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장세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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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서 있다. 그 선택들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를 떠나, 현재의 내가 있는 여기에 오기 위해 그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도 하나하나 뽑은 것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한두 번쯤은 그 속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힘들어서, 지쳐서, 다른 걸 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싫어서 등등. 이유들도 갖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한 편의 소설에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어디까지가 집착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해진다.


'달아나다, 도망치다'의 의미를 갖고 있는 <런어웨이>는 스릴러, 미스터리가 가미된 장르소설로 다양한 장르에서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장세아 작가의 신작이다. 요즘 드라마, 영화 혹은 각종 OTT에서는 웹소설이나 장르소설이 원작인 작품들이 많은데, <런어웨이>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시 보게 된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 것인지 궁금하다.



고아원 출신의 재영은 자신의 남자 친구한테 맞아 죽을 뻔한 상황에서 겨우 빠져나와 새벽 기차를 타고 멀리 도망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첫 새벽 기차에서 생판 처음 보는 비슷한 또래의 아기 엄마를 만나게 되고, 기차가 잠시 멈춘 사이에 그 여자는 아기와 쪽지만 남겨둔 채 사라져 버린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여자가 버리고 사라진 아이를 달래 안고 그 여자가 남편 집이라고 알려준 집에 들어갔다가 대저택의 며느리로 살게 되는데... 애만 데려다주고 다시 도망쳤어야 했는데, 생전 누려보기 힘들 것 같은 호화로운 생활에 재영은 익숙해져 간다.


<런어웨이>는 익숙하면서도 뭔가 살짝 비틀린 이야기 전개가 흥미를 끄는 소설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심플한 구조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디서 본 듯한 느낌도 살짝 든다. 부자를 꿈꾸고 사랑을 꿈꾸고 저마다 바라고 희망하는 것들이 다를 때 누구나 부러워할 호화로운 생활이나 다정다감한 시동생 등 로맨틱한 요소들 속에 함정들이 있다.



이 책은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 속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럴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이 맞거나 틀리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번듯해 보이는 한 가족이 숨기고 있던 비밀의 열쇠를 풀다 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모순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작가는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억압받는 인간의 강한 생명력을 그리고 싶었다고 하는데, 기구한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의 삶은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면서도 통쾌함을 불러일으킨다. '이 집에서는 아무도 도망칠 수 없다'라는 메시지는 무슨 의미일지 궁금하다.


크고 오래된 집, 휠체어에 앉아 말도 못 하는 반신불수 노인이 만들어내는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젊고 발랄한 수현의 등장은 이 집에 뭔가 숨겨진 또 다른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번듯한 가정에서 삶을 리셋하고 싶었던 주인공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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