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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읽는 시
김현석 지음 / 보름달데이 / 2022년 12월
평점 :

삶은 잔인하게도
어제 내가 울었으니
오늘 나를 웃게 하지는 않지만
삶은 고맙게도
언제나 새 하루를 열어준다
힘든 어제 지우고
다시 '너의 날' 만들어 보란 듯이
오늘도 시를 쓰고 있다는 직장인 김현석 씨가 최근에 선보인 <밤에만 읽는 시>는 하루에 한 편씩 읽을 수 있는 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손바닥 크기의 메모장처럼 되어 있다. 시에 특별한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또한 시를 적힌 앞 페이지를 넘기면 뒤 페이지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시 한편 적어보라는 것인가? 저자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어보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아무튼 하루에 한 편씩 읽어내려 가는 이 시집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오롯이 묻어난다.

멍청했다
눈 질끈 갚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데
네가
바보였다
고개 도리 짓는다고
잊히는 게 아닌데
네가
제목이 없는 시들 중에는 간소하게 그려진 일러스트가 그려진 그림들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다닐 때까진 시를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대학에 다니면서부터는 소설을 읽느라 시는 별다른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책상 위에 이 책을 올려놓고 제목처럼 밤에 꺼내 놓고 몇 편씩 읽다 보니 떠난 님(?)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시들이 많았다. 시원한 바람, 편안한 의자, 향긋한 커피, 눈부신 오늘, 모든 게 완벽한 저녁인데 내 옆에 너만 없다는 시를 읽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 뭐. 지금쯤 잘 살고 있겠지.

실패가 전공이고
후회가 부전공입니다
장학금 준다는 곳도 없는데
실패와 후회로는 우등생이에요
4~5년에 끝내도 될 이 학교를
10년 넘게 다니고 있어요
이러다 박사가 될 것 같아요
저자는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느낌을 전하지 않으면 모른다며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할 땐 서툴더라도 말을 하거나 느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제목 없는 시를 통해 전하고 있다. 짧은 몇 줄의 시를 읽다 보니 나도 한번 이런 형태의 시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시들은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작가의 생각을 읽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이젠 시를 읽는다기 보다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나보다 너를 앞에 두는 게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주말이 가기 전에 따뜻한 사랑의 말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건네야겠다.
이 포스팅은 보름달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