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공간의 왕국 - 머리,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
레이먼드 탤리스 지음, 이은주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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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를 다룬 이야기라 가장 배송이 기다려졌던 책 중에 하나였다. 인문학, 철학, 생물학, 역사학...분야를 막론하고 이전에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내겐 설레임 그 자체다.

「무한 공간의 왕국」은 제목이 말해주듯,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인간의 ‘머리’에 관한 해부를 다룬 책인데, 특이할 점은 누구나가 짐작할만한 ‘뇌’의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순수한 ‘머리’그 자체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의학박사이자 철학연구가로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살아있는 지식인 20명에 이름을 올린바있는 저자 레이먼드 탤리스는 뇌에 관한 책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거론하며, 뇌 이외의 ‘머리’를 이루는 부분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 이 책은 우리 머리를 이루고 있는 눈, 코, 입을 비롯한 각 기관들, 그리고 그 기관들이 하는 역할이나 유기적 기능, 사회적인 의미와 역사적 고찰에 이르기까지 생물학과 철학, 문학을 수시로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알맞게 버무려서, 마치 환상의 퓨전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차려놓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가령 아기와 엄마의 까꿍놀이에 대해서는 신체를 타자의 존재와 부재를 가지고 노는 의도적인 이용으로 본다든지, 기침을 기도안의 이물질을 제거하기위한 짧은 고압의 호흡이라는 일차적인 생물학적 상식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도구나 초조함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접근한 것이 그 예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류 쉐프가 야심차게 준비한 이 요리는 한 입 떠먹어 봤을때는 음-신선한데?하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르나, 두 입 세 입 거치면서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더니, 갈수록 수저가 가는 횟수가 뜸해지는 요리다. 역시나 지나친 조미료 사용이 문제였다. 재료 각각의 맛을 살리기 위한 서브로서의 사용이 아니라, 너무나 자극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들이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덮어버렸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하다.

한 줄이면 족할 듯한 간단한 표현을 굳이 풀어서 설명하지 않은 의학계 용어와, 재차 읽어도 의미 파악조차 되지 않는, 쉼표 하나 없는 길고 난해한 문장을 지극히 현학적인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로 받아 들어야 할지, 옮긴이의 매끄럽지 못한 번역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혹은 이렇게 좋은 글도 쉽게 ‘자기화’하지 못하는 나의 부끄러운 이해실력을 탓해야 하는지 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저자가 학계에 종사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는 불특정다수의 독자들을 타깃으로 펴낸 책이라면 지식 전달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는지 몰라도, 흥미 유발과 호기심 충족 면에서는 실패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적어도 16페이지에 걸쳐 작성된 각주에 빼곡히 들어선 논문들을 옆에 갖추어놓고 참고하며 읽을 만한 여유가 되지 않는 독자에게는 말이다.



 

 

 

 

 

 

 

 

 

* 한줄평 - 머리에 대한 조금 다른 시선으로 쓴 신선하고 재미있는 시도가, 난해하고 현학적인 문장에 가려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듯 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이 서평은 '동녘사이언스'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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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1-11-0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

eunonly 2011-11-11 20: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