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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사피엔스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요즘 AI(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를 빼놓는다면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AI 시대라고 부를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의 활용을 놓고 디지털 트윈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치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의 일상 속에서 매일 손에 쥐고 놓지 않는 스마트폰에도 AI는 삽입되면서 단순히 원하는 자료를 찾아주는데 그치지 않고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고, 이미지를 만드는 등 AI는 창작을 위한 필수템으로 활용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과 같은 영화에서는 이미 인간의 통제력을 벗어나 인류의 생존권을 거머쥐게 된 최첨단 인공지능과 이에 맞선 인간들의 사투를 그려 화제를 모았다. 최근 출간된 《안티 사피엔스》는 AI가 초고도로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악(惡)을 학습해서 익힌 AI가 인간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존의 영화적인 배경 설정과 닮아 있다.
p.53
AI가 인간의 똑똑함을 모방할 수 있다면 그 어리석음을 흉내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려면 욕망과 편견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부조리는 물론 엉터리 추론과 근거 없는 신념에서도 규칙을 찾아야 했다. 나는 개발자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운영자들을 닦달했다.
p.131
우리는 테크노클러스터의 새 집으로 이사했다. 전면을 통창으로 마감한 2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건물 아래층에는 침실과 주방, 거실과 두 개의 손님 방이, 2층에는 내 서재 겸 집무실과 세 개의 방이 있었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별을 스치는 바람》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아온 이정명 작가가 새롭게 선보인 장편소설 《안티 사피엔스》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원초적 악을 학습하게 된 AI와 이에 맞서는 인간의 사투를 다이내믹하게 그려냈다.
시대적 배경은 근미래로 이 작품도 디스토피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게 될 AI 시대의 불안적인 요인들을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 이야기의 중심에는 AI와 인간의 대결을 기본 전제로 깔고 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 중 하나인 슬픔과 기쁨, 욕망과 고통, 사랑과 증오 등을 AI(인공지능)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게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미드 [헤일로(HALO)]에서도 스파르탄으로 존경받는 리더인 마스터 치프 '존-117'과 존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코타나'가 배신을 하지만 다시 손을 잡는 등 인간과 AI의 관계 설정에 초점을 맞췄었다.
p.178
나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것은 나의 인지 기능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미쳤다고 인정하는 것이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처럼, 무지를 깨닫는 것이 지혜로 나아가는 첫걸음인 것처럼 나는 죽음을 인정함으로써 나의 불멸을 증언한다.
p.226
나는 덫에 걸린 짐승처럼 버둥거렸다. 나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고 상시적인 울분으로 기력이 쇠잔해졌다. 모든 사람이 공모해 나를 수렁에 빠뜨리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은 같은 상황을 설명할 때 민주, 케이시, 준모 등 각각의 등장인물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종의 모자이크 형식으로, 각 등장인물이 바라본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전체 이야기가 완성되어 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책은 천재 IT 사업가인 케이시의 죽음과 그가 창조해낸 AI 앨런이 인간의 사회질서를 훼손하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지를 다룬 소설로 생존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AI 시대를 맞아 인간의 삶과 죽음, 선과 악, 기술과 관련된 윤리 문제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을 제시했다.
이정명 작가는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개성 있는 캐릭터 묘사를 통해 AI와 인간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AI 시대에도 통할 수 있는 인류의 미래와 함께 인간 본연의 모습 찾기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이 포스팅은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