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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ㅣ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평점 :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나르시스 이야기에서 유래한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이다. 수선화는 나르시스가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곳에서 핀 꽃으로 기억되고 있다.
수선화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제우스의 아름다운 딸 페르세포네가 초원에서 자라는 수선화에 매료되어 하데스가 지하세계에서 전차를 몰고 그녀를 납치하러 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꽃말의 탄생: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에서는 수선화 외에도 50여 종의 꽃들을 주제로 어떻게 이 꽃들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꽃말이 생겨났는지 신화, 역사, 문학 속에 숨겨진 유래를 찾아 소개하고 있다.
p.35
해바라기는 고대 원주민 사회에서 보라색 염료부터 뱀에 물렸을 때의 치료제, 머릿기름, 보디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이고 의학적인 용도로 매우 다양하게 쓰였습니다. 스페인 침략자들은 16세기 무렵에 해바라기 씨를 유럽으로 가져왔습니다.
p.61
중세의 약초학 문헌에는 아침에 첫 번째로 금잔화를 본 사람은 그날 온종일 열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 금잔화를 모아 치료제를 만들고 싶다면 달이 처녀자리에 있는 8월에 채집해야 하고, 그날은 어떤 음식도 섭취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수선화가 항상 불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14세기 후반에 귀신 들린 병으로 여겨졌던 간질을 치료하는데 수선화가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수선화는 수 세기 동안 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로 1807년에 씌여진 워즈워스의 <수선화>를 꼽고 있다. 계곡과 언덕 너머로 떠다니는 / 구름처럼 홀로 떠돌다 / 나는 보았네 / 한 무리의 수많은 금빛 수선화를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요크셔에서 작은 농장을 운영하며 자연, 공예, 야외 생활 등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인 샐리 쿨타드다. 그의 풍부한 교양 지식으로 매우 오래된 문헌 자료나 소수 부족의 이야기, 색다른 동서양 문화 속에서 찾아낸 꽃과 그 꽃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p.89
장미는 사랑에 관한 관념들과 너무나도 많이 얽혀 있어서 그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매우 이른 시기부터 사람들이 재배했던 꽃 중 하나인 장미는 이미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시인과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꽃이 되었습니다.
p.114
연꽃이야말로 모든 꽃 중에서 가장 영적으로 의미 있는 꽃일 것입니다. 물에서 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5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문화권에서 심오한 종교적 의미를 지녔고, 지금도 여전히 불교와 힌두교의 중심이 되는 모티브입니다.
이 책을 통해 서양 문화 속에 숨겨져 있던 꽃말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를 비롯해 셰익스피어 작품 등에서 비유나 상징으로 등장하는 꽃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 미신이 생기면서 본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나 별명으로 불리게 된 꽃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또한 나라 간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옛날에도 나라마다 지칭하는 이름과 뜻이 같았던 신기한 꽃, 그와 반대로 좋은 약초로 쓰이는 꽃이 다른 나라에서는 독약으로 쓰이는 등 나라마다 전혀 다르게 해석된 꽃 등 재미난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한편 꽃은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형제, 친구에게도 사랑을 전하는 징표로 오래전부터 선물로 주고받아 왔다. 꽃을 주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특히 꽃은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팬지, 물망초, 장미, 인동덩굴, 재스민을 '사랑을 고백하는 꽃들'로 소개하고 있다.
p.142
라일락은 일본과 러시아에 살았던 고대 원주민 아이누의 전통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노인들은 나무를 깎아 만든 '이나우'라는 특별한 막대를 사용해 기도 의식을 치뤘습니다. 이때 19세기 말 선교사이자 작가였던 존 뱃첼러가 우두머리의 이나우는 더 튼튼한 나무인 라일락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p.167
흥미롭게도 아이리스는 긴 세월 여기저기에서 잘못 전해져 비슷한 발음의 전혀 다른 단어를 낳기도 했습니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당신 영국 작가들은 아이리스를 '빛의 꽃'이라는 의미로 fleur-de-luce 혹은 flower-de-luce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flour delice(기쁨의 꽃)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철자가 무엇이든 간에 노란 아이리스는 이 시기에도 여전히 프랑스 왕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 책에는 아름답게 그려진 꽃 일러스트가 담겨 있어 어떤 꽃인지 금세 알 수 있고, 이 꽃들에 꽃말이 새겨진 배경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소개된 적이 없던 신비로운 꽃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혹은 잘 몰랐던 꽃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것이다.
이 포스팅은 동양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