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 싫어하던 바퀴벌레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 과학자의 이야기
야나기사와 시즈마 지음, 명다인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은 오래되다 보니 틈만 나면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기억이다. 자다가도 바퀴벌레를 잡곤 했으니까 말이다. 검은 외투를 드리우고 징그러운 더듬이를 앞세우곤 빠르게 종종걸음을 치다가 사라진다. 날기까지 하던 녀석들은 덩치도 컸다. 잡으려 들면 몸을 던져 덤비기(?)까지 했다.


지구가 두 동강 나서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생명체가 있다면 그건 바퀴벌레일 거란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영화 <월E>에서도 파괴된 지구에 생명체 존재의 반응이 나타났는데 바로 바퀴벌레 한 마디가 생존해 있었다. 아무튼 바퀴벌레 하면 어렸을 때부터 지금도 몸서리쳐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벌레 중 하나가 바퀴벌레인데, 바퀴벌레를 오해했다고? 모든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혐오 대상 1위로 꼽는 바퀴벌레와 사랑(?)에 빠졌다고 이야기하는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은 어릴 때부터 자연관찰과 곤충 채집을 좋아했다는 저자가 유일하게 싫어하던 곤충인 바퀴벌레와 사랑에 빠진 후,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인정을 받는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도 바퀴벌레는 무지무지 싫어한 적이 있다고 밝힌 저자의 스토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구의 생명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는 바퀴벌레를 연구하기 시작해 35년 만에 일본산 바퀴벌레 신종을 발표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지금은 곤충관에서 일하며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있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일본 전국 각지에서 채집한 바퀴벌레를 데려와 사육하는 바퀴벌레가 약 120가지이고, 현재 수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바퀴벌레가 미움받는 이유로 바퀴벌레 본연의 성질이 한몫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까맣고 반들반들하다',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하다' 등 별난 생김새에 더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곤충 중에서도 크기가 큰 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게 거짓말 조금 보태면 두 손가락 크기의 바퀴벌레도 본 적이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바퀴벌레를 무서워하고 소름 돋게 싫어하는 어른들을 봐왔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이미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티비 광고에서도 바퀴벌레가 해충의 이미지라는 점을 단단하게 심어주고 있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한마디로 바퀴벌레는 나쁜 존재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느낀 바퀴벌레의 매력과 놀라운 생태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또한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귀여운 그림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 책을 읽어 보면 바퀴벌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그러면 끔찍한 느낌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꼭 그런 건 아니다. 난 여전히 징그럽다. 하지만 그는 바퀴벌레는 생태계에서 '분해자'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잡식성이라 낙엽, 과일, 동물의 배설물, 균류 등 다양한 것들을 섭취하고 분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분해하는 능력이 바퀴벌레의 존재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바퀴벌레는 무려 4,600종이 넘는 종류가 존재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세균을 옮기는 건 20여 종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인간 주변에 사는 건 서너 종류에 불과하다고 한다. 모든 바퀴벌레가 해충은 아니지만 우리가 벽이나 방바닥에서 발견하는 녀석들은 해충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바퀴벌레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바퀴벌레가 분해하던 것들은 삼림에 쌓이고 바퀴벌레가 옮기던 종자의 식물들은 번식이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바퀴벌레를 먹고 살아온 다른 생물들도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리다 결국에는 죽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태계가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해충이고 부르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고, 곤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는 바퀴벌레를 더 잘 알기 위해 먹어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우웩... 그저 저자의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에는 바퀴벌레와 함께 한 놀랍고도 신기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쓰고 있던 바퀴벌레에 대한 안 좋았던 기억들의 색안경을 벗고 진지하게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에서 곤충에 대한 생각들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이 포스팅은 그래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