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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평점 :
과거 검찰이 독재 정권의 칼날로 불리던 시절이야말로 검찰공화국이었다. 그런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검찰은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새 정부를 구성한 내각이 검찰 출신의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그리고 여당은 물론 기관의 주요 요직에도 검찰 출신들이 자리 잡고 있어 검찰 개혁은 요원해 보인다.
한때 검찰의 권력을 줄이기 위해 '검수완박(검찰 수사 완전 박탈)'을 추진하면서 검찰 개혁이 시도됐었다. 하지만 이제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갈 위기에 놓여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묵은 정치 논란에 검찰은 정치권의 입김을 타고 제 입맛대로 수사하고 구속하고 기소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그런데 최근에 읽고 있는 <얼굴 없는 검사들>을 보고 있자니 열받고 화가 나서 몇 번이고 책장을 덮었다 다시 펼쳤다가를 반복했다.
p.41
2020년 12월 8일 검찰청법 개정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이 문구를 추가한 이유에 대해 법제처는 '검찰은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행사되어야 하는 바, 검사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혔다.
p.77
재벌, 검사 등 힘 있는 자가 소집을 요청했을 때는 아주 자연스럽게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만, 이와 달리 사회적 약자들이 그 소집을 요청했을 때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부의 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고 그냥 패싱당한다. 이러한 현실이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p.114
대리 수술을 한 의사들을 상해죄로 기소한 검사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모 씨를 수술한 치과의사 김 모씨는 지금도 바로 그 성형외과에서 '구강악 안면 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다. 환자로부터 동의받지 않은 수술을 감행해도 형사처벌은커녕 의사 면허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한민국은, 피해 입은 환자에게는 지옥이고 의사에게만 천국인 나라다.
이 책은 우리나라 검찰의 가면 뒤에 숨은 그들의 민낯을 파헤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이 정의는 외면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던 다양한 판례 사례들과 사건들을 분석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어떻게 반인권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이러한 일들을 어떻게 까발리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최정규 변호사는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면서 우리나라의 사법 권력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점철된 검찰의 흑역사를 되짚고 왜 그들이 이제라도 반성하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말로만 하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진짜 검찰 개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그는 검찰 개혁은 검찰 본연의 의무인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했던 흔적들을 소개했다.
p.143
우리나라 제도상 노동자가 사업주를 상대로 체불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하였다는 것이 반드시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음을 100%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 승소 확정판결은 사업주의 집행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만을 가진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 전혀 없는 사업주가 많다. 심지어 통장도 자신의 명의로 개설하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
p.180
2020년 10월, 부산지방검찰청은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된 부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부장검사는 2020년 6월, 부산의 한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피해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부적절한 접촉을 했고, 이후에도 700미터가량 뒤따라간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강제추행 혐의가 있다고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검찰로 사건을 보냈으나, 검찰은 피해자를 추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p.216
과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벌받은 피해자 및 유족은 과거 기록을 찾는 첫걸음부터 쉽지 않다. 검찰청에 가면 국가기록원에 가라고 하고, 국가기록원에 가면 검찰청에 가라고 한다. 검찰의 흑역사로 인한 피해 극복은 오로지 피해자와 가족들의 몫인가? 검찰은 그저 그들의 노력에 무죄 구형이나 재심 인용 의견으로 숟가락만 얹고 생색만 내면 되는 것일까?
특히 이 책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비롯해 성폭력 피해자 신원 노출 사건,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 등 특정 사안에 대해 검찰이 어떤 법적 잣대를 들이밀어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해왔는지 조목조목 짚고 있다. 또한 잘못된 국가의 법 적용 시스템과 함께 그 핵심에 있는 검찰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령 대리 수술 사건에서 검찰은 상해죄 대신 사기죄로만 기소했다.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에서는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또한 임금 체불 사건이나 성폭력 피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다. 이처럼 엉터리 기소, 증거 조작, 객관의무 위반, 직무유기, 인권침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읽던 책을 덮고 수차례 이불 킥을 날리게 될 것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적인 시선에서 저자가 바라본 '진짜 검찰 개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시민과 검찰이 합심해서 높아진 검찰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검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어야만 진짜 검찰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 포스팅은 블랙피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