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은하수 -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모이야 맥티어 지음, 김소정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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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게 된 <아주 사적인 은하수>를 읽다 보다 보니 어렸을 때는 밤하늘을 자주 바라보곤 했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 같던 별들을 한참 쳐다보고 있으면 그리스 로마신화 속에 한 장면이 떠오를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북극성을 찾아볼 때도 있었고 어떤 때는 페가수스, 천칭자리를 찾곤 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별자리를 쳐다보는 일은 줄어들었다.


<아주 사적인 은하수>는 옛 생각도 나게 하면서 과학 그중에서도 은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소개하는 특이한 책이다. 특히 은하수가 독자에게 말을 거는 형식을 빌리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인화된 은하수를 만났다고 하면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p.31

당신에게 나를 은하수라고 소개한 이유는 그 이름이 현재 사람이 가장 많이 부르는 나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들이 언제나 나를 은하수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 내가 나를 부르는 이름은 더더욱 아니다. 오랜 시간 사람은 나를 우유의 길, 은의 강, 새들이 길, 사슴의 장애물, 미리내 같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그 이름들은 거의 모두 당신의 작은 암석 행성에서 떠돌던 신화에 근거했다.



우리가 보는 (밤) 하늘은 광활한 우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드넓은 하늘을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늘과 하나 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천진했던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때로는 과학에 대한 특히 우주에 대한 깊은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인다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과 신화학을 공부하고,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모이야 맥티어이다. 저자는 우주를 소개하면서 '자서전'이라고 소개했다. 우주 스스로 1인칭 시점에서 우리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디에서 자랐는지 설명해 주는 형식을 띄고 있다.


p.95

사람 천문학자들이 처녀자리 초은하단 너머에 있는 천체들을 연구하려면 먼저 처녀자리 초은단까지의 거리를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거리 사다리의 아래쪽에 있는 가로대들로는 그렇게까지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없었다. 사람 천문학자들은 표준 자가 있는 가로대까지 올라가야 했다. 지금쯤이면 당신은 거리 사다리의 가로대가 높인 방식을 파악하고, 표준 자는 천체의 실제 크기를 측정해 관측한 크기 값과 비교해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으리라고 믿는다.



저자는 이 책의 초고를 읽은 엄마가 은하수가 꼭 고양이 코스모처럼 말한다고 했는데, 저자는 은하수의 목소리를 상상할 때마다 코스모를 보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보살핌에 전적으로 의지해 살아가면서도 무심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코스모를 보면서 전지전능한 은하라면 저런 표정으로 나를 볼 것이라며 이 책을 쓰게 된 영감이 고양이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로부터 광활한 우주가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은하의 자서전적인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은 물론, 더 넓은 세계인 우주의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물론 파트에 따라서는 좀 어려운 내용도 담겨 있다.


p.142

사실 움직이는 별 가운데 진짜 별, 그러니까 항성은 단 하나, 당신의 태양뿐이다. 다른 움직이는 별은 지구의 위성인 달과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행성들이다. 사실 행성을 뜻하는 영어 단어 플래닛(planet)은 '방랑자'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고대 전승은 대부분 움직이는 별이 7개라고 한다.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그 7개 별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7개의 별을 가지고 오늘날에도 당신들이 사용하는 일주일의 요일들을 만들었다.



우주, 은하, 별자리, 신화, 빅뱅 이론, 블랙홀 등 지적인 탐구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 단어들은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서 쉽게 접했던 기억들이 있다. 이 책은 어른이 되면서 잊고 지냈던 우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여러 은하들의 삶과 죽음, 우주를 탐색하기 위한 인간 과학자들의 여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까치글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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