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무늬 상자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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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누구나 언제라도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고독사를 했다거나 왕따를 당했다거나 하는 소식을 듣게 되거나 TV를 보다가 보게 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물론 나와 연관 있는 일이 아니라면 금방 잊어버리진 않는가?


기숙사로 운영되는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간 벼리는 어느 날 우연히 엄마의 눈에 들어온 은사리 폐가를 둘러보게 된다. 엄마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느라 여러 번 같은 길을 다녔지만 이런 집이 있는 건 몰랐다며, 마치 운명이 이끈 것처럼 이야기한다.


p.31

"이 집에 첫발을 들였을 때 두근거림을 잊을 수가 없어. 살면서 이런 기분, 이런 느낌도 처음이야. 너무나 귀한 감정이었고 내 안에 묻어놓은 막연한 슬픔이 올라와 도저히 이 집을 못본 척 넘어갈 수 없었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이 집을 본 뒤로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어른거렸다니깐."


p.39

"이 집에 살던 열일곱 살 난 딸이 죽었단다."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드세게 쿵덕거렸다.

"헉."

"오래전 일이야."

엄마는 시효가 지난 일이니 그렇게 놀랄 것 없다는 뜻으로 덧붙였다. 그런 뒤 말없이 연신 상자를 쓰다듬었다.



엄마는 그 집을 한번 둘러보고 나서는 마을 이장에게 얘기를 하고 집 수리를 하면서 이사 갈 준비를 한다. 집 수리하던 어느 날 벼리는 지붕이 내려앉은 작은방에서 오래된 붉은 무늬 상자와 낡은 가죽 구두를 발견하게 되는데...


김선영 작가는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와는 다른 분위기지만 청소년기에 겪을 만한 일들을 소재로 한 신작 <붉은 무늬 상자>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이면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말로 하기에는 껄끄럽고 쉬쉬할 만한, 그렇다고 덮어 두자니 찜찜한 이야기는 다름 아닌 내 아이의 일일 수도 있고, 옆집 아이의 일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닿을 일이 아니라면 저세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내 주변 일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진 않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편의 스토리로 구성했다.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산골에 있는 이다학교로 전학을 간 벼리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p.51

세나는 개학 후 삼 일이 지나도록 학교에 오지 않았다. 지난번 톡을 할 때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씩씩해서 공연히 오버한 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세나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날이 늘어갈수록 처음에 겹쳐왔던 불안감이 스멀스멀 커지기 시작했다.


p.81

은사리 집 앞에 다다랐을 때 대문이 어여번듯하게 우릴 반겼다. 볼수록 엄마 말대로 운치 있는 대문이다. 세나는 여기에 대문까지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읍내로 나갈 때마다 이 앞길을 그렇게 지나다녔는데,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은 곳이라 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어느 날 은사리 폐가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된 벼리는 괴롭힘당하던 태규를 도와준 이후 학교에서 겉돌던 세나와 함께 붉은 무늬 상자를 열어보게 되고. 상자 속에서 다이어리와 시화집, 피노키오 인형을 발견하게 되는데. 상자의 주인은 이 집에 살았던 죽은 열일곱 살 ‘강여울’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읽기를 읽고 난 벼리는 여울이 죽기 전 상황이 세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나도 다른 친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벼리는 블로그에 폐가를 복원하는 과정을 기록하던 중 여울에게 퍼진 소문을 비롯해 친구들의 외면, 아버지에게도 외면받은 여울에 대해 알게 되고.


블로그 댓글을 통해 그런 여울을 괴롭힌 소문이 라이징스타 ‘고현’임을 알게 된다. 이제 벼리와 세나는 외로움 속에서 삶을 끝낸 여울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나서는데..


p.92

세나에게 이 집에 얽힌 열일곱 살 언니의 죽음을 얘기했다. 세나는 어깨를 문지르며 소름 돋는다고 했다. 엄마와 나는 상자와 구두의 주인은 그 언니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름의 의식을 치르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자 세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아님 별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p.155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제야 뭘 해야 할지 좀 정리됐어."

세나는 뭔가 결심한 듯 눈두덩을 꾹꾹 누른 뒤 눈빛을 반짝였다.

"벼리야, 넌 너의 할 일을 해. 나는 나의 할 일을 해야겠어."



‘때린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맞은 사람은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도 미투니 학폭이니 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무한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는가?


다른 아이들이야 어떻든 간에 내 아이의 학업 성적을 높이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진 않은지, 떠도는 소문이 있으면 나에게 혹은 내 아이에게 피해만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작가는 <붉은 무늬 상자>를 통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누군가의 비밀, 끝나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한 편의 소설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고, 용서란 무엇인지, 그리고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벼리와 세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특별한서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 출처 : 박기자의 책에 끌리다, 책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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