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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는 왜 엄마를 울렸을까? - 찾아라! 생활 속 숨은 경제
석혜원 지음, 김진이 그림 / 풀빛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보! 여보! 나 오늘 백화점에서 십만원하는 옷을 세일해서 삼만원에 샀다? 나 오늘 완전 돈벌었어~”하는 내게 남편이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게 어떻게 돈을 벌은 거냐? 삼만원을 쓴거지~”
그러고 보니 남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하다. 아니 정확히 옳다.
이젠 경제 관념도 무감각해 질대로 무감각해져, 인컴과 아웃컴도 구분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나보다.
오늘만 특별찬스 1+1이라는 말에도, 주문폭주, 품절임박이라는 말에도 잘 참고 견뎠는데, 마지막 1분을 남겨두었다는 멘트와 함께 째깍거리는 초시계소리에 그만 전화기를 들고 만다.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먹고 자란 저 고소하고 먹음직스러운 호두가 내 손안에 안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동력과 재화가 필요했을까 생각해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호두 농장에서 브라운씨 부부가 정성을 다해 나무를 돌보고 과실을 거두었을것이고, 누군가가 운항하는 항공또는 선박을 통해 태평양을 가로질러 한국땅을 밟았을것이고, 수많은 방송관계자들을 통해 가장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카메라 앵글과 더불어 가장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키기에 최적화된 주옥같은 멘트들로 무장해 홈쇼핑 방송을 타고는, 불특정 다수가 주문한 주소로 택배기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여 운반 했을 테니, 요 작은 호두 한알 입에 넣는데도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경제활동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눈감는 순간까지 단 일분일초도 경제활동을 멈추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면에서 제목에서부터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바구니는 왜 엄마를 울렸을까?’라는 책은 참 고맙다. 이 책에서는 재래시장,백화점,공장,은행,패스트푸드점등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경제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알기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계산대가 출입문 가까이에 있는 이유, 백화점에 창문과 시계가 없는 이유, 놀이공원마다 롤러코스터가 있는이유 등등 무심코 지나쳤던 상황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경제원리를 소개하고, 주식이나 편드, 무역, 세금처럼 어른들도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경제 지식도 풍부하게 해주는 어린이용 경제 사전이라봐도 무방할 듯하다. 또한 각장의 마지막에는 선생님과 학생의 대화형식으로 풀어놓은 생각나누기라는 코너가 있어, 충동구매를 줄이고 바람직한 소비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고, 경제활동에서 더 나아가 환경까지 살릴수 있는 녹생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여러모로 참 유익한 책이다. 만원의 책이 지니고 있는 수백갑절의 가치와 효용에 대해 생각해볼 때 이 책을 손에 얻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