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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최후의 날 ㅣ 일공일삼 115
박상기 지음, 장선환 그림 / 비룡소 / 2025년 7월
평점 :
역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건네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단순한 연표 암기나 사건 나열이 아니라, 사람들의 숨결과 감정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만날 수 있다면 훨씬 오래 기억될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비룡소 출판사의 고구려 최후의 날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1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수상작 백제 최후의 날의 후속작으로, 박상기 작가가 쓴 장편 초등역사동화입니다. 주인공은 귀족 가문의 소녀 서루.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보장왕을 도우며 고구려 부흥 운동에 뛰어드는 서루의 이야기는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고민한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냅니다.

책장을 펼치면 단숨에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사건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구려역사 속 마지막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선택과 갈등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 독자에게도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와 학습의 균형입니다. 당나라의 침략, 보장왕의 고민, 연개소문 가문의 흔적 등은 모두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작가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이를 생생하게 되살립니다. 그림 또한 책의 몰입도를 높여주는데, 장선환 화가의 힘 있는 선과 과감한 구도는 찬란했던 고구려의 기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옛 사람들의 생활상, 의복, 풍습까지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초등 고학년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는 주인공 서루가 단검을 들고 달려가는 장면에서 눈을 반짝이며 “나도 나라를 지키고 싶다”라고 말하더군요. 부모 입장에서는 책을 통해 단순히 역사 지식을 얻는 것 이상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책임을 고민하는 마음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고구려 최후의 날은 단순히 옛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이 아닙니다. 멸망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그 속에는 꺾이지 않는 의지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고구려가 사라진 후에도 발해로 이어지는 정신을 보여주며, 역사가 단절되지 않고 흐름 속에 이어진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줍니다.

초등역사동화를 찾는 부모님이라면, 이 책은 역사와 스토리텔링의 장점을 동시에 품은 최적의 선택일 것입니다. 교과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동시에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자극합니다. 백제 최후의 날과 함께 나란히 읽으면 두 나라의 다른 역사적 상황을 비교하며 한층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역사 공부를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가슴 뛰는 이야기’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책. 그것이 바로 고구려최후의날이 가진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