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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뚱뚱하다 ㅣ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평점 :

<나는 뚱뚱하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원색적이네'였다. 하지만 아동 도서답게 성장해 가는 아이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동 도서를 집필 중인 최승한 작가가 초등 5~6학년들을 대상으로 만든 창작 소설이다.
세상에서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먹는 일에는 진심인 문제방이라는 초등학생의 등장이 심상치 않은데, 요즘 주변에 보면 뚱뚱한 어린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 문제방은 자신의 뱃살을 출렁이며 먹을 것을 찾는데 여념이 없다. 제방이는 왜 이렇게 뚱뚱한 아이가 됐을까?
먹는 일에는 나 역시 진심이다. 요즘 밥 좀 넉넉하게 먹었더니 전보다 배가 더 많이 나와 살짝 걱정이다. 하지만 문제방은 자신의 툭 튀어나온 배가 마냥 귀엽게 느껴진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하는 문제방은 양껏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다. 충분히 먹지 못하면 어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져 있다. 바람이 빠진 듯 기력이 떨어지는 제방이는 먹고 나서 살짝 피곤해지는 식곤증을 즐기다 낮잠을 자기 일쑤다.
어렸을 때 나도 배불리 먹고 잠을 잘 때가 행복했던 것 같은데, 작가가 이런 표현들을 참 생동감 있게 표현해 주어서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제방이에게도 시련이 닥쳐오는데, 같은 반 짝사랑 진아의 한마디로 인해 살을 빼야겠다며 독하게 맘먹지만 이게 쉬울 리가 없다.
p.8
제방이는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자기 배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뚱뚱하긴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귀여워해 주던가? 얼굴이 꼭 '호빵맨'같이 생겼다고 슈퍼마켓 아줌마가 제방이를 얼마나 예뻐해 주던가? 음식을 잘 먹는다고 삼겹살집 아저씨가 얼마나 귀여워해 주던가? 엄마 친구들은 제방이가 배가 많이 고픈 것 같다며 항상 음식을 더 많이 챙겨 주었다.
p.65
제방이는 다시 배가 고파졌다. 모든 것을 잊고 싶을 정도로 많이 먹고 싶었다.
제방이는 집에 오자마자 모든 음식을 꺼내 놓고 미친 듯이 처먹었다. 그리고 그날 밤 침대에 엎드려 누워서야 드디어 창피함이 슬픔으로, 배신감이 분노로 바뀌었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침만 먹고 종일 굶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폭식으로 비장함은 무너져 버린다. 물론 뜀틀을 가뿐히(?) 넘어서 우쭐해지기도 했지만 제방이는 사실 축구공 하나 제대로 차지 못하고 헛발질만 하다 넘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진아가 배나온 제방이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와 하는 말을 몰래 엿듣을 뒤로는 큰 충격에 빠진다. 결국 살을 빼야겠다고 결심한 제방이는 혼자서 내장산 정상에 올라보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길을 나선다.
최승한 작가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음식에 대한 이야기지만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는 것, 그리고 늦잠을 자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욕구 조절을 잘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쓰게 된 취지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됐다.
제방이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잘 참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러니 살을 빼야겠다는 각오 다지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는 제방이를 통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그리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꾸는 우리 아이들을 비추고 있다. 아이를 키웠던 부모 입장에서 읽어 보니 내 아이가 뚱뚱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104
배고픈 것은 괴롭고, 힘들고, 지치고, 짜증 나고 무엇보다 제방이 자신을 잃게 만들었다. 배가 고프니, 아름답고 청명하며 고요한 내장산이, 지나치게 쥐 죽은 듯 외롭고 쓸쓸한 산으로만 보였다. 항상 싱그럽고 아름답게 휘날리는 머릿결을 가진 진아는 아주 사악하고 못되고, 그저 그런 여자아이로만 생각되었다. 배고픔 때문에 이렇게 변해 가는 자신의 모습이 제방이는 너무 싫었다.
p.135
평소에 축구를 할 때는 공을 잡을 때까지 편하게 운동장을 뛰어다닐 수 있었는데 제방이가 붙은 이후로 공 한번 잡아 보지 못했다. 제방이는 진철이보다 열 배는 느렸지만 끝까지 쫓아와서 애들이 전혀 패스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는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살펴야 하고, 잘 사는지 못 사는 비교 아닌 비교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자기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늘리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일들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건강도 잃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특히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따라가기보단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뚱뚱하다>는 아동 도서이지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로라면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서로 이야기를 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포스팅은 배틀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