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읽고 고민해봐야 한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평소에 나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조차도 100% 확신이 들지 않아서 매일 고민하기 일쑤다. 주변에 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이는 데 정작 딩크로 어떻게 사는 건지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아서 불안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비출산을 선택한 이들의 삶이 어떤 지 알고 싶었고, 그로 인해 생길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었다.

이 책의 화자인 18명의 여성들(작가님 포함)은 각자 아이 없는 삶을 택한 이유와 그로 인한 현실적인 고민들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제1장: 아이 없는 삶, 모두 100% 확신해서 결정했을까?>은 현재 내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라 가장 재밌게 읽었다. 나는 비출산을 택한 이들이 워낙 비범해서 결정하고 나면 고민 같은 건 절대 안 할 줄 알았다. 물론 결혼 전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경우도 있지만, 결혼 이후 드러나는 다양한 변수들(건강, 경제, 커리어 문제 등)로 인해 무자녀를 선택한 사람들도 있을 만큼 이 책에 나타나는 개개인의 삶들은 다분히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쏟아지는 편견과 오지랖들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직접 맞서 싸우는 사람도 있고, 직장을 다니거나 (생물학적으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나이가 되길 기다려 소모전을 줄이는 등 우회하는 방식으로 버티는 사람도 있다. 

거기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지방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든가 본인 사비로 장학회를 만들어 베트남, 캄보디아 대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법적인 부부 관계에서 얻은 ‘혜택’ 이상의 것을 사회에 돌려주며 삶을 보람차게 꾸려가는 부부들이었다. 아이가 없더라도 보람차게 살 수 있겠구나 싶어서.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좌충우돌하면서도 삶을 건강하게 꾸려 나가고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힘이 됐다. 부모를 꿈꾸지 않는 사람도, 이미 부모가 된 사람도 함께 읽어보고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어떤 여성은 아이를 낳기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하고, 아이가 없는 여성은 ‘아이를 낳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 여기서 민하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자연스럽게’ 삭제된다. - P237

영지의 말을 듣고 보니 한국 사회에서 ‘너만 잘났냐?’라는 정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적인 예로,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지만 채식주의자를 향한 비채식주의자들의 불 같은 분노에 종종 어리둥절해지곤 한다. 타인의 삶을 침해하지 않음에도, 다수가 택하지 않은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은 쉽게 미움의 표적이 되고 그들의 선택은 끊임없이 의심과 간섭을 받으며 그 선택의 가치는 폄하된다. - P183

"저는 결혼으로 남편이라는 동반자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지만 또 다른 제 가족이죠. 꼭 자녀가 있어야 가족이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 P193

사람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 꼭 ‘같은’ 경험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이 사람의 아이인지, 동물의 아이인지, 혹은 내 아이인지 남의 아이인지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를 이해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내가 이 존재를 사랑하기에 다른 이가 사랑하는 또 다른 존재 역시 소중히 여길 수 있음을, 한나는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