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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 - 2025년 제4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116
김도영 지음, 해랑 그림 / 비룡소 / 2025년 7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빠른 전개나 강한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초등 4학년 아들이 처음에는 흥미를 보이다가도 금세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이 책의 진짜 힘은 따로 있었습니다. 『여름에 내리는 비, 잠비』는 단순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아이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낸 이야기였습니다.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이 겪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신분이 다른 규안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이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산이 누군가의 도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아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한 번에 밀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울컥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읽는 순간의 재미보다는 읽고 난 뒤의 여운이 큰 작품입니다. 그래서 독서량이 어느 정도 있는 초등 고학년 이상에게 더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들도 각자의 고민과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시기에, 이 책이 작은 위로와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오래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