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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ㅣ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옛날부터 지금도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의 그림자는 계속되고 있다. 200여 년 전에 씌여진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도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신에 대한 도전과 응징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이다. 우리 본성에 감춰진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기억들을 현실 속 악몽인 괴물의 탄생과 연결 짓고 있다.
이 책은 1818년에 익명으로 출판되었다가 1823년에 천재 작가로 알려진 메리 셸리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개정판을 다시 출간했다. 저자의 가정사에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계모와의 불화를 비롯해 자식들의 죽음 등 불운한 일들이 많았다. 어쩌면 그런 일들로 인해 새로운 생명체를 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p.17
내가 벌써 도착한 이곳은 런던에서 북쪽으로 아주 먼 곳에 자리 잡고 있어. 페테르부르크 거리를 걷자니 차가운 북풍이 뺨을 스치는구나. 그리고 그 바람을 맞으니 잔뜩 신경이 긴장되면서도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이런 기분 알겠니?
p.60
내 꿈은 여기에서 그치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은 유령이나 악마를 불러낼 수 있다고 선뜻 약속했고, 나 역시 그 성취를 얻고자 간절히 열망했다. 내 마법이 실패할 때마다 나는 실패의 원인을 스승들의 부족한 기술이나 부정확함보다는 내 경험 부족이나 실수에서 찾았다.
이 책을 모티브로 한 연극, 영화, 소설, 뮤지컬, 만화, 애니메이션 등 수많은 작품들이 새롭게 태어났고 지금도 아류작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만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과학자의 이름이다. 과학 실험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흉측한 모습에 괴로워하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인 <프랑켄슈타인>은 천재 작가 메리 셸리가 19세의 나이에 뛰어난 상상력으로 탄생시킨 과학 소설을 다시 조명하고 있다. 이번 에디터스 컬렉션에서는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의 전설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버니 라이트슨이 만들어낸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펜화 작품 45점이 더해져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p.104
내 병은 정말 심각했다. 정말이지 친구의 아낌없는 무한한 보살핌만이 나를 회생시킬 수 있었다. 내가 탄생시킨 괴물의 형상이 내 눈앞을 떠나지 않았고 나는 그놈에 대해 끊임없이 헛소리를 했다. 분명 내 말에 앙리는 몹시 놀랐을 것이다.
p.167
나는 종종 호수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니까 주변이 온통 평화로운데 오직 나만이, 박쥐나 호숫가로 다가가기만 하면 정적을 깨며 요란하게 개골개골 울어대는 개구리들은 예외로 해야겠지만, 그처럼 아름답고 신성한 풍경 속에서 흥분한 채 방황하는 불안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물이 나와 나의 불행을 영원히 삼켜버릴 것만 같은 조용한 호수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이 책은 <드라큘라>처럼 편지글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텍스트만 읽을 때보다 버니 라이트슨의 삽화가 곁들여져 극적인 장면들에 대한 인상을 강렬하게 묘사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따라서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1818년에 출간된 초판본은 여성 작가의 창작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에서 익명으로 책을 낼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1831년에 나온 개정판보다 초판본이 더 날카롭고 강렬한 필력으로 그 시대를 비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250
"생명을 얻은 저주스러운 날이여!"
나는 괴로움에 소리쳤소.
"저주받을 창조자! 왜 당신은 자신도 역겨워 고개를 돌릴 만큼 소름 끼치는 괴물을 만들었는가? 신은 가엽게 여겨, 인간을 자신의 형상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만들었건만, 내 모습은 추악한 당신의 모습이구나. 그런 당신의 모습을 빼닮았기에 더욱 소름 끼친다.
p.301
"이런 것이 살아 있다는 거야."
그가 외쳤다.
"지금 나는 존재 자체를 즐기노라! 한데 프랑켄슈타인, 넌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도 맥없이 침울하냐?"
사실 나는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샛별이 지는 것도 라인강에 비친 황금빛 일출도 보지 못했다. 한데 친구여, 당신이 클레브발의 일기를 읽는다면 내 회상을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번역본은 1818년 초판본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장르문학 번역과 비평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임종기 전문번역가가 참여해 문장을 좀 더 매끄럽게 다듬었다. 또한 이 작품에 대한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의 착상과 집필 과정, 작가의 의도 등이 담긴 '스탠더드 노블스 판 저자 서문'과 번역자의 '작품 해설'도 담겨 있다.
이 책은 메리 셸리가 자신의 꿈에서 보았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 악몽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프랑켄슈타인이 어떻게 생명을 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실상 원작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19세에 이런 작품을 썼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이번 기회에 꼭 한번 제대로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