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나해인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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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앤의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새해 소망으로 가장 많이 비는 것이 돈 많이 벌어 부자고 싶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거나 원하는 자격증을 따고 싶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등 성공을 꿈꾼다. 개인적으로는 새해가 되면, 친구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때 "별이 없냐?"는 말을 건넨다.


2023년 봄, 갑작스러운 우울증과 심한 불안 증세로 밤을 꼬박 새우고 회사에서도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병가를 낼까 퇴사를 할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게 좋지 않겠냐는 친구와 지인들의 조언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평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정신과 병원이 집이나 회사 주변에 어디 있는지 찾아봤다.


우울증이나 불안과 초조가 극심하면 번아웃이 오는 경우가 있다. 한때 정말 극한 상황까지 경험했던 나로서는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숨을 쉬고 걷거나 뛰는 등,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그때 깨달았다. 다행히 정신과 병원 진료의 도움을 받지 않고 꽤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스스로 극복했다. 마음의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바꿔 나갔다.


지금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느라 새벽부터 일어나 활동할 만큼 활동적으로 변했는데,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달린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나해인 박사가 들려주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그는 "아파보니 누군가 나를 위해 간절히 빌어주는 것만큼 값진 일이 없더라. 그렇게 간절히 비는 마음으로 이 책을 당신께 보낸다"라고 서두에서 밝히며, 정신과 치료를 고민하는 사람을 비롯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 사람,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불안을 느낄 때마다 옆에서 응원해 주는 정신과 의사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p.61

우리는 항상 어느 정도는 우울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힘들고 괴롭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하는 우울감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슬픔이나 우울함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에, '이 정도로 병원을 찾는 게 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은 정신과 치료의 필요성과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한편, 독자들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A파트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모든 것'을 주제로, 정신과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확산된 불안들을 바로잡기 위해 정신과 치료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B파트 '정신과, 이런 마음의 일들을 다룹니다'에서는 우울, 불안, 번아웃, 성인 ADHD, 강박, 수면 문제, 중독, 트라우마 등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의 증상과 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나의 상황이 어떤지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C파트 '그렇다고 아무 데나 가지 마세요, 골라 가세요!'에서는 정신과에 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종합병원 정신과, 정신과의원,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센터 등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궁금했던 사항들을 조목조목 짚어 주고, 나에게 맞는 의사 찾기, 첫 방문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에 대해 알려준다.


D파트 '똑똑똑, 정신과 문을 연 당신이 알아야 할 A To Z'에서는 부작용이 있어도 약을 먹어야 할지,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 사용서, 정신과 치료는 어디까지 받아야 할지 등 정신과 상담 과정에서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답해 주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p.166

트라우마는 우리 삶에 깊은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그 누구도 인생에서 작은 트라우마까지 피하면서 살긴 어렵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은 트라우마와 극복의 경험으로 조각되는 건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은 트라우마와 극복의 경험으로 조각되는 건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되는 것, 싫어하는 것들이 생겨난다. 그러나 반대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정신과 상담을 권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평소에는 대화에도 잘 못 끼던 사람이 술만 마시면 180도 돌변해서 마구 날뛰는 사람이 있다. 또 술을 마시고 나서도 한두 잔은 괜찮다며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이다. 친구들과 혹은 지인들과 한두 잔 건네면서 마시는 술은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되고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지나치면 약도 없다.


이 책의 저자인 이해인 박사는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으니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난 이 말에 100퍼센트 공감한다. 그는 "건물이 무너지고 있는데 튼튼한 집에 살고 있다고 마음먹는 바보는 없다"라며,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는 것보다 작은 균열을 보수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우리도 취약한 스위치를 찾아 다독이고 채우며 살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은 부담 없이 읽으라고 권하긴 힘든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누군가 어디 아프냐고 물어볼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의 힘들었던 상황이 다시 오지 말란 법이 없다는 걸 잘 안다. 따라서 아프지 않을 때, 혹은 더 아프기 전에 우리가 안고 있는 마음의 병들을 하나씩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천천히 의미 있게 읽어보시길 권한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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