무언의 신념을 느낀다. 아버지의 사랑과 작가의 인간애가 겹치는 장소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온다.


#김지수작가 #나의사전연명의향서

#고유동작가 #북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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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북클럽 - 우리 둘이 주고받은 마음의 기록
변혜진.연재인 지음 / 도토리책공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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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북클럽을 하고자 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필독서란 생각이 듭니다. 내용또한 흥미롭고 유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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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둘이 북클럽 - 우리 둘이 주고받은 마음의 기록
변혜진.연재인 지음 / 도토리책공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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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꿈꾸는 그런 일들이 있다.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그것. 흔히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건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면서, 그것 또한 진화한다. 진화는 발전이라기보다는 적응이라고 했다. 구석기 시대의 우리 조상들이 혹독한 그들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했듯이, 나 또한 2024년 12월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다. 지금 이 시점에 나를 끝없이 시험하는 건. 바로 우리 딸이다.

딸이 태어났을 때, 나도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아,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이 버킷리스트는 고등학생 때 ‘로얼드 달’의 동화책 《마틸다》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주인공인 ‘마틸다’는 책을 좋아하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다. 무려 네 살 때 찰스 디킨스 전집을 독파한 무시무시한 천재.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기 혼자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는 꼬마를 보며,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마 그때부터였지 싶다. 먼 훗날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분명 ‘딸’일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된 건. 이에 더해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내 딸이 독서를 좋아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생겨난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실제로 딸이 태어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내게 어떤 시련이 닥쳐도 딸에게 책을 열심히 읽어주겠노라고.

실패했다. 아니, 계속 실패하는 중이다. 독서에 익숙한 나와, 독서를 이미지로 볼 수밖에 없는 다섯 살 딸이 같을 수가 없건만. 나는 자꾸만 나의 시선에서 딸을 바라본다. 그러니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다. 독서의 유익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우리 딸도 이런 삶을 일찍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것이 마땅치 않다면 힌트만이라도. 이런 마음으로 유튜브를 찾아보고, 도서 목록을 뒤적인다. 제목에 낚여서 들어가 보면 거기서 거기. 이론적인 이야기들. 양육자가 진짜 책을 좋아하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인지 의심되는 발언들. 어떻게 하면 좀 쉽게 책 육아가 할 수 있을지 요령만 알려주는 책들. 공허했고 맹목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른바 ‘책 육아’를 설파하는 선지자들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변혜진⸱연재인’ 작가가 쓴 《단둘이 북클럽》을 만났다. 책 좋아하는 엄마와 초등학생 딸이 쓴 독특한 책. 이 책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나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까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서양 고전문학을 재미있게 읽고,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냥 여기까지였다면 서가에 꽂힌 다른 ‘책 육아’ 책과 다를 바 없었겠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이런 결과에 다다르는 과정에 있다. 일단, 작가는 딸과 북클럽을 만든다. 그러니까 시작부터 위계를 없애는 거다. 같은 회원으로서 같은 고전소설(다른 번역본)을 읽고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문자 혹은 이메일을 주고받는 일보다 번거롭고, 무엇보다 진부하게 느껴진다. 느릿느릿 생각을 곱씹고 곱씹어 물리적 실체인 종이와 펜으로 편지를 쓰고 쓴 편지를 다시 읽어서 고칠 곳을 확인한 후 우표를 붙여서 발송하는 일련의 느린 행위. 이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작이다. 전전긍긍. 머릿속에선 보낸 편지 내용이 계속 수정된다. 그리하여, 편지 쓸 때의 자신과 전혀 다른 새로운 자신이 상대방의 답장을 만난다. 느림의 축적과 숙성. 소화가 잘되도록 곱씹어진 생각들. 작가들은 이런 지난한 과정을 무려 11차례나 거쳤다.

읽다 보면 연재인 작가의 필력에 깜짝 놀란다. 정말 이 글이 초등학생이 쓴 것이 맞을까. 하지만 놀라운 필력 너머에 반짝이는 생각은. 아이의 것이 맞다. 이를 깨닫고 나니 연재인 작가의 글솜씨에 더는 놀라지 않았다. 이 정도로 깊고 짙게 읽었고, 삶에 적용한 이의 글이라면. 당연한 필력이라 납득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실천 지향적이면서 다정다감한 안내서가 또 있을까. 부모와 자녀 사이를 책으로 엮어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그렇게 아이가 고전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돕는 경이로운 책. 나는 이 책을 정독하며 다시 한번 희망한다. 미래의 딸과의 독서 또한, 변혜진⸱연재인 작가의 북클럽을 닮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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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씽 -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가치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정희 옮김 / 드림셀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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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사 빠진 작가를 봤나. 서문 페이지에 서문은 없으니 빨리 다음 장을 넘기라고 적혀있다. 아!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좋은 의미로 한 이야기다. 작가는 생각을 둘러싸고 있는 철제 상자의 나사를 풀어버린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생각이 훨훨 날아가 버린다. 자유롭게.

작가가 서두에 자신을 ‘통찰가’라고 소개했을 때 솔직히 코웃음을 쳤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목격한 자화자찬처럼 느껴져서다. 수도 없이 속았다. 속 빈 강정. 남의 것을 복사해 붙인 뻔한 이야기 뭉치들. 어찌 그리 다들 예측 가능한 말만 하는지. 하나같이 꿈을 꾸라고. 끌어당김의 힘이 작용할 거라고. 실천을 안 하니 그 모양으로 있는 거라고. 이 모든 걸 다 했는데도 성공을 못 한다면, 그건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나 원 참. 신흥종교가 따로 없다.

불편한 진실이 있다. 사회 초년생 때는 자기계발서를 접해본 일이 없으므로 책에서 뭔 얘기를 하면 내 얘기 같고. 뭔가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책들은 70%는 어디선가 퍼온 이야기, 30%는 자기 자랑과 성급한 일반화로 점철된 책이었다. 하나같이 심연에 도달하지 못하고 표면만 돌아다니는 책들. 좀비가 따로 없다. 모든 책이 이런 건 아니다. 경험상 자기계발서 10권 중 9권 정도일까나.

어느 순간부터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게 됐다. 시간 낭비라 느껴져서다. 10권 중 1권 있을까 말까 한 책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찾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같은 시간에 인문학책을 읽는 게 훨씬 유익하므로.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마녀책빵님이 번역한 책이기 때문이다. 《리틀씽》의 작가 ‘앤디 앤드루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서점에서 마주쳤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이 마녀책빵님을 통해 연이 닿았다. 그리고. 이 책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 정신 나간 책. 아 미안하다. 자꾸 헛소리가 나오려고 하는데 물론 좋은 의미다. 이 책이 바로 그 10권 중 1권이다. 너무 과한 칭찬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걸 고려하더라도 1권 안에 무난히 들어간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누구나 아는 뻔한 명제를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각도에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세부사항을 챙겨라’란 명제를 툭 던진다. 나는 이렇게 예상한다. 뭐 디테일에 관한 몇 가지 설명이 나오겠거니. 그런데 작가는 뚱딴지같이 워털루 전쟁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전쟁의 승패가 몇 개의 못에 의해 좌우됐다나?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작가가 ’화를 내는 것‘이란 명제를 툭 던진다. 나는 이렇게 예상한다. 뭐 화를 내지 말란 거겠지. 물론 결론은 그렇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우리는 책에 나온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멋대로 받아들이지. 그 이유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100%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과정’을 설명한다. 같은 결론이되 과정이 이러면, 결론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법이다.

둘째,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자유분방하다. 편견에 갇혀있지 않는 사고방식에서 어떤 ‘은유’를 느낀다. 통찰은 한 영역만 주야장천 판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연결하고 뒤섞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작가가 자신을 ‘통찰가’라 지칭한 것은 솔직한 말이었다. 마치 시인처럼,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므로.

셋째, 재미있다. 쉽게 잘 읽힌다. 이것은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번역의 질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번역 또한 한 권의 책을 쓰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뻔한 명제를 뻔하지 않게 설명하는 책. 그리하여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명제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무척이나 유익한 책이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그 어떤 분야이든, 이 책은 여러분의 머릿속을 단단히 죄고 있던 나사를 빼 줄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시라. 자신에게서 비롯된 생경한 생각에 놀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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