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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씽 -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의 가치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정희 옮김 / 드림셀러 / 2024년 4월
평점 :

이런 나사 빠진 작가를 봤나. 서문 페이지에 서문은 없으니 빨리 다음 장을 넘기라고 적혀있다. 아!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좋은 의미로 한 이야기다. 작가는 생각을 둘러싸고 있는 철제 상자의 나사를 풀어버린 사람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생각이 훨훨 날아가 버린다. 자유롭게.
작가가 서두에 자신을 ‘통찰가’라고 소개했을 때 솔직히 코웃음을 쳤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목격한 자화자찬처럼 느껴져서다. 수도 없이 속았다. 속 빈 강정. 남의 것을 복사해 붙인 뻔한 이야기 뭉치들. 어찌 그리 다들 예측 가능한 말만 하는지. 하나같이 꿈을 꾸라고. 끌어당김의 힘이 작용할 거라고. 실천을 안 하니 그 모양으로 있는 거라고. 이 모든 걸 다 했는데도 성공을 못 한다면, 그건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나 원 참. 신흥종교가 따로 없다.
불편한 진실이 있다. 사회 초년생 때는 자기계발서를 접해본 일이 없으므로 책에서 뭔 얘기를 하면 내 얘기 같고. 뭔가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책들은 70%는 어디선가 퍼온 이야기, 30%는 자기 자랑과 성급한 일반화로 점철된 책이었다. 하나같이 심연에 도달하지 못하고 표면만 돌아다니는 책들. 좀비가 따로 없다. 모든 책이 이런 건 아니다. 경험상 자기계발서 10권 중 9권 정도일까나.
어느 순간부터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게 됐다. 시간 낭비라 느껴져서다. 10권 중 1권 있을까 말까 한 책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찾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같은 시간에 인문학책을 읽는 게 훨씬 유익하므로.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마녀책빵님이 번역한 책이기 때문이다. 《리틀씽》의 작가 ‘앤디 앤드루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서점에서 마주쳤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이 마녀책빵님을 통해 연이 닿았다. 그리고. 이 책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 정신 나간 책. 아 미안하다. 자꾸 헛소리가 나오려고 하는데 물론 좋은 의미다. 이 책이 바로 그 10권 중 1권이다. 너무 과한 칭찬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에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걸 고려하더라도 1권 안에 무난히 들어간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누구나 아는 뻔한 명제를 전혀 생각지도 못한 각도에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세부사항을 챙겨라’란 명제를 툭 던진다. 나는 이렇게 예상한다. 뭐 디테일에 관한 몇 가지 설명이 나오겠거니. 그런데 작가는 뚱딴지같이 워털루 전쟁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전쟁의 승패가 몇 개의 못에 의해 좌우됐다나?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작가가 ’화를 내는 것‘이란 명제를 툭 던진다. 나는 이렇게 예상한다. 뭐 화를 내지 말란 거겠지. 물론 결론은 그렇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우리는 책에 나온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 멋대로 받아들이지. 그 이유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100%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는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과정’을 설명한다. 같은 결론이되 과정이 이러면, 결론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법이다.
둘째,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자유분방하다. 편견에 갇혀있지 않는 사고방식에서 어떤 ‘은유’를 느낀다. 통찰은 한 영역만 주야장천 판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연결하고 뒤섞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작가가 자신을 ‘통찰가’라 지칭한 것은 솔직한 말이었다. 마치 시인처럼,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므로.
셋째, 재미있다. 쉽게 잘 읽힌다. 이것은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번역의 질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번역 또한 한 권의 책을 쓰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뻔한 명제를 뻔하지 않게 설명하는 책. 그리하여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명제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무척이나 유익한 책이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그 어떤 분야이든, 이 책은 여러분의 머릿속을 단단히 죄고 있던 나사를 빼 줄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시라. 자신에게서 비롯된 생경한 생각에 놀랄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